메인화면으로
웹 2.0 시대, 2MB정부의 인터넷 대응은 '퇴행 중'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웹 2.0 시대, 2MB정부의 인터넷 대응은 '퇴행 중'

[기고] 정보통신망법, 인터넷 3중 규제 압축판

"나는 당신의 사상에 반대한다. 그러나 당신이 당신의 사상 때문에 탄압을 받는다면 나는 당신 편에서 싸울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Voltaire)의 말이다. 볼테르의 이 언급은 시민권으로서 표현과 사상 자유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계몽주의 시대가 아닌 21세기에 이 말이 다시 생각나는 것은 최근 나타난 인터넷을 둘러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건들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구체적 움직임은 언론법과 함께 인터넷 관계법 개정에 포함되어 있어 규제 논의는 확산되고 있다.

국가는 늘 인터넷을 통제하려해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2년 6월 "주요한 표현 매체인 인터넷 상의 표현에 대해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규제의 수단은 헌법의 틀 내에서 다채롭고 새롭게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시민의 미디어 액세스권(access right to media)을 향상시키는 인터넷의 특성을 반영한 판결로 해석된다.

인터넷은 헌법 2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구현시킬 수 있다. 표현의 자유를 언론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닌 국민의 것으로 되돌릴 수 있다. 그리고 국가권력의 구조를 벗어난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는 시민들이 권력을 행사하는데 있어 중요한 잠재적 수단이 되고 동시에 권력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국가는 인터넷이 등장한 15년 동안 인터넷을 통제하고 네티즌들의 말하고 쓸 권리를 줄이고자했다. 전세계적으로 국가에 의한 인터넷 망의 감시와 규제는 다층적이고 포괄적으로 나타난다.

첫째, 독재국가에서 활용하고 있는 인터넷 규제는 도메인 접속 규제이다. 가장 강력하고 본질적인 국가통제 모델이고 중국, 미얀마, 문화적 차별성을 가진 아랍권 등에서 이 방법을 활용한다. 한국에서도 음란 및 청소년 유해정보, 반국가 정보는 도메인 접속을 통제하고 있다. 둘째,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사업자 규제가 있다. 이 방식은 다양한 규제조항과 법적·문화적 통제 그리고 시장에 의한 규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가의 인터넷 규제로 전 세계적으로 활용되는 방식이다. 셋째 방법은 바로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이다. 콘텐츠 정보 작성자, 유통자, 소비자에 대해 처벌하는 방식이다.

3중 규제로 치닫는 한국의 인터넷 언론 환경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한국의 인터넷 관계법령 개정은 규제 방식 3가지가 모두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번 '언론관계법'과 함께 개정 논의가 되고 있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에서 압축적으로 나타난다.

정보통신망법이 추진하는 대표적인 인터넷 규제만 나열해도 사이버모욕죄 신설, 임시조치, 제한적 본인 확인제 확대, 사업자의 모니터링 의무화 등 헤아릴 수 없다. 이러한 규제조치는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특히 사이버 모욕죄는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도입하려고 하는 것일 뿐더라 심각한 민주주의 시민권의 훼손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감청장치 설치의무화를 요구하고 열람권을 제시한 '통신비밀보호법'이나 '전기통신기본법', '저작권법', '형법' 등을 보태면 가히 전방위적인 인터넷 탄압이라 할 수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입법안이 비록 통과되지 않아도 충분한 '겁주기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법제도 하에서도 인터넷 사업자인 ISP는 게시판을 축소할 수 있고 나아가 자체적으로 문제가 되는 글을 임시조치 할 수 있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게시글에 심의까지 할 수 있다. 국가권력은 여기에 더해 사업자와 사용자를 윽박질러 모니터와 감청 장치를 설치하게 하는 '시장 검열'과 정부정책에 반대되는 글을 쓰거나 말하는 네티즌들은 수사를 함으로 '자기검열'을 하게 하는 이른바 '중층적인 검열 시스템'을 심으려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디지털 기술이 발달해 새로운 미디어 상황이 펼쳐짐에 따라 기존의 일괄적인 금지조항이나 규제는 특정 미디어가 갖는 시장 지배력의 차이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인터넷 상의 부가서비스에 대한 법적 규제는 최소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섣부른 법적 규제가 산업적인 차원에서의 기술발전과 서비스 개발, 신규 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보통신망법은 실효성에서도 논란의 대상이다. 인터넷의 특성상 새로운 콘텐츠 생산과 유통이 웹 2.0방식의 참여·개방·공유의 다양한 모델이 등장할 것이다. 이에 대해 규제 중심적인 대응으로 일관한다는 것은 단순히 언론적인 차원만이 아닌 산업적·민주주의적인 측면 모두에서 득 될 것이 없다. 이번 한나라당의 입법안이 가지고 있는 한계는 이러한 문제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

누가 빅브라더(big brother)를 추구하는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이 경고한 것은 가상이 아닐 수 있다. 전통적으로 국가는 인터넷의 자유로운 정보 확산 기술의 전파와 사용에 두려움이 많았고 오늘날 국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을 감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 단면이 바로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터넷 규제 장치 강화다.

물론 인터넷이 아직 진화하고 있는 미디어인 만큼 정제되지 못하고 일부 악플러나 반문화적 행위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의 역기능을 두고 '사회 질서 유지'라는 명분을 내세워 제어해야 한다는 한정된 시각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규제에 몰두하고 시민권은 위축될 것이다. 인터넷에서 시민의 자유로운 참여와 표현을 두려워하는 이들만 규제를 강화하는데 찬성할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 대한 규제는 긍정적인 인터넷 미디어 특성을 최대한 살리고 시민문화의 발전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궁극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시민사회가 매체 특성에 근거한 자율적 규제를 수립하기 위한 노력은 무시한 채 형사적·행정적 재제에만 치중하는 것은 건전한 인터넷 문화형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법 개정의 목적은 개방성, 탈중앙성, 다양성, 자발성에 등 인터넷이 가진 의사소통의 순기능을 최대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국민적 합의와 이해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한나라당과 정부가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통신비밀보호법' 등 인터넷 관계법은 심각한 문제가 많고 민주주의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더욱이 이런 문제점들은 신문법, 방송법에 묻혀 이슈화 되지도 못한 실정이다. 이번 개정안의 문제를 되돌아보고 국민적 합의와 이해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충분한 토론과 사고의 전환이 있은 뒤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법적 규제와 진흥의 방안이 동시에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이들이 지적하는 인터넷 문화의 문제가 인터넷의 특성 탓이 아니라 이용하는 사람의 문제라면 '네거티브' 규제가 아닌 '포지티브' 규제와 진흥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터넷 언론 관계법 개정 과정은 인터넷 처벌과 규제논의가 다분히 행정 편의적이고 '비(非) 인터넷스러운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 규제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개인의 자유권이 침해되고 제한되는 상황에서 외부로부터의 통제와 감시, 검열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심사숙고 해봐야 한다. 인터넷 규제는 부메랑이 되어 다시 자신에게 돌아갈 수 있다. 국민적인 합의도 진행되지 않고 한쪽의 이해만을 반영하는 인터넷 관계법의 개정은 즉시 중단해야 할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