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 알 알리의 카툰에는 항상 뒷짐을 지고 서 있는 꼬마가 등장합니다. 아랍어로 '고통'을 뜻하는 한달라라는 이름의 이 꼬맹이는 독자들로 하여금 누군가 나와 함께 카툰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 누군가는 팔레스타인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은 난민촌의 거지 아입니다. 나지의 모든 그림을 하나의 거대한 작품으로 연결시키는 한달라는 항상 뒤돌아서서 독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습니다. 한달라는 대개 카툰 안에 들어가 목격자의 역할을 하지만, 간혹 네모난 칸 밖에 나와 독자와 보다 가까운 위치에서 표현된 작품을 감상하기도 합니다. 주로 눈앞의 현상을 관조하기만 하던 한달라가 적극적인 행위를 하기 시작한 것은 나지가 목격한 1982년 '사브라 샤틸다 학살' 이후부터입니다. 레바논 기독교 민병대가 팔레스타인 난민촌의 사람들 3000여 명을 학살하는 장면을 본 나지는 더 이상 한달라를 침묵하게만 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한달라는 그 때부터 카툰 안에 들어가 직접 돌을 집어 던지기도 하고, 척박한 대지에 싹튼 팔레스타인 깃발을 보고 만세를 부르기도 하며, 주먹을 쥐고 항의하기도 합니다. 나지는 그렇게 자신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달라를 통해 현실의 부조리에 저항했습니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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