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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취임해도 미군의 이라크 주둔은 계속된다"

뉴욕타임스, '군사고문단' '훈련요원' 이름으로 수 만 명 주둔 전망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 16개월 이내에 미군 전투 여단을 이라크에서 모두 철수시키고 이라크 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그 약속은 오바마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고, 선거 후 대통령직 인수팀에서 내놓은 '오바마-바이든 플랜'에서도 재확인됐다.

그러나 오바마가 이라크 전쟁을 끝내고 미군을 전부 철수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이라크의 상황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됐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내년 1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계기로 폭력사태가 또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이라크에 주한미군이나 주독미군 수준의 병력을 남겨 두어 중동 경략에 이용한다는 것은 미국의 기본 전략이기 때문에 오바마의 '완전 철군' 약속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나자프와 모술, 아르빌 등에 대규모 미 공군기지가 건설됐거나 건설중이라는 사실은 미군의 완전 철수는 절대 있을 수 없음을 시사한다.

▲ 지난 9월 바그다드 외곽 라드와니아 지역의 치안 유지 책임을 이라크군에 넘긴 미 101공수여단 소속 병사들이 성조기를 챙기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그렇다면 오바마 당선인은 2010년 여름까지 미군을 모두 철수시키겠다는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또한 미국과 이라크는 최근 안보협정(status-of-forces agreement)을 체결해 2009년 6월 30일까지 이라크 주요 도시에서 전투 병력을 빼고, 2011년 말까지 모든 병력을 이라크에서 철수시키기로 했다. 오바마는 이 약속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

<뉴욕타임스>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그 답은 '모자 바꿔 쓰기' 혹은 '명찰 바꿔 달기'로 요약된다. 현재 주둔중인 14만6000명 병력의 상당수를 철수시키긴 하겠지만, 남은 미군들을 '전투병(combat soldier)'이 아닌 '훈련요원(trainers)'이나 '군사고문단(advisers)'라는 이름으로 달리 부르면서 주둔시킨다는 것이다.

훈련요원이라는 이름의 전투병력

그러한 '용도변경(repurposing)'은 우선 6월 말까지 이라크 주요 도시에서 미군을 철수하는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군 전략가들은 내년 6월 이후에도 많은 병력이 훈련요원과 고문단의 이름으로 여러 도시에 머물 것임을 조용히 시인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투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미군은 명칭만 달리 불릴 뿐 계속 무장을 하고 전투에 참여할 것이며, 그에 따라 생명의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전했다.

군사 전문가인 존 네이글 예비역 중령은 "훈련요원들도 가끔씩 총을 쏜다, 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략 및 예산평가센터'의 군사전문가인 앤드류 크레피네비치는 "전투에 들어가면 고문단이건 아니건 다를 바 없이 목숨을 거는 것"이라며 "총알은 고문단과 '전투부대'를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레이 오디어노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은 지난달 이라크의 각 도시에 남는 미군이 몇 명이 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확한 숫자는 이라크 측과 아직 협상중이라고만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내년 여름 이후에도 이라크 전역에 있는 이라크 보안군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강조, 완전 철수는 있을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같은 전문가들은 내년 6월 이후에도 바그다드에는 대략 1만 명 가량의 미군이 남아 있어야 하고, 주요 도시에도 수 천 명이 남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이츠 국방장관 "2011년 이후에도 수 만 명 남을 것"

오바마가 약속한 철군 시한인 2010년 여름 이후, 혹은 안보협정에 따른 철군 시한인 2011년 말 이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지난주 <PBS>와의 인터뷰에서 분명히 밝혔다. 그는 2011년 이후 이라크에 남는 미군 규모에 대해, 미군의 임무는 바뀌겠지만 "아마도 수 만(several tens of thousands)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어찌됐건 미군의 주둔이 곧 끝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수니파 저항세력들이 들끓어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고 불렸던 바그다드 남부 지역의 경우가 향후 미군 주둔 방식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곳에는 과거 미 제101공수사단 소속 4000~5000명의 전투 여단이 있었으나, 지금은 이라크군을 훈련시키고 자문해주는 임무를 맡은 800~1200명의 미군으로 대체됐고, 임무 교대 부대(transition task force)라고 부른다.

미국의 이같은 입장이 드러나자 이라크 내에서도 논란이 벌어졌었다. 알리 알 다바그 이라크 정부 대변인은 최근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10년이 더 걸릴지도 모르겠다"면서 "이라크 정부가 필요로 할 경우 2011년 이후에도 미군 훈련요원들이 계속 이라크에 남을 수 있도록 보충협정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러자 누리 알 말리키 총리는 다바그 대변인의 말은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고, 반미 시아파 계열의 나시르 알 사디 의원은 미군 철군 시간표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말리키 정부와 미국을 싸잡아 비난했다.

<뉴욕타임스>는 미 국방부가 이같은 '조삼모사(sleight-of-hand)'식의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오바마 당선인 측과 안보협정이 제시하고 있는 철군 시한이 "매우 임박해 있고 중첩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라크 철군 공약으로 대통령이 된 오바마에게 이 문제는 어려운 것이며, 정치적인 논란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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