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이번 사태는 오는 1월 31일 치러지는 이라크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리하여 반미 세력이 지방 권력을 거머쥔다면 이라크는 다시 혼돈에 휩싸이고, 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에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문타다르 기자가 던진 신발을 피하는 부시 대통령 ⓒ로이터=뉴시스 |
사건이 일어난 14일부터 18일까지 시위의 명분은 문타다르 기자를 석방하라는 요구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그 시위에는 미군의 점령에 반대하는 반미적 요소가 분명히 들어 있었다. 시위대들은 성조기를 불태우고 부시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짓밟았다.
여기에는 시아파와 수니파의 구분이 없었다. 바그다드의 반미 시아파 거주지인 사드르시티, 수니파 밀집지역인 아자미야, 바그다드 서쪽 수니파 도시인 팔루자, 이라크 남부 시아파의 중심지인 나자프와 바스라, 북부 쿠르드 지역인 모술 등 이라크 전역에서 반미 시위가 5일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사담 후세인 집권 시절 망명한 사미 라마다니 런던메트로폴리탄대 교수는 17일 문타다르 기자가 이라크인들을 단결시켰다고 분석했다.
라마다니 교수는 이날 <가디언> 기고문에서 문타다르가 두 번째 신발을 던지며 "이것은 이라크에서 살해된 사람들과, 그 부인들과 고아들이 던지는 것"이라고 외침으로써 미군의 점령에 반대하는 정서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타다르의 종교나 종파를 묻는 사람은 없었다. 이라크인들은 그의 메시지에 흥분했다. 이라크의 미디어나 웹사이트에서 문타다르의 종교나 종파, 부족을 언급하는 글은 찾을 수 없었다. 그의 종파를 알게 된 건 영미권 언론에 의해서였다"고 말했다.
향후 갈등 예고하는 이라크 의회의 분위기
그러나 우발적인 사건으로 확산된 반미 기운은 1개월 여 뒤에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정치세력들에 의해 적극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남부의 반미 시아파나 서부 안바르주의 반미 수니파 저항세력들은 반미 표심을 자극해 지방 권력을 장악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이라크 의회가 문타다르 기자의 석방 여부를 두고 크게 충돌한 것은 그 전초전으로 볼 수 있다.
당초 이라크에 파병한 미국 이외 국가들의 군대를 내년 7월까지 철수하라고 요구하는 결의문을 검토하기 위해 소집된 이날 의회는 문타다르 기자 문제를 먼저 논의하자는 요구 때문에 충돌이 빚어졌다.
그러한 주장을 한 쪽은 반미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 계열의 의원들이었다. 그들은 "문타다르 기자를 즉각 석방해야 한다"며 외국군 철수 결의문 낭독을 막았다. 그러자 이라크 정부에 충성하는 의원들은 "법원이 판단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회의장은 고성이 오가는 대혼란이 연출됐다.
특히 알 사드르계 의원들은 문타다르 기자가 이라크 총리의 비밀경호대에 체포되어 폭행을 당했고, 현재 가족들과 변호사의 면회도 차단당하고 있는 문제를 적극 제기했다. 전국적인 반미시위의 열기를 더욱 타오르게 하겠다는 의도다.
불똥은 오바마에?
부시 대통령이 16일 이라크 정부가 '신발 테러'에 과잉대응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한 것도 이번 사태가 휘발성을 가지고 있다고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군 증파와 수니파 포섭 작전으로 이라크가 겉으로나마 간신이 안정을 찾은 것을 홍보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말 이라크의 상황이 원위치하지 않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후에 있는 일이기 때문에 사태의 불똥은 오바마의 이라크 계획으로 튈 공산이 크다. 2010년 여름까지 이라크 미군을 철수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집중하겠다는 오바마의 중동 구상이 어그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반미세력들이 선전한다면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고 오바마의 이라크 철군 계획이 커다란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은 벌써부터 나왔다.
특히 미국이 나자프와 모술 등지에 공군기지를 건설하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완전 철군은 하지 않을 게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반미 시아파들은 이란과의 연계를 통해 오바마 정부 흔들기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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