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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연구소, MIT 미디어랩의 '창의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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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꿈의 연구소, MIT 미디어랩의 '창의 공부'

[협동이 공부다 ③] "공부의 핵심가치 '소통', 3차원 홀로그램을 만들다"

'공부'에 대한 관심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울 나라가 한국이다. 하지만 공부의 의미와 범주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한국인의 '성적'은 천차만별이다. 인류문명 속에서 공부는 어떤 의미를 지니며, 각 문화권이 갖는 최고의 공부는 어떤 형태인가를 다루는 다큐멘타리 <공부하는 인간-호모 아카데미쿠스(가제)>이 오는 3월께 방송될 예정이다. 무려 2년의 제작기간이 소요된 '대작'이다. 이 다큐멘타리는 비슷한 시기에 책으로도 출간될 예정이다. 저자인 정현모, 남진현 한국방송(KBS) 프로듀서, 출판사와 협의 하에 책 내용의 일부를 5회에 걸쳐 <프레시안>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편집자 주

학문 간 경계를 무너뜨리는 상상력의 천국, MIT 미디어랩

미국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한국인 유학생 토론 모임에서 이진하 씨를 만난 것은 우리 제작진에게 크나큰 행운이었다. 다양한 전공을 하는 학생들이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의견을 교환하는 이 자리에서 만난 이진하 씨는 경기과학고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도쿄대를 거쳐 MIT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수재였다. 또한 도쿄대 한인 유학생 17명의 유학 체험기를 담은 <도쿄대 스토리>의 저자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그를 주목한 것은 어린 시절부터 늘 높은 학업성취를 보였던 수재여서가 아니라, 우리 다큐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공부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MIT 미디어랩(MIT Media Labs)'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

▲ MIT 미디어랩 전경 ⓒwww.media.mit.edu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내에 있는 MIT 미디어랩은 세계적인 미디어 융합 기술 연구소로, 코피 아난 전 UN 사무총장,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데이비드 패커드와 함께 HP를 공동 창업한 윌리엄 휴렛을 비롯하여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한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인 MIT 내에서도 가장 창의적인 공부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널리 알려졌다. IT를 미디어, 예술, 의료 등 전 산업에 녹여내는 학문 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연구가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MIT 미디어랩이다.

MIT 미디어랩은 1985년 미국의 미디어 학자이자 멀티미디어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MIT 건축공학과 교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 인공지능(AI)의 창시자로 불리는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 3차원 홀로그램의 창시자 스테펜 벤톤(Stephen A. Benton) 등에 의해 설립되었다. 주요 연구 테마는 과학과 미디어 예술을 융합하는 것이지만 연구의 폭이 한정되어 있지 않아 MIT 미디어랩은 '꿈의 발전소', '상상력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아이디어를 배출해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가상현실, 3차원 홀로그램, 유비쿼터스, 착용식 컴퓨터 등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100개 넘는 다국적 기업과 단체들이 이 연구소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고, 그 연구결과를 활용하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연구결과에 대한 소유권을 가질 수는 없다.

MIT 미디어랩은 학문 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공부가 이루어지는 연구소인 만큼 입학 경쟁률도 치열하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대학에서 추천받은 수재들이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와 꿈을 현실로 만드는 정보기술 융합연구에 매진하는 곳이 MIT 미디어랩이다. 이진하 씨도 25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이곳에 들어와 컴퓨터와 인간의 상호 작용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표현하는 것만이 나의 지식이다

학문의 융합과 창의력의 산실인 MIT 미디어랩은 질문을 통한 '소통'의 공부를 지향하고 있었다. 우리 제작진이 이진하 씨가 MIT 미디어랩에서 공부한다는 사실에 특히 주목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질문을 통한 '소통'의 공부가 이루어지는 세계 최고의 미디어 융합 기술 연구소인 MIT 미디어랩을 조명하면서 왜 이곳에서 질문의 공부에 주목하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 MIT 미디어랩을 다니고 있는 이진하 씨(왼쪽 제일 앞), 그는 "공부에 있어 최고의 덕목은 '소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즈덤하우스

우리는 MIT 미디어랩이 질문을 통한 '소통', 교류의 공부를 중시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증거들을 연구소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 창의적인 연구가 진행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건물 구조가 매우 개방적이었다. 건물 중앙이 뻥 뚫려 있고 창문이 투명해 어느 층 어느 곳에서나 다른 연구실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또한 외부인도 간단한 신분확인 절차만 거치면 연구실을 둘러볼 수 있었고, 연구원들은 방문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신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자유롭게 논의와 토론을 하여 아이디어를 모으는 일이었다. 이는 MIT 미디어랩이 '소통'을 학문, 공부의 핵심가치로 여기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왜 MIT 미디어랩에서는 토론을 통한 완벽한 '소통'의 공부를 중시하는 것일까? MIT 미디어랩의 부책임자인 히로시 이시의 얘기를 들어보자.

"MIT 미디어랩에서는 학생과 교수 사이에 상호작용이 많고 활발한 토론과 논의가 이루어집니다. 그 이유는 개인 혼자서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지성이 한데 모였을 때만 가능하고, 개개인의 독특한 사고가 한곳에 모이고 수정해나가면서 그 힘은 더욱 강력해집니다. 창의적인 개인들이 모여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비판하고 정보를 주고받아야 놀라운 결과를 얻게 됩니다. 이러한 논의와 비판적 사고 없이는 혁신의 장벽을 허물 수 없습니다."

이진하 씨를 비롯한 MIT 미디어랩 학생들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저희는 인간과 기술의 '소통'에 대해 연구하는 그룹이기 때문에 완벽한 발명이 나오기까지 머릿속에 넣고 기다리면 이게 실제 사용자들에게 선보였을 때 어떤 느낌을 줄지 상상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아이디어가 반만 이루어져도 다른 친구나 학생들 앞에 꺼내놓고 이에 대해 피드백을 받아요. 그러면 우수한 피드백을 순식간에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베이스로 그다음 단계의 기술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고 또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다음 단계의 기술발전을 이루고…. 그렇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거죠."

"독자적으로 새롭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을 교환하면서 발전시키죠. 생각을 교환하고 피드백을 받지 않고서는 어려워요. 우리 팀 내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팀과의 교류가 없었다면 우리 팀의 프로젝트들의 반 이상은 시작도 못 했을 겁니다."

좋은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프로젝트는 질문을 통한 끝없는 토론 속에서 생산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MIT 미디어랩. 그래서 혼자 하는 공부에 익숙한 이진하 씨는 처음 이곳에 유학을 왔을 때 이러한 분위기에 좀처럼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1년 동안 남의 의견을 듣기만 했고, 주변 사람들은 그런 그를 아무 생각도 고민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여겼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게 되었고, 그 과정 속에서 그 자체가 공부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지식에 대한 관점도 달라졌다.

"저 혼자 일방적으로 배우고 소유한 지식은 결국 제 것이 되지 못해요.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해야 자기의 것이 되죠. 이것은 어떤 학자가 한 얘기인데 사람들이 푸른 유리를 푸르다고 얘기하는 이유는 유리가 여러 가지 색을 통과시킬 때 다른 색은 전부 흡수하고 푸른색만 내뱉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이 유리가 푸르다고 하는 것이죠. 지식도 이와 비슷한 것 같아요. 우리가 지식을 소비한다고 생각했을 때 진짜 내 것이 되는 지식은 우리가 흡수하고 소비한 지식이 아니라 나를 투과시켜서 밖으로 내뱉을 수 있는 지식이 내가 진짜 가지고 있는 이해한 지식이라고 생각해요."

표현하는 것만이 자기의 지식이라는 것은 이진하 씨는 물론 MIT 미디어랩에서 공부하는 모든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끊임없이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고 검증받으며 해답을 찾아가는 학생들의 집단인 MIT 미디어랩에서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적인 미디어 융합 기술 연구소인 MIT 미디어랩이 질문을 통한 '소통'의 공부를 지향하는 것이다.

저자소개

정현모 프로듀서
< 주요 제작 작품 >
- KBS 스페셜 '앨런 가족 이야기'
- KBS 스페셜 '나의 아버지'
※ 다니엘 헤니의 "마이 파더"로 영화화
- 문화의 질주 10부작 시리즈 기획 연출
- KBS 스페셜 '동강 가수리 3년의 기록'
- KBS 스페셜 '서번트 신드롬'
- 세계 탐구 대기획 유대인 2부작
※'유대인의 공부'로 책 출간
- KBS 스페셜 / 추적 60분 / 환경스페셜 등 각종 다큐멘터리 분야 연출
< 주요수상 경력 >
- 방송통신위원회 선정
이달의 우수 프로그램상 다수 수상 등

남진현 프로듀서
< 주요 제작 작품 >
- 2011년 KBS 신년기획 2부작 "블루 이코노미"
- 미국 농부 조엘의 혁명
- 소비자 고발 "매트리스의 공포 등"
- KBS 스페셜 / 다큐3일 / 소비자고발 등 각종 다큐멘터리 분야 연출
< 주요수상 경력 >
- 방송통신위원회 이달의 우수 프로그램상
- 2007년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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