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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위원장이 신의주를 찾은 까닭은?

[한반도 브리핑]<109> 개성공단에 군침 흘리는 중국

북한이 남북관계 전면 차단 조치를 하나씩 실행에 옮기고 있다. 지난 24일 북한은 군사분계선을 통한 남한 주민들의 개성관광을 내달 1일부로 전면 차단한다고 통보해 왔다. 분단 56년여 만에 열렸던 경의선 철도도 다시 막혔다. 지난 11월 12일 북한 인민군이 12월 1일부터 남북 군사분계선 육로통행의 엄격한 제한·차단조치를 취하겠다고 통보한 지 12일만이다.

북한은 이미 판문점 적십자연락대표부를 폐쇄하고 판문점을 경유한 모든 남북 직통전화 통로를 단절한 바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북한이 "특례적 조치"로 폐쇄를 유보한 개성공단 뿐이다. 남북관계 전면 중단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아직까지는 예상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북한의 조치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전공지 → 단계적 실행 조치

분명한 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9월 5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불패의 위력을 지닌 주체의 사회주의국가이다'라는 담화에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입장과 태도는 북과 남의 화합과 대결, 통일과 분열을 가르는 시금석"이라고 규정한 후 북한이 단계별로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국면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기존의 방침을 고수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2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하나하나 사안에 매몰되지 말고 청와대는 큰 그림을 갖고 장기적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발언에 그쳤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장기적인 전략'이란 무엇일까?

첫째, 이명박 정부는 지난 10년간 북한이 '남한 길들이기'에 성공했다고 비판하면서 남북대화의 틀을 전면적으로 바꿔 '북한 길들이기'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즉 북한이 먼저 '비핵-개방-3000'구상에 호응해 올 때까지 '안정적인 관리' 내지 무시 정책을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 신의주 산업시설 시찰에 나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연합뉴스
특히 북미간 협상이 잘돼서 핵 폐기 단계로 진전될 수 있다면 결국 대북 지원이 가능한 국가는 우리와 일본뿐이고, 대규모 지원 의지를 가진 국가는 우리뿐이기 때문에 북한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우리와의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다. 이명박 정부가 "일희일비하지 않는 의연한 자세"를 강조하는 이유다.

둘째, 북이 아무리 통미봉남 정책을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한미동맹만 강화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미대화가 진행된다고 해서 무리하게 남북대화를 진행시킬 필요가 없고, 우리 정부가 배제된 북미관계의 획기적 진전 또한 힘들다는 것이다. 북미대화와 함께 남북대화도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은 강박관념으로 치부된다.

통미봉남이든 무엇이든 북미대화를 통해 핵문제가 해결될 수만 있다면 우리로서는 불리한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발언도 이같은 전제가 깔려 있다.

셋째,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해도 남측을 배제한 파격적인 북미대화 진전은 없을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목표로 해 외교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지만, 북한의 일탈행동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동원할 것이기 때문에 부시행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미공조의 틀에 갇힌 이명박 정부

이같은 이유로 이명박 정부는 남북대화 복원을 서두르고 않고 있다. 물론 보수적 지지층의 이반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북핵이든, 북미관계든 모든 게 제자리걸음할 것', '한미공조만 잘되면 북미관계도, 남북관계도 다 잘 된다'는 인식은 이미 김영삼 정부와 부시 행정부 1기를 거치면서 파산선고를 받은 낡은 사고다.

북미대화가 급진전될 경우 우리 정부의 역할은 철저하게 배제될 것이고, 북미관계가 악화되면 우리 정부는 대북압박에 공조할 수밖에 없게 돼 한반도에는 1990년대 초와 같은 긴장이 도래하게 것이다. 어느 경우라도 우리 정부가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와 자신이 많이 닮았기 때문에 한미공조가 잘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대북정책 면에서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의 기본목표는 다르지 않다. 그러나 대화와 협상을 앞세우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접근 방식은 부시 행정부와 크게 차이가 날 가능성이 크다.

한 예로 상대방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지도자를 '피그미'로 비하하는 대통령과 상대방과 직접 만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대통령 사이에는 엄청난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인식의 차이는 정책의 차이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결국 2009년 시작하는 북미협상의 출발선은 과거 어느 때보다 긍정적이며 북한과 미국이 문제해결의 의지와 기대를 갖고 있는 한 상당한 진전을 이룰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오바마행정부 시기 북미대화는 2000년 북미 공동코뮈니케에서 다시 시작된다고 판단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더구나 북한은 우리 정부와 미국에 대해 선택을 끊임없이 요구할 것이다. 북한은 이미 행동에 옮기고 있다. 북한은 우리 정부에 대북정책 전환과 남북관계 전면차단 가운데 하나를 택할 것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10.4선언 존중은 돈문제가 아니다

북한의 대남압박보다 더 염려스러운 대목은 우리 정부가 북한의 다음 행보에 대해 오판하고 있는 점이다.

김하중 통일부장관은 북한의 조치가 "기본적으로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과 대북전단 살포가 중지되지 않고 있는 것이 중요한 배경으로 보여지며. 최근 우리가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사실 북한을 계속 자극하면서 10.4선언 이행방안을 논의하는 대화에 나오라는 우리 정부의 태도는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라고 부르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화의 분위기 조성을 요구하는 북측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이런 개별사안이 문제가 아니라 북한이 주장하는 10.4선언의 이행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가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10.4선언 이행 문제가 나오면 돈부터 거론한다. 10.4선언 이행을 위해서는 14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데,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수정 없이 10.4선언을 전면 이행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10.4선언의 이행을 강조하는 것은 상호존중과 정치적 신뢰의 형성이다. 개별 경협사안은 오히려 부차적이고, 협의를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남북이 동시에 10.4선언 이행을 이야기하지만 강조점이 완전히 다른 셈이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사소한 것 같지만 실제 대응에서는 큰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

▲ 24일 북측 관계자들과 면담하기 위해 개성공단으로 들어가고 있는 입주기업 대표들 ⓒ연합뉴스
북중 경제외교, 북미 정치외교 활성화

그렇다면 북한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우선 관심의 초점은 북한이 과연 개성공단사업마저 포기하고 남북관계를 전면 차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단 북한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생산활동을 '특례로 보장'한다고 밝힌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기업의 생산 활동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북한의 다음 조치에는 개성공단 사업 중단도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3개월 전 북한의 한 관계자는 "개성공단은 중국기업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대남수출 거점"이라며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대안으로 중국기업 유치를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 축소 방침을 발표한 즈음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신의주 산업시설을 시찰한 것도 우연의 일치가 아닐 수 있다. 남북관계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메우려는 북한의 의도가 엿보인다.

둘째로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가 부시 행정부 후기의 대북정책을 계승한다는 측면에 주목해 초기부터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11월 초 오바마의 당선일 직후 뉴욕을 방문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12월 초에는 6자회담이 다시 가동될 예정이다. 내년 1월에는 북한 민간대표단의 미국 방문이 추진되고 있다. 3월에는 북한 국립교향학단의 뉴욕공연도 예고되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가 내년 1월 20일 취임한 뒤 100일 내 북한에 고위급 특사를 파견하게 되면 북미간 연락사무소 설치가 본궤도에 오를 것이다. 북한은 연락사무소 설치에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통미봉남(通美封南)이라는 용어를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상황은 북중간의 경제교류 활성화와 북미간의 정치적 대화 가속화로 치닫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여전히 '잃어버린 10년'을 되찾는데 몰두하면서 미국만 바라본다면 앞으로 4년간의 남북관계를 잃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물론 남북관계를 완전히 포기하고 '소신'을 지키는 것도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이명박 정부는 2년 이상 남북대화가 중단된 채 여론의 압력을 견딜 수 있을까? 과거의 역사적 경험은 '어렵다'는 쪽이다.

당연히 우리 정부도 외교안보 구상과 대북정책을 새롭게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북미협상에 적극적인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이라는 명분도 있다. 무엇보다도 신뢰를 잃은 통일외교팀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

사실상 존재하지도 않는 대북정책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변화된 상황에 맞게 조정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총체적인 대북정책의 전환은 북한의 압박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미국에 바싹 다가서면서 남측을 배제하려는 북한의 '이중전략'에 대한 가장 적절한 대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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