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적막강산' 된 금강산 관광, 그 우울한 10주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적막강산' 된 금강산 관광, 그 우울한 10주년

한반도브리핑 <107> 삐라만 '나부끼는' 남북관계 현주소

오는 18일은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1998년 이날 금강호의 출항과 함께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그동안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이 되어 왔다. 뒤돌아보면, 금강산 관광의 역사는 남북 화해의 역사와 일치한다. 남북관계가 직선적인 발전보다는 지그재그 형태의 발전을 보여 왔던 것처럼, 금강산 관광 역시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지속적인 발전을 해왔다.

금강산 관광은 초기 뱃길 밖에 이용하지 못해 수익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고, 2004년 민영미 씨 억류사건, 2006년 북한의 미사일 및 핵실험 등으로 인해 남한 내의 부정적 여론은 물론 미국으로부터도 중단하라는 압박을 받았지만, 그간 2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금강산을 다녀왔고, 이산가족들의 애타는 속마음을 얼마간 달래주는 장소가 되기도 했다.

더욱이 2003년에는 육로 관광이 실현되어 비용도 낮아지고 쉽게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와중에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불행한 사건이 터졌고, 현대아산의 수익성이 문제가 되어 사회적인 여론이 일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은 '더 쉽게, 더 저렴하게, 그리고 더 친근하게' 진전되어 조금의 불편함만 감수하면 누구나 다녀올 수 있는 여행길이 됐다. 특히, 올 3월부터는 개인이 승용차를 직접 운전해 금강산을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 썰렁한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 입경장 ⓒ연합뉴스

그러나 이처럼 발전하던 금강산 관광은 뜻하지 않던 사건으로 인해 현재 어려움에 부닥치고 있다. 지난 7월 일어난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인해 관광은 전면 중단되었고, 그에 따른 현대아산의 손실도 엄청나게 불어서 정부에 협력기금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간 금강산은 남북의 사람들이 어울리며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을 정도로 들썩거렸다. 날마다 수 백 명의 사람들이 그곳을 찾았고, 남과 북의 사람들이 이리저리 부딪히다 보니 이러저러한 사건·사고도 있었고,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남남북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사람이 살고, 어울리고, 부딪히면서' 만들어진 자연스런 현상이었고, 금강산을 통한 남과 북의 간접적인 통일 연습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관광이 중단되면서 사람도 없고, 사건도 없고, 밀고 당기는 승강이도 모두 없어졌다. 금강산이 아니라 '적막'강산으로 되고 만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시설도 문 한 번 열어보지 못한 채 건물만 달랑 남겨져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 정말 이렇게 변하고 만 것이다.

2006년 금강산 관광 살리기 운동의 추억

금강산 관광 중단은 남북관계 경색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길은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의 존중과 이행에 있다는 것은 이미 수없이 되풀이 되었다. 더구나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에 당선되고, 북미간의 접촉이 비공식적이나마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조건에서 남북관계의 복원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양 선언의 이행 그리고 조건없는 인도적 지원의 재개, 특사 파견을 통한 남북대화의 복원 등이 과제로 나서고 있다. 당연히 여기에는 금강산 관광도 재개도 포함되어야 한다. 양 선언이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 통일의 원칙과 그 구체적인 방도를 밝힌 것이라면, 금강산 관광의 재개는 화해·협력의 남북관계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06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관광이 위기에 처했을 때,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금강산을 살리기 위한 운동을 벌였고, 여기에 수많은 국민들이 호응했었다. 그 결과 금강산 관광은 비록 차질을 빚긴 했으나 전면적으로 중단되진 않았고,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삼아 더 나은 관광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관광 재개를 위해 노력하는 시민단체도 별로 보이지 않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도 없다. 남북관계의 복원은 당국간 대화의 복원이 핵심이지만, 그 못지않게 시민사회의 노력이 요구된다.

물론 당시와 지금은 남북관계를 대하는 정권의 성격이 달라졌고, 한반도를 둘러싼 객관적 조건도 달라져 있다. 그러나 화해·협력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필요성과 현실적 요구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변한 것이 있다면, 관광을 바라보는 정권의 태도와 또 그러한 정권을 맞이한 시민사회의 의지가 변한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의 재개는 경색된 남북관계의 막힌 고리를 하나 풀어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시민사회의 남북 화해·협력을 위한 노력과 의지를 변함없이 지켜내고, 발전시킨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의 재개는 정부의 선의만을 지켜보고 있을 수 없고, 또 오바마 당선과 같은 객관적 환경의 작용만을 무작정 믿고 있을 수도 없다.

금강산을 이대로 두고 남북의 경색을 풀 수 없다는 것은 정부, 그리고 시민사회가 본연의 태도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낙관할 수 없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갑을관계'적 사고 버려야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양측의 명분을 보면, 현실적으로 어느 일방의 양보로 재개되는 힘들어 보인다. 또한 국민적 힘을 앞세워 어느 한 쪽을 압박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명분은 지금 당장의 감정을 풀어낼 수는 있어도, 미래의 이익을 보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금강산 관광이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남북 양측이 명분을 앞세워 지금의 상태를 지속한다면, '윈윈'(win-win)은커녕 '제로섬' 게임도 못되는 상호 손실만을 안겨줄 뿐이다.

따라서 관광을 재개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선 관광을 다시 시작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일종의 '선(先) 재개 후(後) 개선'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관광을 중단한 남한에서 먼저 결단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먼저 관광을 아무런 조건없이 재개하면 현재의 관계 경색을 풀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재개를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책을 논의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이 문제에 대한 북한의 성의있는 의사 표시를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간의 비공식 대화 채널을 하루라도 빨리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이 적절하다. 오바마의 당선을 계기로 대북정책 전환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고, 관광 10주년을 맞이한 상징적 조치로서의 의미도 크다.

지금 남북 사이에는 삐라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팽팽하게 형성되어 있다. 북한 군부 인사들의 개성공단 시찰도 있었고, 개성공단 중단의 압박도 은연중에 벌어지고 있다. 과거 두 번에 걸친 서해 교전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지 않음으로써 신뢰의 끈이 끊어지지 않고, 결국에는 정상회담으로 결실을 맺었던 역사를 돌아보면, 금강산 관광 재개는 분명 지금의 경색국면을 풀고, 나아가 당국간 대화를 복원하는 데서 중요한 돌파구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수없이 되풀이 됐지만, 현 정부가 남북관계를 '갑'과 '을'의 관계로 사고하는 것은 전형적인 '우열과 승패 관계'로 남과 북을 바라보는 냉전적 인식이다. 금강산 관광의 재개는 이러한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되돌려서 남북을 동반자 관계이자, 공동 번영을 일구어가는 관계로 사고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변화 두려워 말아야

금강산 관광의 재개는 '변화'를 기치로 내걸고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오바마의 등장과 그로 인해 예상되는 북미관계의 변화를 앞두고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미 오바마의 등장 이후 예상되는 북미관계, 한미관계,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지형 변화에 대해 많은 논의들이 나오고 있다. 대체적인 예상은 북미관계의 진전과 한미관계의 삐걱거림으로 요약된다.

미국 입장에서 남북관계 경색은 미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변화에 남한을 수단으로 놓고, 비용부담을 전가시킬 수 있는 좋은 조건을 만들어주게 된다. 이미 김영삼 정권 시절 경험하지 않았던가.

오바마의 등장과 동시에 이미 북한과 미국은 비공식 접촉을 통해 서로가 만족스런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유일한 방도는 우리 역시 변화하는 것이다. 즉, 지금의 대북 정책을 변화시켜야 하고, 남북이 주도적으로 한반도의 변화에 참여하고 주체로서의 역할을 강화시키는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그 길은 남북관계의 진전밖에 없다. 금강산 관광 10주년을 계기로 이 작은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변화를 두려워하고서는 아무런 성과를 거둘 수 없다.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한 이러한 변화는 '소수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오바마의 당선과 금강산 관광 10주년을 계기로 변화를 위한 기회는 충분히 마련되고 있다. 그 기회를 잃지 말고, 우리가 앞장서서 변화를 이끌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금강산 관광 10주년을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할 시점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