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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주석궁에 탱크를 몰고가자' 타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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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주석궁에 탱크를 몰고가자' 타령인가?

[기고] 김정일 와병설에 대한 오버 액션들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설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평소 병력이 있는 뇌질환 계통의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라는 분석이 정설인 듯하다. 그러나 우리는 예기치 못한 사태를 보며 호들갑을 떨기보다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올바른 교훈을 찾는 게 필요하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교훈은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북한의 유일지도자가 쓰러질 경우 한반도 전체에 상상치 못할 후폭풍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실감케 했다는 점이다. 북한 지도자의 유고 상황이 먼 훗날이 아니라 이제 현실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따라서 향후 북한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철저하고 치밀한, 그러나 신중하고 적절한 대비태세를 갖춰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아울러 정부 차원의 준비가 혹여 당국자의 경솔한 발언이나 섣부른 공론화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

정부의 매뉴얼은 실제 상황 발생시 착오 없이 집행하기 위한 것이지 결코 떠벌리거나 소란스럽게 알려서 되는 일이 아니다.
▲ 판문점을 지키는 북한 군인들의 여유로운 모습 ⓒ연합뉴스

오버 액션 봇물

지나치면 항상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도 우리 사회엔 두 가지의 과도함이 존재했다.

우선은 지금의 상황을 섣불리 유사 급변사태로 확대 해석하는 움직임이다. 수술 후 회복 중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향후 권력체계의 변동과 후계자를 둘러싼 암투에 대해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마치 지금이 북한 급변사태의 전주곡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수령의 사망이나 유고가 아닌 복귀 가능한 와병 상황에서 군부와 당의 실세 그 누구도 권력투쟁이나 파벌싸움에 나설 수 없는 것이 북한의 특성이다. 복귀 후 정책결정과 통치스타일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해도 수령의 절대 권력이 전제된 시스템의 '보완'일 뿐 권력의 '분산'은 아직 불가능하다.

때문에 열병식 불참 이후에도 특이동향이 발견되지 않는 정황에서 북한의 급변사태를 대비해 개념계획 5029를 한미 합동의 군사행동이 가능한 작전계획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 앞서가는 오버 액션이다.

통일과정에 미군이 개입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주권과 상충되기도 하지만 한미 연합작전이 중국의 불안을 증폭시켜 오히려 통일에 장애가 될 수도 있는 작전계획 5029를 지금 강조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전형일 뿐이다.

급변사태 대망론

또 하나의 과도함은 급변사태 도래가 곧 축복이라는 순진한 기대이다. 주석궁 앞에 탱크를 밀어야 한다는 이른바 급변사태 만능론이다.

김정일 위원장만 사라지면, 북한 정권이 붕괴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주관적이고 감정적 접근은 사실상 현실과 매우 동떨어져 있다.

유일 권력자가 사라지고 안정적인 체제 전환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북한의 급변사태는 오히려 한반도 전체에 크나큰 불안 요인으로 다가온다. 예측 불가능한 권력엘리트의 혼란과 통제불능의 권력진공 상태, 대규모 난민사태와 중국의 개입 가능성까지 결합할 경우 북한의 급변사태는 우리가 원하는 통일을 결코 보장하지 못한다.

급변사태 대망론의 비현실성을 인식한다면 안정적인 권력 승계와 함께 차기 지도자의 리더십 하에 개혁개방과 권력 분산이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우리에게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이른바 점진적 연착륙론이 유용한 대안인 셈이다.

설사 급변사태가 도래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 상황을 적절히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하고 북한의 권력엘리트가 중국 아닌 한국에 우호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북한의 대남 의존도를 증대시킬 수 있는 꾸준한 남북관계의 필요성이 도출된다.

준비되지 않은 섣부른 급변사태 대망론이 아니라 북한의 안정적 체제변화를 유도하는 일관된 대북정책의 불가피성이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역설적 교훈이다.

* 이 글은 <한국일보>와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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