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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금 '파인튜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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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금 '파인튜닝' 중

中國探究 <2> 올림픽 이후 중국경제: 사업환경 변화와 대응 방향

올림픽 이후 중국경제의 향방을 둘러싼 논쟁이 베이징의 여름 날씨만큼이나 뜨겁다. 낙관론자들은 베이징 경제가 중국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대에 불과해 호불호를 떠나 올림픽의 효과 또는 충격 자체가 미미하다는 주장이다.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내수소비시장의 급성장 전망과 중서부지역의 막대한 개발수요도 낙관론의 근거로 꼽힌다.

비관론자들은 수년간 잠재성장률을 상회한 과열(overheated) 성장과 우려 수준을 넘나드는 물가 수치(CPI, PPI)를 거론한다. 이들은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있고 이제 중국도 글로벌 경기침체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비관론자들은 올 상반기에만 6만7000여 개의 기업이 도산했다며 이를 올림픽 밸리효과(valley effect)와 경착륙의 전조라고 한다. 낙관론자들은 세계의 자본과 기술이 여전히 중국으로 향하고 있고 중국의 자발적인 산업구조조정 노력을 볼 때 기업 펀더멘털과 지속발전 가능성이 양호하다는 입장이다.

낙관론과 비관론의 논쟁은 해묵은 논란거리 하나를 떠올린다. "중국의 급성장이 우리에게 기회냐 위기냐"는 것이다. 기회론은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 우리의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목하는 '13억 시장론'이다. 위기론은 중국기업이 강해지면 세계시장에서 우리를 제칠 것이라는 우려감에 무게를 두는 '샌드위치론'이다.

낙관론과 비관론, 기회론과 위기론은 동시에 놓고 보면 양 측면 모두를 관찰해 균형 잡힌 시각을 얻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양자택일의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어느 한쪽 시각에 빠져서는 중국을 제대로 볼 수 없으며 적절한 대응전략 수립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올림픽 이후의 중국 경제와 사업 환경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전망이 낙관적이냐 비관적이냐를 논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 기회냐 위기냐를 따질 일도 아니다. 그보다는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상황 인식이 필요하며 다가올 미래와 불확실성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자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중국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려면 정기적으로 나오는 경제지표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중국의 특수성과 복잡성에 착안하는 것이 보다 유효하다. 대개 다음과 같은 측면들을 고려할 수 있다.

투자와 소비 간 모순 문제가 있다. 투자수요는 2003년 이후 매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24%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지만 소비수요가 부진해 구조적인 왜곡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소비증가율이 명목상으로는 20%대를 유지하지만 가격요인을 제외하면 10% 초반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총공급과 총수요 측면의 불균형 문제도 있다. 치솟는 물가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초 핫이슈로 부상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화폐가치가 상승하고 실업률이 증가하는 디플레이션 현상도 겪고 있다. 여기에다 장기간에 걸친 과도한 무역수지 흑자와 자본유입으로 인한 국제수지 불균형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확장정책을 쓴다면 실업률은 줄일 수 있겠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게 된다. 긴축 일변도로 갈 경우 인플레이션 해소에는 도움이 되더라도 실업 문제를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최근 중국 정부가 이른바 '양방'(兩防; 경기과열과 물가상승을 동시에 억제)에서 '일보일공'(一保一控; 성장을 유지하되 물가도 억제)으로 거시경제 정책기조의 조정을 선언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살펴야 한다.
▲ 올림픽 기간 중국 상하이 한 상점의 모습 ⓒ베이징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결국 중국은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튀어 오르는 풍선처럼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풍선효과(balloon effect)를 겪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최근 여러 연구기관의 보고서들은 베이징올림픽이 중국경제에 있어 하나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점을 기정사실화하며 산적한 현안들이 조만간 터져 나올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 중국이 안고 있는 현안들은 처리하기 매우 어려운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보고서들은 중국이 앞으로 어떤 정책 대응을 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과 전망이 미흡하다. 중국 정부는 다양한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으며 또 실제로 그렇게 할 것이라는 점에는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지 않는 듯하다.

중국의 정책 대응은 '성장이냐 긴축이냐'처럼 어느 한쪽으로 쏠리기보다는 '파인튜닝'(fine tuning 미세조정) 내지는 '폴리시 믹스'(policy mix 정책조합)로 나갈 것이다. 급격한 경기 변동을 억제하며 성장과 안정이라는 복수의 정책목표를 동시에 이루기 위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상황에 따라 수시로 적용하려 할 것이다.

재정정책에서는 수출 증치세, 개인소득세, 이자소득세, 증치세 등에 걸친 조정 가능성이 예상된다. 중국은 과도한 수출억제 및 수출상품구조 조정을 위해 6차례에 걸쳐 수출 증치세 환급율 인하와 관세율 인상을 단행했으나 위앤화의 급속한 평가절상과 원자재 가격 폭등이 함께 맞물리면서 억제작용이 지나쳐 섬유방직업종을 중심으로 도산 위기에 내몰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수출 증치세 환급율은 최근 품목별로 11%에서 13%로 인상했지만 하반기 이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으며 앞으로도 시기에 따라 올렸다 내렸다 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소비 경기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개인소득세 기산점(현행 월 2000위앤) 인상 및 징수방식 조정을 검토할 것으로 보이며 물가상승으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점을 감안하면 개인 저축예금의 이자 소득세를 면제해주는 방안도 예상할 수 있다. 이 밖에 경기진작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될 경우 중국 내 모든 물품의 판매, 가공, 수리, 정비, 노무 등의 경제행위에 부과하는 세금인 증치세(부가가치세)의 개혁에 나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관측된다.

통화정책은 지급준비율, 위앤화 환율, 중소기업 대출지원 확대 등의 조치가 있다. 금리수단은 자칫 핫머니의 추가 유입과 기업금융 부담을 키울 수 있어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려 할 것이다. 중국인민은행은 과잉 유동성 해소를 위해 예금 지급준비율을 2007년 이래 15차례 올렸고 2008년 들어서만도 5차례 인상해 현재 법정 예금 지급준비율이 사상 최고 수준인 17.5%에 달한다. 하지만 금리에 손을 대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자 한다면 지준율은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

최근 경제 상황은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어 중소기업 대출을 늘여주고 정책성 전문은행을 설립하며 회계 상 비용처리 범위를 확대해주는 조치도 예상할 수 있다. 위앤화 환율은 올 들어 월평균 평가 절상률이 1%를 넘어서면서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급속히 상실되는 등 어려움이 가중돼 절상 속도를 줄이면서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올림픽 준비를 위해 쏟아낸 각종 규제성 조치 가운데 한시적인 것은 행사기간 종료와 함께 거둬들일 것이다. 최근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 새로운 규제성 조치를 내놓기보다는 이미 발표한 조치에 대해 집행을 확실히 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보면 올림픽 이후 경제추락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며 이미 시행 중이거나 발표한 정책의 강약 조절과 다양한 조합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로서는 동시 다발적 리스크 표출이라는 차원에서 최근의 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올림픽 이후 경제가 급추락하지는 않더라도 과잉과 과열의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며 고공 행진하는 물가와 임금, 원자재 값도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환경규제도 지속적으로 기업들을 옥죌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들은 기업의 비용을 지속적으로 상승시켜 이윤의 슬림화가 심화될 것이다.

차이나 리스크의 파고를 넘으려면 우선 정책예측 능력을 키우고 준법경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제도는 큰 틀의 변화는 많지 않겠지만 미세조정 내지는 적용의 수위조절 가능성이 높아 법적, 제도적 변화에 눈과 귀를 열어두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유망한 분야보다는 경험 있는 분야, 새로운 경영모델의 적용이 가능한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중국 정부가 이른바 '조화로운 사회(和諧社會)'의 건설을 표방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기업의 대정부 관계(GR)도 중요한 과제이다.

통섭(統攝; Consilience)과 인서셔닝(Insertioning) 전략은 중국사업의 완성도를 결정적으로 높여줄 것이다. 통섭은 서로 다른 성질의 것을 통합해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며 인서셔닝은 시장과 산업의 공백 부분에 중국엔 아직 없지만 외국에선 성공이 입증된 새로운 요소를 끼워 넣어(insert) 시장에서 자리 잡는 것(positioning)이다. 과거 한국에서 성공한 많은 기업들이 일본 또는 기타 선진국을 쉴 새 없이 드나들며 새로운 시스템과 요소들을 국내로 들여온 것도 통섭과 인서셔닝의 시도였다.

종래 중국 내 사업 환경이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면 이제는 집채만한 파도를 앞에 두고 서핑(surfing)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천길 물속으로 가라앉을 것이고 변화에 올라타면 시장의 리더가 될 것이다. 이도저도 아니지만 거친 물살을 가를 자신이 없다면 다른 물가로 가는 것이 현명한 대책이다.

필자이메일:chinapark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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