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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사재혁, 막판 등장해 金 들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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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사재혁, 막판 등장해 金 들고 '끝'

이배영 한 풀고 16년만에 올림픽 금메달

사재혁은 제일 늦게 나왔다. 다른 선수들이 190kg대를 들다가 실패하거나 세 번의 기회를 다 써버려 '정리'된 후, 그제서야 1차 시기에 임했다. 그리고 201kg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2차 시기에서 곧바로 금메달에 도전했다. 평소 기록보다는 낮지만 우선 금메달을 확보하기 위해 203kg을 신청했다. 성공하면 중국의 리훙리와 동률이 되지만 몸무게가 더 가벼워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베이징 항공항천대학체육관에 마련된 역도 플랫폼에 오른 사재혁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바벨을 가슴까지 단숨에 들어 올렸다. 그리고 1~2초 후 기합을 넣으며 머리 위까지 번쩍 들어 올려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 역도 사재혁의 금메달 획득 순간 ⓒ로이터=뉴시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전병관이 금메달을 딴 뒤 16년만에 처음으로 역도에서 나온 금메달이었다. 부상 때문에 쓰러지면서도 끝까지 바벨을 놓지 않아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69kg급 이배영의 하루 전 눈물을 씻어주는 순간이기도 했다.

13일 77kg급에 출전한 사재혁은 먼저 치러지는 인상 경기에서 1등을 하지 못했다. 2차 시기에서 자신의 한국 기록(162kg)을 1kg 늘린 163kg에 성공했지만 거기서 그쳐야 했다. 반면 중국의 리훙리는 168kg을 성공, 사재혁을 5kg 차로 따돌렸다.

그러나 용상에서 리훙리는 사재혁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3차 시기에서 198kg을 성공하며 경기를 마무리했지만, 그 때까지는 나타나지도 않았던 사재혁이 1차 시기에서 201kg을 들어 2kg 차로 바짝 추격했고, 2차 시기에서 동률을 만들어 버리는 바람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역도 경기의 묘미를 그대로 보여 준 한 판 승부였다.

이 체급에는 사재혁의 대표팀 선배인 선수 김광훈도 같이 출전했었다. 그러나 김광훈은 용상에서 리훙리보다 2kg 무거운 200kg을 들었지만, 인상에서 155kg 밖에 들지 못하는 바람에 4위에 그쳤다. 그러나 김광훈은 리훙리를 보이지 않게 견제하는 역할을 맡아 후배의 금메달 획득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물 세 살의 사재혁은 잦은 부상과 네 차례의 수술이라는 고난을 극복한 한국 역도의 기대주다.

사재혁은 시상식이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2003년 한국체대에 입학한 뒤 어깨 수술을 네 차례 하면서 2년 가까이 공백기가 있었다"며 "한때 운동을 그만둘까도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이어 "부상 때문에 공백도 길고 재활도 힘들었다"며 "하지만 운동을 그만두는 것이 너무 아쉬웠고 기록도 아까워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무릎, 어깨, 손목, 팔꿈치 등 부상을 이겨낸 사재혁은 2007년 코리아컵 왕중왕 대회에서 한국신기록을 네 차례 갈아치웠고, 같은 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용상 3위를 차지하며 올림픽 금메달을 예고했었다.

사재혁의 금메달은 지난 10일 여자 53kg급 윤진희의 은메달에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 두 번째 나온 역도 메달이다. 한국 역도는 16일 장미란이 출전하는 75kg 초과급 경기에서 또 한 번 금메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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