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MB, 5년 내내 남북대화 단절시킬 거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MB, 5년 내내 남북대화 단절시킬 거냐"

한반도브리핑 <93>10.4선언 이행은 금강산 사건 해결의 길

남북관계가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7월 11일 발생한 금강산 피격 사건은 아무런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장기화되고 있다. 정부는 당분간 남북관계가 더 경색되더라도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이라는 최소한의 요구를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지난 8월 3일 조선인민군 금강산 지역 군부대 대변인 특별담화를 통해 진상규명을 위한 남측의 현장 조사 요구를 재차 거부하고 금강산 관광지구에 체류중인 '불필요한 남측인원'을 모두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 당국간 대화 조기 복원 어렵다

금강산 사건의 해결이 늦어지면서 올해엔 남북 당국간 대화가 열리기 어렵게 됐다. 자칫 이명박 정부 임기 내내 남북대화가 중단될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까지 우려된다. 지난 5월 방북 때 만난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고위간부는 "남측이 대북 발언에 신경을 쓰면서 좀 더 신중하게 남북관계에 접근해야 한다"며 "잘못되면 5년 내내 남북대화가 막힐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인해 중단된 금강산 관광이 장기화 할 조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현지에 근무하던 조선족 여성 등 40여명이 4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로 나온뒤 귀국길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

금강산 사건이 돌출 됐지만 남북대화 중단의 근본 원인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10.4선언의 이행 여부다.

이명박 대통령은 7월 1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남북 간에 합의된 7.4공동성명, 남북 기본합의서, 비핵화 공동선언, 6.15공동선언, 10.4정상선언을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지에 관하여 북측과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라며 처음으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언급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10.4선언 언급이 아니라 후속조치였다. 이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10.4선언을 언급했지만 청와대 외교안보팀이나 통일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협의하거나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은 것이다. 한마디로 말뿐이었다는 셈이다.

8월 4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발언도 정부의 대북정책에 아무런 실행계획이 세워져 있지 않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줬다. 유 장관은 "정부 입장은 10.4 선언과 6.15선언, 남북 기본합의서 등 제반 남북 합의를 갖고 남북한이 직접대화를 하자는 것"이라며 기존 남북 합의를 이행할 것인지, 유보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북한 핵문제의 진전 정도 △사업의 경제성 여부 △한국의 재정 능력 여부 △사업에 대한 국민적 합의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 2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제시한 대북정책의 방향과 지표를 그대로 반복한 것일 뿐 한 걸음도 진전된 내용이 없다. 특히 유 장관은 남북 직접대화가 10.4선언의 이행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기존 합의에 대한) 리뷰(재검토)를 하자는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어 정부의 속내를 드러냈다.

10.4선언의 전면적 이행을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정부는 왜 남북정상회담의 합의인 10.4선언의 이행을 주저하는 것일까? 노무현 정부와의 차별화 시도라는 것을 별개로 한다면 두 가지 조항이 걸리는 듯하다.

첫째는 10.4선언에 담긴 경의선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 등 남북경협사업을 '퍼주기'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외교안보팀은 개성공단·관광과 금강산 관광을 단순히 어려운 북한을 도와주는 '동정과 시혜'의 차원으로 보고 있다. 북핵 문제와 남북경협을 연계시켜야 한다는 인식은 여기서 비롯됐다.

둘째는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해 10.4선언에 담긴 "3자 또는 4자 종전선언"을 문제조항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외교안보팀은 종전선언이 북한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항으로 반드시 북핵 폐기와 연계시켜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10.4선언의 경협 사안 민간에 넘기면 풀려

그러나 이같은 인식의 적실성 여부를 떠나 이것이 10.4선언 이행을 주저케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우선 10.4선언에서 합의한 조선 등 대다수의 경협사업은 남측 기업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사업의 경제성 여부는 전적으로 기업에 일임하면 된다. 정부의 재정이 투입되는 경의선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 해주개발 사업 등의 경우 정부가 추진할 의사가 없다면 대운하 사업에서의 아이디어처럼 민자를 유치하면 된다. 이미 이 사업에 관심을 표명한 해외기업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둘째, 종전선언의 경우 어떤 점이 문제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부시 미 대통령이 2006년 11월 하노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원래 3자 평화조약을 제안했는데, 노무현 정부가 이를 수정해 종전선언으로 제의, 합의한 것이 문제인지, 평화조약을 제안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지를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이다. 전자가 문제라면 북한 측도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10.4선언 이행과정에서 평화조약으로 수정하면 되고, 후자가 문제라면 먼저 부시 행정부와 협의해야 할 사안이 된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10.4선언의 이행을 늦출 아무런 명분이 없는 셈이다. 기존 합의의 재검토를 위한 남북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큰 틀에서 10.4선언의 이행을 선언하고, 구체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조항에 대해서만 단계별로 추진하거나 남북협의를 통해 수정하면 되는 것이다.

10.4선언의 이행이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가 '10.4선언을 존중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지 않을 경우 금강산 사건 자체도 아무런 해결책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내내 남북대화를 사실상 포기하고 원만한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북미관계 정상화가 임기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남북대화의 문을 완전히 걸어 잠그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남북관계는 김영삼 정부 시절로 후퇴하게 된다.

반대로 정부의 표방대로 '상생과 공영의 남북관계'를 실제로 추구한다면 근본적으로 사고와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고, 그 출발점은 10.4선언의 이행 선언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이것의 구체적인 실행방법으로는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 '베를린 선언'을 통해 남북대화 복원에 성공한 사례를 원용할 필요가 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과의 물밑접촉을 통해 대북 포용정책의 핵심내용을 설명한 후 베를린 선언의 초안을 북한에 사전에 전달해 검토하도록 하고, 이를 정부의 공식입장으로 발표해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이명박 정부도 실행계획이 없는 발표나 선언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북한과의 물밑접촉을 통해 의제나 협의내용을 사전 조율한 후 특사 파견이나 '변화된 대북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현대아산 윤만준 사장 ⓒ연합뉴스

금강산 사건 해결의 주체는 현대아산과 아태

10.4선언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분명한 입장이 나온다면 금강산 사건도 해결 가닥을 잡을 수 있다. 10.4선언 이행을 전제로 금강산 사건을 푸는 현실적 해법은 한 가지 밖에 없는 듯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금강산 관광은 남측의 현대와 북측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가 합의한 남북 협력사업이다. 따라서 금강산 사건의 해결도 현대아산과 아태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

지난 5일 고 정몽헌 회장 추모식을 위해 금강산을 방문했다 귀환한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북측 인사를 만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현대아산은 금강산 현지 직원과 북측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의 일일 면담을 통해 대화를 시도하고 베이징 지사를 통해 북측과 접촉을 시도하는 등 해결점 찾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그러나 현대아산이 나서 금강산 사건을 풀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분명한 협상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가 당국 차원의 공동 현장조사를 고집할 경우 현대아산은 아태 관계자를 만날 수도 없고, 설사 만난다고 해도 진전된 협의를 진행할 수 없다. 최근 북한의 한 고위관계자는 "북측에서는 이번 금강산 사건을 우발적인 사건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북측의 아태와 현대아산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북한에서도 대화를 통해 금강산 사건을 조속히 해결하려는 의지는 있는 듯하다. 다만 조선인민군 금강산 지역 군부대 대변인 특별담화를 통해 북한의 공식입장이 나온 상황에서 북한의 속성상 양보안의 폭은 크지 않다.

가능한 해법은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 사업을 실무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명승지개발지도국 또는 계약주체인 아태 관계자와 현장 공동 방문을 추진하는 것이다. '공동 조사'라는 말을 쓰지 않고, 현대아산 관계자와 남측의 정부 당국자가 아닌, 정부 당국이 신뢰할 수 있는 실무자가 함께 포함된 방문단이 사건 현장을 조사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아산은 민간인이 관광지역을 벗어나 군사통제구역에 들어간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북측의 아태는 민간인이 피격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방식이다. 현대아산과 아태 사이에 접점이 마련되면 재발방지를 위한 후속조치가 필요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남북 대화 창구가 복원될 수 있다.

이에 대 전직 청와대 외교안보팀의 고위관계자는 "북측이 이 같은 방식에 동의한다면 대단히 전향적인 것이고, 우리 정부에서도 검토해 볼 만한 해법"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 해법에도 몇 가지 유동적인 변수가 있다. 우선 방문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이것에 대해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둘째는 북측 협의대상인 아태의 금강산관광 담당 간부가 현재 실각한 상태라 협의라인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셋째는 아태의 유감 표명을 우리 정부가 북한 당국의 공식 유감 표명으로 수용하느냐 하는 점이다.

이러한 변수에도 불구하고 현대아산과 아태가 나서는 것이 현 시점에서 남북이 한발씩 물러나 현실적으로 금강산 사건을 종결지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인 것은 분명하다.

'현실'과 '명분' 사이에서 1차적인 선택은 이명박 정부에 있는 듯하다. 이명박 정부는 금강산 사건을 조기에 수습하고 10.4선언의 단계적 이행을 통해 남북관계를 정상화할 것인지, 임기 내내 남북대화의 문을 닫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