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정부 기관인 미 국립지리원 산하 지명위원회(BGN)는 지난주 독도를 한국의 영토로 표기해오던 기존의 관행을 버리고 '주권 미확정 상태'(Undesignated Sovereignty)로 바꿨다.
정부, KBS 제보에 손 놓고 있다 '일격'
27일 현재 미 지명위원회 홈페이지 지명검색란(☞바로가기)에 'Liancourt Rocks'(리앙쿠르 락스)를 입력하면 특정 국가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지역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주까지만 해도 미국이 독도에 대한 중립적인 표현이라고 여기는 리앙쿠르 락스가 속해 있는 국가는 '한국'으로 되어 있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같은 변경이 지난 25일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리앙쿠르 락스를 검색하면 종전에는 그 변형 표현으로 독도(Tok-to)라는 이름이 지명위원회 표기 기준으로 먼저 나왔으나, 변경 후에는 독도가 다케시마(Take sima와 Take-shima, 독도의 일본명) 뒤로 밀려났다.
이에 대해 주미 한국대사관은 지명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한 후 "독도에 대한 중립적인 명칭인 리앙쿠르 락스로 표기하는 것과 관련된 방침에 따라 데이터베이스를 단순히 정리한 것이라는 1차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외교부 대변인이 밝혔다.
그러나 대사관의 이의 제기는 '뒷북 대응'이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한국 정부가 미 지명위원회의 표기 변경 움직임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KBS>는 26일 "지난주 지명위원회가 독도의 한국령 표기를 바꾸려 한다는 제보를 받고 이를 정부 관계자에게 통보하면서 대응을 요청했다"라며 "그러나 정부 당국은 그동안 공식 대응을 미루다 어제 표기가 바뀌었다는 KBS의 통보를 받고서야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대변인은 "현재 주미대사관을 통해 정확한 배경을 확인 중에 있으며 미 정부 관계자 접촉 등을 통해 독도 영유국 표기 관련 노력을 경주할 예정"이라고만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런 변경 사항은 미국이 사전에 통보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외교력이랑 상관없다"라며 "그러나 원상 복구 여부는 외교력과 관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외교부는 제2차관 밑에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대처하기로 했다.
한편 <서울신문>에 따르면, 일본 중학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문제가 명기된 것과 관련, 항의의 뜻을 표하기 위해 귀국한 권철현 주일 대사가 이번 주 슬그머니 일본으로 귀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들, 정부에 '집중포화'
야당들은 이번에도 이명박 정부의 '외교적 무능력'을 질타했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27일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모르겠다"며 "'어떻게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는지 경위를 파악 중'이라는 주미 한국대사관의 답변이 더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어떻게 국민들에게 정부를 믿고 따르라고 말씀하시겠나"라며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대한민국 정부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제일 먼저 달려간 나라인 미국이 전략적 동맹관계인 대한민국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우리 영토인 독도를 주인 없는 암석으로 바꿔버렸다"며 "국민은 그래도 이 정권이 미국과의 관계만은 개선을 했구나 싶었는데, 이명박 정권의 외교력의 현주소는 어디인가"라고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아세아안보포럼(ARF)에서 금강산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와서도 '10.4 선언을 빼는 과정에서 금강산도 빠졌다'며 거짓말을 하다 외신 때문에 들통이 나더니 미국으로부터는 독도가 한국 땅이 아니라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고 있다"며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고 떼를 쓰며 우기는 것보다 더 서글픈 소리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부에게 더 이상 국민은 사랑과 신뢰를 보낼 수 없음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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