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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들이여, 단호히 'NO'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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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들이여, 단호히 'NO'하라"

[해외발언대]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공짜 점심

미국 하원이 주택시장 및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양대 국책모기지(주택담보대출)업체에 대한 긴급구제 방안을 통과시켰으나, 이를 비웃듯 바로 다음 날인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모두 폭락했다. 25일 국내 코스피 지수도 뉴욕 증시의 폭락 소식 등에 영향을 받아 28.21 포인트나 급락하면서 1600선이 다시 붕괴됐다.

뉴욕 증시 폭락은 미국의 주택판매 지표가 10년래 최저치라는 소식에 이어 '채권왕'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주택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금융권 자산 상각이 1조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시작됐다.

핌코의 주장은 현재 금융권 상각은 4679억 달러 수준이라는 점에서 아직 금융권 부실 상각이 끝나려면 멀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모기지 구제금융 정도로는 해소되기 힘든 시장의 근본적인 불안이 다시 도지며 급락장을 이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패니매 등 모기지업체에 대한 지원책에 대해 비판이 거세다. ⓒ로이터=뉴시스

게다가 모기지 구제금융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에 대한 비판도 고조되고 있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흔히 국책 모기지업체로 불리지만, 정부가 반드시 보증해야할 정부기관이 아닌 민간업체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무제한의 지원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관련 기사: 미국 월街는 사회주의? )

스티글리츠 "책임도 지지 않고, 조직 재정비도 없는 구제책은 용납 못해"

특히 국제경제학계의 거목 조지프 스티글리츠 콜럼비아대 교수가 침묵을 깨고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미국 정부의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글을 이날 파이낸셜 타임스(FT)에 기고해 주목된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책은 규제는 하지 않고, 이득은 주주와 경영진, 채권자들이 향유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납세자에게 백지수표를 쓰라고 요구하는 격이라며, 조직 재정비가 따르지 않은 구제책은 장기간의 모럴 해저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의회예산국(CBO)는 최근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해 일단 2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으나, 주택시장이 악화되면 1000억 달러 이상 추가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다음은 'Fannie's and Freddie's free lunch'라는 글의 주요내용(원문보기)이다.<편집자>

미국 정부가 이익은 사유하고, 리스크는 공공이 떠안는 회사를 출범시키려 하고 있다. 정부의 구제금융안은 자유시장의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정부가 장기간에 걸쳐 야기할 모럴 해저드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사회화하려는 것이다.

구제금융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이들 기관들이 파산하도록 내버려 두기에는 너무 크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파산하지 않도록 규제할 책임이 있었다는 말이다. 세상에 어느 보험사가 적절한 화재방지 시설을 요구하지 않고 보험을 제공하는가. 자율규제에 맡기지 않는다. 그런데 정부가 금융시스템에 대해서 이런 짓을 하고 있다.

파산하도록 내버려 두기에는 너무 크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공개적으로 뒷배를 봐주겠다고 하는 업체라면 그에 걸맞는 기본적인 규정에 맞도록 조직을 재정비하지 못할 정도로 비대하지는 않다.

우선 완전히 투명한 경영으로 납세자들이 어떤 위험을 안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 책임경영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 경영진, 주주, 채권자 등 실패에 책임이 있는 자들은 그 대가를 감수해야 한다. 주주가 보호받는 한 납세자는 한 푼도 물어줘야 할 이유가 없다. 또한 납세자는 떠안게 될 리스크에 대해 보상이 따라야 한다.

납세자에게 또다시 백지수표 강요하는 미국 정부

베어스턴스(미국의 5대 투자은행)에 대한 구제금융 과정에서 이런 원칙들은 모두 훼손됐다. 베어스턴스에 대한 규제에는 실패하고, 구제하는 데는 팔을 걷어붙였던 똑같은 정부가 이번에는 미국인들에게 백지수표를 쓰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믿어주세요"라고 말한다. 그렇다. 이 정부가 납세자들에게 또 물을 먹일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

많은 미국인들이 상환 능력을 벗어나는 대출을 받았다는 문제의 핵심에서 모두가 동의할 해법을 찾아보자. 우리는 그들이 집을 잃지 않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부실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이 감소하면서 금융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준다.

주주들이 투자금을 잃는 것에는 신경쓸 것은 없다. 그들은 예전에 이미 충분한 대가를 챙겼다. 주주들이 승인한 경영진 보수체계는 과도한 리스크 테이킹을 고취시키도록 설계됐다. 주주들은 요구한 것을 얻었다. 채권자들이 돈을 잃는 것도 신경쓸 게 없다.

채권자들은 감독에 소홀해 주택시장 거품이 커졌고, 우리 모두 대가를 치르고 있다. 주택을 구입하고 싶은 사람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주택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유지하는 것은 신경을 써야 한다. 지금까지 제시한 방식으로 처리하면 필요한 유동성이 확보될 것이다.

경제학의 기본법칙은 공짜 점심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호화 파티를 즐겨온 사람들과 정부가 지금 납세자들에게 계산서를 들이밀고 있다. 우리는 단호하게 'NO'라고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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