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2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는 첫 번째 공식 반응을 내놨다.
동시에 북한은 남측 정부 당국의 대북 전화통지문 수신을 일단 거부함으로써 사태의 추의를 관망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정부 진상 조사 활동 거부
금강산 관광의 북측 관리 당국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은 이날 저녁 7시 대변인 담화를 발표해 사망 사고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관광객이 "비법적으로" 군사통제구역 안에 들어왔기 때문에 발생한 사고였다며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남측은 이에 대해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하며 우리측에 명백히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정반대의 사태 인식을 드러냈다.
담화는 또 "남측 당국이 일방적으로 금강산관광을 잠정 중단하도록 한 것은 우리에 대한 도전"이라며 "남측이 이번 사건에 대해 올바로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때까지 남측 관광객을 받지 않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화는 이어 "사고 경위가 명백할 뿐 아니라 이미 사고 발생시 현대측 인원들과 함께 현장 확인을 한 조건에서 남측이 조사를 위해 우리측 지역에 들어오겠다고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의 진상 조사를 거부한 것이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진상 조사단 파견 의사를 밝힌 정부의 대북 통지문 수신을 사실상 거부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통지문 전달을 위해 오전에 북측과 2차례 전화접촉을 했으나 (전화를 받긴 했지만) 북측 연락관이 통화에 응하지 않았고, 오후에도 2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남측 여론 살필 듯
북한이 현대아산의 파트너격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명의로 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번 사건을 현대아산과 명승지지도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축소시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부 전통문을 받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명승지지도국의 위상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고위층의 상황 판단에 따라 향후 변화된 대응이 나올 가능성은 있다. 북한군과 관련된 사건이기 때문에 군부의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는 전통문 거부도 지도부가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날 담화가 당국의 공식적인 반응이었고, 이 사건에 대한 북한의 기본 시각을 보여준 것이라는 점에서 입장이 변할 여지는 그리 많지 않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강한 거부감도 북한 지도부의 선택지를 좁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사태의 장기화를 예상하면서, 북한 지도부가 남측의 여론 흐름에 따라 상황을 판단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화해협력 정책을 지지하는 남측 민간단체나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등도 북한의 즉각적인 사과와 진상 조사 협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판단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문 공개로 대북 압박
한편 정부는 북측이 전통문 수신을 거부하자 전통문 전문을 공개하는 조치를 취했다. 북한의 수령이 있기도 전에 전통문을 공개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는 "북측 초병의 총격으로 우리 측 관광객이 사망한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관광객으로 간 민간인에게 이러한 일이 일어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적시했다.
또 "(박 씨가 총격을 받은) 새벽 5시경이면 육안으로도 사람을 충분히 식별할 수 있는 시간대인데,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은 여성 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로서 충격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경위와 진상을 철저히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이에 따라 우리 측은 정부 당국자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금강산 현지에 긴급 파견하고자 한다"며 "귀측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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