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김 씨는 남편이 차를 끌고 출근하는 탓에 낮 동안 자동차를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내 곳곳에 있는 무인 차량 보관소에서 차를 빌려 사용한다. 이용료는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된다. 김 씨가 아이와 세 시간 정도 외출하느라 서비스를 이용할 때 드는 비용은 기아자동차 '레이' 기준으로 약 1만5000원.
#2. 서울시 마포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박 아무개(28) 씨도 카셰어링 서비스의 팬이다. 자가용이 없는 박 씨는 주로 밤에 여자 친구를 집까지 데려다 주려고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한다.
박 씨의 여자 친구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거주한다. 원래 택시를 이용해서 데려다 줬지만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해 한 시간 정도 차를 빌리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신도 차를 타고 귀가할 수 있어 편리하다. 한 시간 동안 차를 빌리는 비용은 기아자동차 '레이' 기준으로 약 5000원.
카셰어링이 화제다. 3일 서울시가 내달부터 시 차원의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서울 시민은 편리하게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오는 2월 20일부터 시내 292개 주차장에서 카셰어링 차량 492대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김 씨와 박 씨가 카셰어링 서비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카셰어링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이유는 편리함과 경제성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해 해당 업체의 누리집에 회원으로 가입만 하면 누구나 실시간으로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렌터카는 보통 하루 단위로 빌려야 하지만 카셰어링 서비스는 최소 30분 단위로 이용이 가능해 경제적이고 편리하다.
또 카셰어링 서비스는 렌터카를 빌릴 때와는 달리 지점에서 보험 서류 등의 각종 서류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 카셰어링 서비스 업체의 누리집에서 회원으로만 가입하면, 연회비 지불 여부에 상관없이 사고 시 보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미리 받은 회원카드를 가까운 무인 차량 보관소에 비치된 자동차에 갖다 대면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세계적인 카셰어링 서비스 업체인 '집카'(Zipcar)가 보유한 전기 자동차. ⓒ연합뉴스 |
하루 23시간 주차장에 방치되는 자동차…'소유' 아닌 '공유'가 해답
이런 카셰어링 서비스가 과연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까?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시작한 카셰어링 서비스를 놓고도 냉소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자동차가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보여주는 수단으로 인식되는 문화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과연 카셰어링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냉소적인 시선에도 카셰어링 서비스를 밀어붙일 이유는 충분하다. 왜냐하면 카셰어링 서비스는 단순히 렌터카 서비스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서는 많은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카셰어링 서비스는 '박원순 스타일'의 서울시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9월 20일 "품앗이와 두레 등 오래된 우리의 공유 문화를 도시 차원에서 되살려야 한다"며 "이런 공유 문화의 부활은 자원 활용 극대화로 예산을 절감하면서도 실종된 공동체 문화를 회복하고 산적한 도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서울시를 '공유 도시'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었다.
카셰어링 서비스도 이런 공유 도시 건설 계획의 한 부분이다. 카셰어링 서비스처럼 자신이 소유했지만 사용하지 않는 자동차, 주차장, 빈방, 의료 장비 등을 필요한 사람과 나눠 써 그 가치와 효용을 높이자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4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박원순 시장의 공유 도시 건설의 일환으로 카셰어링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의 자동차 소유자 10명 가운데 2명 정도가 주말에만 차를 운행한다. 전국 자동차 운전자의 하루 평균 운전 시간은 1시간에 불과하다. 상당수의 자동차가 하루 23시간 동안 주차장에 방치돼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셰어링 서비스가 효과적으로 정착한다면 효율적인 자동차 이용이 가능해지면서, 박원순 시장이 의도하는 공유 문화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한국보다 공유 문화가 빠르게 정착한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카셰어링 인구가 지난 2010년에 105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2003년(9만6000명)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세계 최대의 카셰어링 운영 회사로 미국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인 집카(Zipcar)의 회원 수는 65만 명을 넘었다.
많은 수의 시민이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면 한국에서도 이처럼 대규모의 회원이 양산될 수 있다. '쏘카'와 함께 서울시 카셰어링 서비스업체로 선정된 '그린포인트 컨소시엄 그린카'의 박미선 팀장은 "그린카의 회원 수는 현재(4일) 기준으로 7만7000명이다. 서울시의 카셰어링 서비스 도입 후 회원 수가 20만 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 예상한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공유 경제가 활발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카셰어링 서비스의 상용화를 촉진할 수 있는 서비스 '릴레이라이드(RelayRides)'가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됐다. 이 서비스는 개인 간 차량 공유를 중개한다. 차 소유주와 대여자가 직접 이용료와 대여 기간을 합의한다. 그러나 한국은 여객 자동차 운수 사업법상 돈을 받고 자가용을 빌려주는 일은 불법이다. 법제도 개선이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는 카셰어링 서비스 외에도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 공용 시스템(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 중 낮에 비는 공간을 이웃과 공유하는 방법), 도시 민박(주민이 직접 가정집을 숙박업소로 운영하는 방법), 마을 책꽂이(주민 간 책을 공유하는 방법) 등을 공유 도시 만들기의 일환으로 시행 중이다.
▲ 지난해 10월 13일 오후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에서 열린 TEDxCity 2.0 강연 컨퍼런스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유 도시 서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자동차 중독 사회, 카셰어링 서비스가 해독제!
카셰어링 서비스의 긍정적인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중독 사회가 낳는 여러 가지 문제를 카셰어링 서비스가 일부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카셰어링 서비스의 활성화는 자동차 문화를 바꾼다. 카셰어링 서비스는 자동차 이용 빈도수가 낮은 사람이 기존 자동차를 처분하도록 유인할 수 있다. 신규 차량 구매자와 보조 차량 구매자도 차량 구매를 포기하게 해 장기적으로 자동차의 총 통행 거리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카셰어링 서비스 이용자는 쓸데없이 자동차를 운행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미국교통연구원(TRB)이 2007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카셰어링 차량 1대가 유럽에서는 일반 차량 4~10대, 북미에서는 6~23대를 대체한다. 카셰어링 차량 1대가 최대 23대까지의 일반 차량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카셰어링 서비스 이용 유럽인의 23~26.2퍼센트, 북미인의 12~68퍼센트가 자동차 구매를 연기하거나 포기했다.
자동차 때문에 나가는 돈도 줄어든다. 집카의 분석을 보면, 개인 차량 이용 시 월 90만 원이 소요되지만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면 월 최저 4만~38만 원이 든다. 차량 소유에 따른 비용(구매 비용, 세금, 보험료, 유류비, 주차비, 정비비 등)이 절감돼 경제적 부담이 완화되는 것이다. 이는 저소득층을 포함한 자동차 미보유자의 이동성 향상이라는 순기능도 가져온다.
카셰어링 서비스는 환경 개선에도 기여한다. 자동차는 각종 대기 오염 물질과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는 온실 기체 이산화탄소 등을 배출한다. 카셰어링 서비스로 자동차의 총 통행 거리가 감소하면 이런 오염 물질, 온실 기체 배출이 줄어든다. 실제로 카셰어링 서비스가 톤 단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위스 에너지부의 연구를 보면, 자동차 소유자들이 하나의 카셰어링 조직에 가입해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년에 1.5톤 줄일 수 있다. 지난 2005년 미국교통연구원(TRB)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카셰어링 서비스 가입자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독일과 벨기에에서 각각 54퍼센트, 39퍼센트 감소했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카셰어링 실험이 또 어떤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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