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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념은 목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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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념은 목숨이다"

김지하의 '촛불을 생각한다' <1>

김지하 시인이 지난 3일 <프레시안>에 발표한 '줄탁을 생각한다'를 보다 알기 쉽게 풀이한 글, '촛불을 생각한다'를 보내왔다. 이달 초 불교계가 발표한 '촛불을 위한 생명과 평화의 108 참회문'과 함께 6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나는 지난 3일 <프레시안>에 '줄탁을 생각한다'라는 제목의 연설문 겸 기고문을 통해 7월 4일 불교의 촛불참가와 원불교의 그 나름의 행동을 보고 난 뒤 다시 또 한 번의 기고를 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지난 번 '줄탁'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대강 들었다. 한 갈래는 '좋다'였고 다른 갈래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였으며 가까운 사람들은 '쉽게 쓰라'였다. '좋다'였으니 기본 취지는 달라질 것 없으나 무슨 소린지 알 수 있도록 쉽게 쓰겠다는 것이 이번 글에 임하는 나의 각오다.

그래서 쉽고 짤막짤막하게, 그러나 양이 많으면 연재 형태로, 키워드와 간략한 해설 위주의 기사 형식으로 쓰되 논리와 설득 위주로는 밀고 가지 않기로 한다. 바라기는 재미있는 글이었으면 하지만 이런 경우 아무래도 그것은 힘들 일이다.
▲ ⓒ프레시안

우선 나 자신을 알릴 필요가 있겠다. 나는 시인이다. 그러나 그렇게 재주 있고 인기 있는 시인은 아니다.

그저 문단의 말석을 차지하고 있는 정도. 촛불에 참가하여 묵묵히 여기저기 띄엄띄엄 앉아 있던 저 늙고 외로운 시민들 중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나는 동학당이다. 그러나 천도교인이 아니라 '나 홀로 동학당'이다. 나 혼자 공부한다.

내 사상은 한마디로 '후천개벽'이다. '후천개벽'이란 사회 해체와 지구생계의 대혼돈, 그리고 전인류문명사의 대전환기에 삶의 새로운 원형을 찾아 또 한 번의 대규모 문예 부흥과 평화적 문화대혁명을 꿈꾸는 늙은 외톨이다.

또한 나는 생명주의자이기도 하다. 내 이념은 목숨이다.

목숨을 들어 목숨의 진리에 돌아가는 것이 나의 공부 내용이다. 미친 쇠고기 반대와 대운하 반대와 의료 민영화 반대를 꿰뚷고 있는 바로 그 생명, 그 목숨이 나의 사상이다. 그래서 '촛불을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컴맹이다. 어릴 적부터는 아니지만 어쩌다 '기계치'가 되었다. 몇 번을 시도했지만 컴퓨터는 내겐 역시 느리게 느리게 달리는데도 무서운 어지럼증과 구토증을 유발했다는 첫 기차와 같은 것이었고 키보드는 상상력의 흐름이 바뀌고 리듬을 근본적으로 달리하는 낯선 도구였다.

내겐 A4 용지보다 낡은 이백자 원고지가, 키보드보다는 닳고 닳아 뭉툭하게 굵어진 몽블랑 만년필이 아직은 더 편하다. 그래, 아직은 한 사람의 아나로그 꼰대일 뿐이다. 그러나 앞으로 컴퓨터는 훨씬 쉬워지고 신경컴퓨터에서 신령컴퓨터로까지 발전하리라 한다. 아마도 그 때 나는 컴맹을 졸업할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 사상의 눈동자는 동학이요 그 망막은 불교다"

동학의 인연은 어찌해 마련됐을까? 나는 1974년 이후 유신반대운동으로 감옥에 들어가 7년 간 독방에 있었다. 나는 그 때 카톨릭 신자였는데 죄목이 내란 선동, 반국가단체 조직, 이적 등에 겹쳐 '카톨릭에 침투한 공산주의 음모가'란 것이었다. 책 읽기와 참선 등 밖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는 거기서 기인 공부를 시작했고 생태학, 불교, 동학 외에 저명한 고생물학자요 진화론자인 카톨릭 예수회 신부 떼이야르 드 샤르뎅의 주저인 "인간현상'에서 그 핵심인 우주진화사의 3대 법칙이 바로 다름 아닌 동학의 기본사상임을 놀라움 속에서 확인했다.

동학은 내 집안의 신앙이다. 증조부님과 조부님 모두 1894년 갑오동학혁명전쟁에 참가했고 김제 동학의 과격파 김인배 두령의 포에서 싸우다 부상하고 피신하고 살해 당해서 돌아가셨다. 나는 길고 긴 망설임 끝에 어느 날 결단하고 드디어 내 사상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한편 불교, 화엄불교, 선불교의 현대적 적합성 역시 오랜 공부 끝에 내 안에 들어와 깊이 박힌 또 하나의 신조가 되었다.

1980년 출옥했을 때 한 일본 기자의 다음과 같은 날카로운 질문과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래서 전혀 우연이나 거짓이 아니었다.

"당신 사상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사상은 사람의 눈이다. 내 사상의 눈동자는 동학이요 그 망막은 불교다"

그러니 정확히 말해서 지금의 내 사상은 화엄적 선(禪)불교를 배경으로 한 생명론적 후천개벽사상이다. 그리고 동학은 유・불・선과 기독교를 모두 종합한 현대의 풍류도(한국 고유의 생명사상)인 점을 덧붙여 강조해두고 싶다.

지금의 내 생각엔 어쩌면 머지않은 날 우주과학까지도 포함된 집단지성과 쇠고기나 운하 문제 등을 포함한 일체 생명을 존중하는 생활개벽운동의 구체적 실천이 나의 기본 사상과 연속성을 가질런지도 모르겠다는 한 예감이 강하게 떠오른다.

그래서도 열심히 '촛불을 생각한다'. 촛불의 주체는 명백히 십대 청소년과 여성, 그리고 소수 피차별 민중, 즉 사회에서 소외된 외로운 중년 시민들이다. 이들이 촛불의 주역이다. 나는 이제 이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려고 한다.

동학의 창시자 수운 최제우 선생 외에 나의 두 번째 스승이신 해월 최시형 선생은 자기 시대의 가르침과 개벽 공부와 그 활동의 중심에 청소년과 여성을 분명한 주체로서 높이 올려 세우신 분이다.

그는 말한다.

"나는 어린이와 아낙네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으면 어김 없이 배운다"
촛불을 위한 생명과 평화의 108 참회문

1. '중생을 다 건지리라'고 서원을 하고서도 오로지 '나'만 생각하면서 살아온 허물을 참회하며 첫 번째 절을 올립니다.

2. '번뇌를 다 끊으리라'고 서원을 하고서도 '나'의 이익만을 좇느라 세상의 번뇌를 키운 허물을 참회하며 두 번째 절을 올립니다.

3. '법문을 다 배우리라'고 서원을 하고서도 단 하나의 가르침조차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허물을 참회하며 세 번째 절을 올립니다.

4. '불도를 다 이루리라'고 서원을 하고서도 오히려 부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한 허물을 참회하며네 번째 절을 올립니다.

5. 세상 만물이 부처님의 몸이라는 걸 알면서도 만물을 부처님으로 받들어 모시지 못한 허물을 참회하며 다섯 번째 절을 올립니다.

6. 모든 생명에 부처님의 성품이 깃들어 있다고 믿으면서도 나의 이웃을 부처님으로 여기지 않은 허물을 참회하며 여섯 번째 절을 올립니다.

7. '탐욕'으로 허물어지는 세상을 개탄하면서도 나의 탐욕을 다스리지 못한 허물을 참회하며 일곱 번째 절을 올립니다.

8. '분노'가 세상의 평화를 위협하는 걸 보면서도 작은 일에도 화를 참지 못한 허물을 참회하며 여덟 번째 절을 올립니다.

9. '어리석음'으로 인하여 혼란에 빠진 세상을 보면서도 나의 어리석음을 알지 못한 허물을 참회하며 아홉 번째 절을 올립니다.

10. 하나를 주고서 열 가지 생색을 내느라 오히려 탐심을 키운 허물을 참회하며 열 번째 절을 올립니다.

11. 남의 잘못은 크게 보면서 나의 잘못은 살피려고도 하지 않은 허물을 참회하며 열한 번째 절을 올립니다.

12. 작은 고통을 받아들이지 못하여 오히려 원망과 분노를 키운 허물을 참회하며 열두 번째 절을 올립니다.

13. 작은 선행조차도 꾸준히 실천하지 못한 원인이 흐트러지고 게으른 내 마음에 있음을 알지 못한 허물을 참회하며 열세 번째 절을 올립니다.

14. 보살은 온갖 악으로 물든 바로 이 세상을 정토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이곳을 벗어나 삼매를 구하려 한 허물을 참회하며 열네 번째 절을 올립니다.

15. 어리석음을 고치는 것이 지혜임을 알면서도 어리석음을 그대로 둔 채 지혜를 구하려 한 허물을 참회하며 열다섯 번째 절을 올립니다.

16. 순간순간 인생의 무상을 보면서도 천년만년 살 것처럼 삶에 집착하여 바른 견해를 놓쳐버린 허물을 참회하며 열여섯 번째 절을 올립니다.

17. 행동에 앞서 바른 생각으로 몸을 가다듬지 못한 허물을 참회하며 열일곱 번째 절을 올립니다.

18. 바른 말로 바른 행동의 길잡이를 삼지 않은 허물을 참회하며 열여덟 번째 절을 올립니다.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를 위한 시국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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