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말까지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은 이제 7월 초까지로 순식간에 앞당겨졌다. 이에 따라 지난달초 골드만삭스가 2010년까지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장기전망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에 대한 뛰어난 예측력을 발휘해 '미스터 원유(Mr.Crude Oil)'로 불리는 아준 머티(Arjiun Murtir)골드만삭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배럴당 200달러가 국제유가의 정점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배럴당 200 달러가 정점, 이후 75달러까지 다시 하락할 것"
이른바 '슈퍼 스파이크(Super Spike; 유가가 장기간에 걸쳐 급등하는 단계)'라는 용어의 창안자로도 잘 알려져 있는 그는 9일(현지시간) 미국의 금융전문지 <배런>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는 슈퍼 스파이크의 막바지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의 슈퍼 스파이크 현상은 '오일 피크(Oil Peak. 원유 공급이 한계에 도달하는 시기)'에 따른 근본적인 수급 불안보다는 달러 가치 추락에 따른 투기적 수요와 중국, 중동 등의 폭발적인 원유 수요, 산유국들의 인위적인 공급 제한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그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 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자신의 보고서와 관련해 "국제유가가 200달러에서 지속가능할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다"면서 "스파이크라는 용어 자체가 유가가 그 수준까지 갔다가 다시 하락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말햇다.
골드만삭스의 전망은 '슈퍼 스파이크'의 정점이 실제로 어느 정도가 될지는 모르지만, 배럴당 150~200달러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골드만삭스의 장기 전망은 유가가 배럴당 75달러로 다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아래로 갈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 "지금 세계에 석유가 고갈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다만 많은 생산업체가 적극적으로 석유공급을 늘리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산유국들이 고유가를 즐기며,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공급 면에서 상당 기간 동안 세계 석유가 바닥이 날 것이라고 믿지 않는 이유로 그는 사우디, 이라크, 이란, 베네수엘라, 러시아 등이 대규모의 채굴 가능한 석유매장량을 보유했으면서도 공급을 크게 늘리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고유가가 이들 국가가 석유산업을 개방하거나 혹은 자체적으로 적극 투자하려는 의욕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공급을 늘리지 않아도 높은 가격이 형성돼 굳이 서구의 자본을 끌어들여 서둘러 개발할 필요가 없어졌으며, 에너지 자원을 무기화하는 경향을 띠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서구 기업들의 자산을 몰수한 베네수엘라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러시아 역시 픙부한 석유 매장량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10년 전에 비해 막대한 오일달러를 벌어들이며 에너지 자원 무기화에 성공하면서 공급을 추가로 늘릴 동기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머티는 "유가가 8년 동안 상승했지만 올해도 공급은 별로 증가할 것 같지 않다"면서 "이 정도로 공급 증가율이 낮을지는 몰랐으며, 미국, 유럽 그리고 일본을 제외한 지역의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탄력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수요가 급증한 지역으로 중국은 물론, 중동이 수요가 증가하는 중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중동의 수요를 전체로 본다면 중국과 맞먹는 수준이며, 또 마찬가지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라틴아메리카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머티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 달러까지 도달하면, 수요를 충분히 줄이게 되는 수준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미 미국의 경우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유가가 얼마나 빠르게 상승할지, 얼마나 오랫동안 고공행진을 할 수 있는지,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고유가로 인해 언제 본격적으로 줄어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쟁점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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