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을 맞이했다. 새로운 100일은, 아기 탄생 100일 기념잔치 등에서도 알 수 있듯, 일반적으로 각별한 의미 속에 칭송되고 기념된다. 그렇다면, 이제 막 100일을 맞이하게 된 MB 정부의 '실용외교' 100일은 과연 어떠한 의미로 기념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우선 100일 간의 실용외교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대미관계이다. MB는 집권 이후 일관되게 '한미동맹 강화'를 주장하며, 최초의 순방지로 미국을 찾았다. 그곳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전례 없는 대접을 받은 MB는, 한동안 고무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의 헌신적인(굴욕적인 쇠고기 협상 등) 미국 사랑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대북전략에 있어서 한-미 공조 등의 약속을 어기며 MB의 뒤통수를 때리는 등, 현재 MB를 곤욕스럽게 하고 있다.
대일 관계 또한 순탄하게 보였던 취임 초와는 달리 또 다시 냉랭해지고 말았다. 과거 정권과는 달리 '과거사'등을 언급하지 않겠다며 '유연한' 대일 접근을 시도하던 MB였다. 하지만, 방일 후 채 1개월도 안된 시점에서 스스로의 말을 번복할 정도의 강경 대응 자세를 주문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MB 정부의 대미, 대일 관계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대미, 대일 관계 강화 속에, 경시하고 무시하던 대중 관계와 대북 관계는 취임 100일 만에 급속도로 경색되었기 때문이다.
대중 관계와 관련, MB 정부는 양국관계의 '전략적 동반자관계'로의 격상이라는 성과를 올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표면과는 달리, 그 이면에서는 얻은 것보다는 우려되는 것이 더욱 많다. 그 단적인 하나의 예로는 바로 한중관계의 격상을 통한 '한미동맹'과 '전략적 동반자관계'와의 모순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이 두 관계는 군사분야에서의 협력 등과 같은 양립하기 힘든 측면을 지니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은, 양자 사이에서 양자택일이라는 쉽지 않은 외교적 선택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외교적 난제를 떠 안게 된 것이다.
남북관계 또한 경색되다 못해 북한으로 하여금 미사일 세례를 퍼붓게 하는 등, 과거와 같이 적대하는 형국으로 전락되었다. 이와 같이 취임 후 100일 간의 MB외교는, 동북아 주요국들로부터 뒤통수를 맞거나 홀대 당하고 적대시되는 등, 자업자득의 시련기로 기록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된 원인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그 이유로는 우선 MB가 말하는 실용외교가 사실은 철저히 비실용적이라는 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깊이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 간단하지 않은가. 주변 4강으로 둘러 싸인 한국이 그 속에서 국운을 보위하고 발전을 도모해 나가기 위해서는, 주변 4강을 균형 있게 대하고 아우르는 균형외교가 기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는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관계 중시를 통한 4강 외교를 주장해 왔다. 그런데 이와 같은 한-미-일 3국 관계의 강화는, 동북아 역내에서 과거와 같은 냉전체제의 복원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주변 4강 중에 대립과 견제구도를 더해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노골적으로 한 쪽으로 치우친 외교를 추구하면서 그 결과로 인해 소외된 중국과의 관계 강화도 도모하겠다니, 이 무슨 해괴한 소리가 아닌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라. 만약 우리가 그러한 중국의 입장에 놓였다면 우리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제로섬은 실용에 적합하지 않다. 실용을 위해서는, 상대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그 상대와의 적절한 '주고받기'를 통해 윈-윈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MB는, 상대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으며 오히려 상대를 일방적으로 몰아 부치기만 했다. 그러면서 상대가 반응을 보이자 "그럴 줄 몰랐다!"며 "팥 심은데 왜 팥이 나는가!"라는 식으로 당혹해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MB는, 총체적인 난국을 맞이하여"이것으로 근본대책이 될 수 있는가"라며 주위의 정책건의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잘못 끼워지고 있는 외교분야를 바로잡기 위한 외교분야의 근본대책으로는 무엇이 있을 수 있을까?
21세기를 살아 가면서 20세기의 낡은 외교관으로는 아무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20세기 과거와 같이 좌-우의 이데올로기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이를 고려할 때, 21세기의 한국은 좌-우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 외교, 등거리 외교를 기본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외교전략의 핵심은 남북관계에도 그대로 원용된다. 따라서 MB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이미 합의된 6·15 선언과 10·4 선언을 기본으로 남북간의 대화 재개에 적극 나서야 한다.'통미봉남'은 MB정권이 자초한 것이며, 이로 인해 빚어지는 남북 관계 악화는 결국, 현재와 같이 한국의 입지만 약화시키게 됨을 명심하고 남북관계 재건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대통령 스스로가 자신의 외교마인드가 몇 시에 놓여 있는 지를 깨달아야 한다. 이는 마치 컴맹과 최첨단 컴퓨터와 같은 격이다. 즉, 외교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먼저 21세기를 살아가는 당대의 우리 외교에 적합한 마인드를 갖추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참모진과 외교 시스템이 주어지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외치는 내치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뼈저리게 인식하고 더 이상 외교를 얕잡아 보아서는 안된다.
아울러 대통령의 외교마인드 업데이트를 기반으로, 이번에는 부실하기 그지 없는 현행 외교시스템의 재정비와 외교분야의 편중된 인적 구성의 재편이 절실하다. MB 외교가 이와 같이 사면초가를 자초하게 된 것은, 4강에 대한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가신과 같은 몇 명에게 외교를 맡긴 결과이다. 즉 이 대통령의 편중된 외교라인 구성이라는 원초적 한계에서부터 이미 예견된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사실,'미국 출신 '편중현상이 극심한 현행 MB의 외교라인으로는 다른 3강을 제대로 아우르는 전방위적 외교정책의 전개가 쉽지 않다. 미국을 제외한 타국의 문화와 관습, 정서 등을 제대로 모르고, 큰 관심조차 지니지 않던 사람들로 하여금 이들 국가의 정서를 읽어내고 이에 대처하는 제대로 된 외교전략의 수립은 그 자체부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우리에게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걸맞는 외교시스템이 필요하다. 다양한 견해와 의견이 공존하는 다원화된 민주적 외교시스템 속에서 상이한 주장이 대화와 토론, 양보와 타협 등을 거치는 과정을 통해 보다 적합한 외교정책이 제시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외교가 오로지 미국 한 나라만을 상대하면 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미국에 편중된 일원화된 시스템 속에서 균형 잡힌 외교정책이 생산되기는 어렵다. 이를 고려할 때, 외교실책을 양산하는 지금과 같은 부실한 외교시스템은 매우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는 싫건 좋건 미국 유학파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대안이 거의 전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반도 주변 4강국에서 공부한 외교 전문가들이 적지 않게 배출되어 있다. 이들을 균형 있게 활용함으로써 주변 4강국에 대해 더욱 정확하게 접근하며 대처해야 한다.
MB 집권 100일의 외교적 시행착오는 더 이상 되풀이되어선 안된다. 이를 위해서 현재 우리외교에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MB 자신의 철저한 환골탈태와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포함한 다원화된 외교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하다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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