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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에게 보낸 DJ의 세 가지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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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에게 보낸 DJ의 세 가지 메시지

"北의 개혁·개방 외에는 방법이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 중 발언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한 것과 같은 날인 지난 15일부터 방미 일정을 시작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과 충고의 말을 내놓고 있다.

■ "北인권, 비판·봉쇄로는 개선 안 된다"

김 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시에서 열린 경제인 오찬 질의응답에서 중국, 북한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인권 개선 문제에 대해 "무력이나 봉쇄로는 안 된다는 것을 2차 대전 이후 60년 역사를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구(舊) 소련과 동유럽 등 과거 공산국가에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며 "비판만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라며 "50년에 걸친 봉쇄정책을 버리고 (…) 안보를 보장하고 경제협력을 하고 인적·문화적 교류를 통해 공산권을 개혁·개박으로 유도했을 때 성공했다"라고 말했다.
▲ 강연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김 전 대통령의 이 답변은 중국의 인권 문제에 관한 질문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사회주의권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원칙을 언급함으로써 이명박 정부가 유엔 등을 통해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20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개혁·개방을 통해 공산주의 사람들은 서방 세계를 알게 됐고 서방 세계 사람들이 공산권으로 들어가 그들과 접촉함으로써 큰 변화가 생겼다"라며 그것이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과 옐친의 민주화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베트남의 개혁·개방 사례를 언급하며 "중산층과 지식인이 생겨나고, 결국 그들의 힘에 의해 공산주의를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실현시키는 날이 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날 포틀랜드 현지 동포들과의 오찬 강연에서도 "공산주의는 전쟁이나 억압으로는 변화시키지 못하고 개혁·개방을 통해 사람들이 세계를 알게 만듦으로써 자기들이 얼마나 지옥같은 세상을 살았는가를 깨닫게 되었을 때 변화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 "자원 확보와 경제살리기 원한다면 北과 손 잡아라"

김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에 보내는 두 번째 메시지는 북한의 경제적 가치와 남북 경제협력의 필요성에 관한 것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6자회담과 북한 경제'라는 제목의 포틀랜드 경제인 오찬 연설에서 "북한이 가난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적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2조 달러 가치의 풍부한 지하자원이 북한에 매장되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우수하고 잘 훈련된 노동력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라며 "하지만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기다리면서 북한 경제를 끝까지 외면하면 결국 북한은 중국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중국은 북한에서 정치적 영향력까지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의 경제협력을 열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이를 통해 현 정부가 강조하는 '자원외교'의 지름길은 북한과의 경협이며, 핵 문제 해결을 경협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전략의 함정을 지적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한승수 총리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도 "자원외교 입장에서는 (…) 북한도 텅스텐, 마그네슘, 금, 주석 등 광물이 많아 매우 중요하다"라며 "중국과 유럽이 북한의 경제자원을 선점해가고 있는데 경제지원도 해나가면서 우리도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특히 18일 전미국제문제협의회(WAC) 강연에서 남북 철도연결에 대해 언급, "철도가 연결되면 물류비용이 약 30% 절약된다"라며 "최근 경제적 가치로 크게 부상하고 있는 중앙아시아로 진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살리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를 조속히 진척시켜 철도 상시 운행 등 경제적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충고다.
▲ 포틀랜드 현지 동포들과의 오찬 간담회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 "햇볕정책 외에 대안 없다"

김 전 대통령의 세 번째 메시지는 대북정책은 햇볕정책 외에 대안이 없으며 이명박 대통령은 햇볕정책으로 인한 북한의 긍정적 변화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현지 동포들과의 오찬에서 "(한국의) 정권이 바뀌었지만 크게 봐서 남북관계는 서로 협력하고 공동으로 승리하는 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라며 "누가 우리나라의 정치를 맡게 되어도 결국은 서로 화해·협력해서 평화적인 통일을 지향하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햇볕정책 이후 북한의 변화에 대해 언급하며 "남에서 북으로 지원한 비료, 식량이 매년 북한에 들어감으로써 비료 포대에는 남해화학, 식량 포대에는 대한적십자사가 적혀 있어 모두 남쪽에서 온 줄 알게 되었다"라며 "북한에서는 지금 남쪽의 대중가요, 비디오, 영화가 음성적으로 상영되면서 크게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WAC 강연에서도 북한의 변화를 소개하며 "새로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를 잘 활용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며 새 정부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앞서 그는 15일 미국 도착 직후 동포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도 "이명박 대통령과는 대북 정책에 있어 상통하는 점이 있다"며 "이 대통령이 현실 감각이 있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햇볕정책 외에는 대안이 없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대안이 없자, 다시 6자 회담에 나서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대통령 측 최경환 비서관은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동교동을 방문했을 때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 이 대통령도 수차례 동의를 표했다"라며 "이번 미국 발언은 그에 대한 기대감,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대북정책에서 나온 몇 가지 우려를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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