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의원은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는데, 정작 선거전략 최고책임자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마크 펜이 미국과 콜롬비아 간 FTA 비준이 잘 추진되도록 콜롬비아 관리들을 만나는 등 적극 나선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4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러한 사실을 폭로하자 마크 펜은 "콜롬비아 관리들과 만난 것은 판단 착오였다"고 사과한 데 이어 6일(현지시간) 선거캠프에서 퇴출됐다. 지난 2월 10일 선거 유세 총책임자가 예비 경선에 잇따른 참패 끝에 교체된 것과 버금가는 사태다. 마크 펜의 퇴진을 공식 발표한 매기 윌리엄스가 바로 교체된 선거 유세 총책임자다.(☞관련 기사: 힐러리 진영 '패닉'… 선거총책임자 전격 교체)
'로비스트' 참모, 끝내 사고쳐
마크 펜은 선거전략 최고책임자로 힐러리 캠프에 기용될 때부터 논란이 됐었다. 그는 세계적인 홍보대행사 버슨 마스텔러의 최고경영자인데, 버슨 마스텔러 산하에는 워싱턴 정가의 유명 로비업체도 있어 정경유착의 물의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스저널>에 따르면 펜은 지난달 31일 미-콜롬비아 FTA가 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하려는 콜롬비아 관리들과 접촉했다. 익명을 요구한 클린턴 선거진영의 관계자는 "마크 펜과 콜롬비아 관리가 만났다는 사실에 힐러리 후보가 크게 실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힐러리 역시 스스로 발등을 찍은 행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무엇보다 '거짓말'을 밥먹듯이 한다는 오명을 피하기 힘든 상황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충격적인 건강보험 부실 사례', 근거없는 것으로 드러나
6일 미 <폭스TV>에 따르면, 힐러리는 건강보험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사망한 임산부 사례를 지난 5주 간 대대적으로 부각시켰으나 이 사례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됐다.
힐러리가 부각시킨 사례는 최저임금을 받고 생활하는 한 임산부가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거액의 병원비를 지불하지 못했고, 병원으로부터 진료를 거부당해 끝내 목숨을 잃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해당 병원 측은 사망한 임산부가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었고 합병증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협력 개원의에게서 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한편 힐러리 진영이 사실 여부 확인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결국 힐러리 캠프는 더 이상 이 사례를 거론하지 않겠다고 후퇴했다.
힐러리, 이라크 전쟁 반대도 오바마보다 먼저 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날 <ABC> 방송은 힐러리가 전날 오리건 주 유세에서 경쟁자인 버락 오바마 후보보다 먼저 이라크 전쟁을 반대했다고 주장한 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2003년부터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입장을 펴왔는데도, 힐러리는 오바마가 연방 상원의원에 선출된 2005년 1월을 기점으로 잡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면서, 자신은 2004년 말부터 이라크 추가 전비 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해왔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ABC> 방송은 힐러리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은 오바마가 상원의원에 선출된 시점에서부터도 한참 뒤의 일이었다고 반박했다.
앞서 힐러리는 대통령 부인 시절 내전 중이던 보스니아를 방문했을 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저격수에게 노출될 위험에 몸을 숙이고 차량까지 뛰었다고 말했으나, 이 발언도 거짓으로 드러난 바 있다. 힐러리가 보스니아를 방문했던 1996년은 이미 내전이 끝난 뒤였기 때문이다.
힐러리 진영은 버락 오바마 후보애게 역전할 계기로 삼고 있는 4월 22일 펜실베이니어 주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잇따른 악재가 터지자 '다 잡은 고기'를 놓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188명의 대의원(슈퍼 대의원 포함)이 할당된 펜실베이니아 예비선거는 남은 9개 지역 경선 가운데 최대 승부처로 꼽히고 있다. 힐러리 후보는 오바마 의원의 대세론을 저지하고 민주당 지도부 일각에서 계속되는 중도사퇴 압박을 물리치려면 펜실베이니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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