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군이 지난 2006년 대만이 주문한 헬리콥터용 배터리를 보낸다는 것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기폭장치를 잘못 보냈고, 최근까지도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FP> 통신, <CBS> 등 외신들에 따르면, 대만에 전달된 기폭장치는 핵탄두용으로 핵폭발을 연쇄적으로 일으키게 하는 4개의 전자부품으로 이뤄졌다.
특히 이들 부품은 유타 주 힐 공군기지에 보관돼오다 2006년에 대만에 보내졌으나, 최근 대만 측에서 헬리콥터 배터리를 받지 못했다고 문의를 해오고서야 이번 사고가 일어난 것을 알게 됐다고 <CBS>는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8월말 장거리 폭격기인 B-52기가 36시간 동안 핵무기를 장착한 줄도 모르고 북부 노스 다코타주의 마이넛 기지에서 남부 루이지애나 주의 바크스데일 기지까지 본토를 종단 비행한 사건에 이은 것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미국과학자연맹(FAS)에 따르면, 미 공군 공중전투사령부(ACC)에 핵무기 취급부주의 사례는 지난 2001년 이후 지난해 9월 27일까지 모두 237건이나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미국의 핵무기 안전관리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으며, 미 정부 당국이 말로만 대책을 세워온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미국의 핵무기 관리 및 추적능력 사실상 마비"
일부 전문가들은 핵 관련 부품이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들어갈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처하기 위해 미 당국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하지만, 이번 사태는 미국의 핵무기 관리와 추적능력이 사실상 마비된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마이클 윈 공군장관은 25일(현지시간)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대만에 탄도미사일의 머리 부분에 달린 원추형 부품이 원래 대만이 주문한 헬리콥터 배터리 대신 보내졌으나, 최근 회수했다"면서 "힐 공군기지의 군수품들은 분기별로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 왔는데, 어떻게 이같은 착오가 발생했는 지에 대한 군당국의 조사가 현재 진행중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 배석했던 라이언 헨리 국방부 정책담당 수석 부차관은 "이번 미사일 부품 선적 오류는 당혹스럽고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부시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미사일 부품 회수조치 등을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수출하는 정책에 민감한 중국 정부에 이번 사건에 대해 즉각 알렸으나, 중국 정부의 공식적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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