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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 '4ㆍ18 헌시' 46년만에 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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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 '4ㆍ18 헌시' 46년만에 빛본다

'늬들 마음을 우리가 안다' 詩碑 제작…현실에 눈감은 자기 반성 담아

"사랑하는 젊은이들아. 붉은 피를 쏟으며 빛을 불러 놓고 어둠 속에 먼저 간 수탉의 넋들아 (…) 하늘도 경건히 고개 숙일 너희 빛나는 죽음 앞에 해마다 해마다 더 많은 꽃이 피리라."
  
  고려대 교수를 지낸 시인 조지훈(1920~1968) 선생이 4.19 혁명 직후 쓴 헌시가 46년 만에 시비(時碑) 형태로 세상에 얼굴을 내민다.
  
  4.19 혁명이 일어난 지 보름 뒤인 1960년 5월3일자 '고대신문'에 '어느 스승의 뉘우침에서'라는 부제와 함께 실렸던 이 시는 혁명 전 혼탁한 자유당 정권 상황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교수들의 자기반성과 혁명에 몸을 바쳤던 학생들에 대한 찬사를 담고 있다.
  
  시를 통해 시인은 "무지한 깡패 떼에게 정치를 맡겨놓고 현실에 눈 감은 학문"을 하던 자신을 반성하며 "불타는 눈망울을 보고 그날 너희들이 갑자기 이뻐져서 죽겠던 것이다"라며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털어놓는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시는 조지훈 선생의 가르침과 그가 쓴 시의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의도에서 고려대 문과대학 교우회 주도로 시비로 제작됐다.
  
  이 대학 동문과 교수들은 문과대학 창립 60주년을 맞아 '지훈시비건립위원회'(회장 최동호 국문과 교우회장)를 만들어 시비 제작을 추진했고 내부 모금활동을 벌여 시비를 만들게 됐다.
  
  시는 각각 하늘(天)과 땅(地), 사람(人)을 상징하는 화강암 3조각에 새겨져 고려대 교내 문과대학 뒤편에 세워진다.
  
  문과대학장인 조광 교수는 "'늬들 마음을…'은 문학적 의미뿐 아니라 역사적 가치도 높은 시"라며 "조지훈 선생님의 시는 사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학생과 교수 간 관계도 예전같지 않은 요즈음 대학가에 주는 교훈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문과대와 동문들은 교내 박물관과 함께 시비 제막 외에도 이 시를 가로 2m52㎝, 세로 70㎝의 대형 서예작품으로도 만들었다.
  
  조지훈 선생의 미망인이며 서화가인 김난희(82) 여사가 직접 붓을 잡아 완성한 이 작품은 이달 말까지 교내 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기획전에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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