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하로 불과 5개월여 만에 미국의 연방기준금리는 5.25%에서 3.0%로 2.25%가 내렸으며, FRB는 또다시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까지 열어놓는 등 유례없이 가파른 속도로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열흘도 못되는 사이에 1.25%포인트나 금리를 내린 것은 미국의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고 있다.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인플레이션을 막는 것이지만,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은 물가인상보다 경기 둔화가 더 시급한 문제라는 것이 FRB가 잇따라 금리를 인하한 배경이다. 주택시장 침체와 신용 경색 등으로 미국의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감이 고유가 등으로 인한 물가 인상 우려를 압도한 것이다.
지난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 당초 전망치 절반에 불과한 2.2%
특히 금리결정회의에 앞서 상무부는 지난해 미국 경제 성장률이 2.2%로 지난 2002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지난해 4.4 분기 경제성장률은 연율로 0.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당초 전망치인 1.2%의 절반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올해 1.4분기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벤 버냉키 FRB 의장도 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하는 성명에서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 위험이 여전하다고 밝혔다.
FRB는 성명에서 "금융 및 다른 경제적 측면의 전개 상황과 영향을 계속 평가하고 이런 위험들에 대응하는데 필요한 시의적절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혀 금융시장과 경제가 혼란과 침체 속으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조치를 취해나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2~2.5% 수준까지 금리가 추가로 내려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일고 있다.
하지만 금리 인하나 부시 행정부가 의회에서 통과시키려는 1500억 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만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점점 커지고 있다.
'돈 거품'에 의해 초래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 등을 돈을 풀어 막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큰 화를 부를 것이라는 경고가 적지 않은 것이다.
금리 2.5% 이하면 실질금리 마이너스
뉴욕증시와 유럽 증시도 미국의 대대적인 금리 인하 소식에 하락 마감하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하락세로 출발한 뉴욕 증시는 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중 급반등세를 보였으나, 장 막판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주요 채권보증업체들의 신용등급하락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다우지수는 37.88포인트(0.30%) 떨어진 12,442.42로 마감했고, 나스닥 지수는 0.38%, S&P 500 지수도 0.48% 하락했다. 유럽 증시도 범유럽 다우존스 스톡스 600지수가 0.7% 떨어지는 등 주요 증시들이 일제히 하락세로 마감했다.
FRB가 상반기 중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가 2.5%이하로 내려 갈 경우 미국의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 시대를 맞게 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근원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율로 2.5% 상승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일 만큼 초저금리는 현재의 미국 경제 위기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다시 오게 되면 저축감소, 부동산과열, 인플레션,달러 약세라는 악순환의 길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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