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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대사관, 黃공사 사건에 '모르쇠' 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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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대사관, 黃공사 사건에 '모르쇠' 일관

유가족 "그렇게 고인 위했으면 왜 이 지경으로…"

고(故) 황정일 주중 한국대사관 정무공사의 유가족들이 대사관의 사후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공개하고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주중 대사관이 무대응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가족들은 사건 관련 자료를 추가로 공개하며 대사관의 행태를 고발하고 나섰다.

'황 공사를 위해 대응 안 한다'고만 되풀이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진행자인 손석희 교수는 25일 '시선집중'이 주중한국대사관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대사관측이 이를 사양했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이날 방송에서 "어제(24일) 황 공사 부인 박영주 씨와 인터뷰하다가(…) 주중 대사관 쪽 얘기도 들어야 할 것 같아서 함께 인터뷰를 추진했는데 대사관에서 인터뷰를 사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좀 더 인터뷰 협의를 하고 있는데 상황을 봐서 나중에 다시 박영주 씨와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시선집중'은 전날 박 씨와 인터뷰를 하다가 시간이 모자라 이날 다시 인터뷰를 하기로 했었다.

주중 대사관과 외교통상부는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황 공사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공사는 지난해 7월 중국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도중 사망했고, 유가족들은 '모든 문제를 대사관이 맡아 처리하겠다'는 말만 믿고 있다가 지난 9일 '유가족들이 소송하거나 협상하라'는 통보를 받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본 기사 하단에 관련 기사)

그러나 유족들은 대사관과 외교부가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병원과의 협상 및 가족들에 대한 태도에서 드러난 잘못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 유가족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대사관의 부적절한 처신이 다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대응도 해명도 없는 건 문제를 회피하려는 것"이라며 "'고인을 위해서 대응하지 않는다'라고 하는데 고인을 정말 위했으면 지금 이 지경까지 오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 故 황정일 공사 빈소 ⓒ연합뉴스

사건 종결시켰으면서 '대책 얘기하자' 제안

한편 부인 박영주 씨는 24일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새로운 사실 하나를 공개했다. 지난달 13일까지 직원들을 유족들에게 보내 향후 대책까지 논의했던 대사관이 실제로는 그보다 한참 전인 10월 22일 이미 사건을 종결시켜 버렸다는 것이다.

박 씨는 "대사관이 외교부에 보낸 일지를 보면 10월 22일로 (사건이) 종결했다고 되어 있다"라며 "10월 20일 (대사관에 대한) 국정감사 직전까지 계속 '잘하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 지켜봐달라'고 했었고, 지금까지도 (가족들이) 뭘 원하는지 물어서 (협상이) 진행되는 줄만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유가족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국정감사가 끝난 바로 다음날(21일) 유족에게 전화를 걸어 와 '중국을 너무 자극하면 중국이 아들에게 앙갚음할 것'이라며 협박을 한 후에 바로 일을 종료시킨 것"이라며 "대사관은 그 뒤로도 직원을 보내 협상 과정과 향후 대책을 설명하는 제스처를 취했는데 그건 모두 쇼였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사고가 나자 한국 최고의 로펌이 소송을 맡겠다고 자청했고 '동인'이라는 중국 현지 법무법인도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대사관이 극구 자신들이 하겠다고 하고 우리도 대사관 망신이다 싶어 대사관이 협상하도록 했다"라며 "그런데 사건을 한참 전에 종결시켰으면서 알리지도 않다가 이제 와서 '나 몰라라'하니 참을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유족들은 사건 직후부터 소송 진행하려 했다"

유족들은 대사관이 자신들을 속인 증거가 이처럼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외교부나 대사관이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자 향후 대응 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다.

그에 따라 유가족들은 대사관과 병원의 협상 결과와 가족들의 요구 사항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며 관련 내용을 정리해 보내왔다.

또한 유족들은 이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프레시안>이 입수한 진정서를 공개하는 데 동의했다. 이 진정서는 유족들이 지난달 31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보낸 것이다.

● 대사관-병원 협의 결과

1. 병원은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위문금(慰問金) 60~70만 위안(7800만~9100만원)을 지급한다.

2. 유가족은 차후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각서를 쓴다.

- 대사관은 작년 9월 28일 유가족에게 이같은 내용을 전하며 '향후 협상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전권위임장'을 써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유족들은 보상금이 아닌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은 부당할뿐더러 그 액수 또한 납득할 수 없다고 판단, 사실상 '협상 포기각서'인 전권위임장을 거부했다.

● 유족 요구 사항

1. 중국 정부는 자국에서 주재하던 외교관의 사망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고인과 유족에게 예우를 갖추라.

2. 병원은 정중하고도 진실된 사과를 해 고인의 원혼을 조금이라도 위로하라.

3. 병원이 지급하는 돈은 보상금이 되어야 하며, 국가의 권위를 생각해서라도 고인의 신분과 지위에 걸맞은 보상이 되어야 한다.

● 진정서
외교통상부 장관님께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전 주중국한국대사관 고 황정일정무공사의 유족들입니다.

대한민국의 외교통상 업무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시고 계시는 외교통상부 장관님께, 더욱이 년두에 이런 글을 올리게 됨을 죄송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주중한국대사관의 처사에 대한 유족의 딱한 사정을 글로 올립니다.

고황정일공사가 2007. 07. 29일 북경에서 의료진의 어이없는 의료행위로 유명을 달리하게 된 후 해가 바뀌었습니다.

돌아가신 분을 다시 소생시킬 수만 있다면 무엇인들 하지 못하겠습니까마는 성경에 나오는 나사로처럼 다시 살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의 원통함과 분통함을 조금이라도 풀어 드리고자 하는 유가족들의 절규가 계속되었으나 아직도 직접 가해자인 병원 측의 진실된 사과 한마디 받아내지 못하고 흘려보낸 지난 5개월은 돌아가신 분에 대한, 살아있는 자의 책임을 다 하지 못한 죄스러움의 시간이었습니다.

그사이 대사관과 병원측과 유족사이의 경위에 대해서는 지난 번 첨부 파일로 보내 드렸음으로 사안의 진행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다시 간략하게 경위를 말씀드리자면 ;

1. 고 황정일공사의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주중 한국대사관은 이일은 법적으로보다는 정치적으로 풀어야 유족에게 유리하니, 대사관에서 맡아 처리하겠다, 그러니 절대 중국정부를 자극하지 말고 조용히 기다려라.

2. 가해자인 중국 병원측에 항의하고자 장례식을 거부하던 유족에게 대사관은 장례 치르기를 종용, 강권하면서 "이것은 개인일이 아니므로 서울로 들어간다고 해서 결코 끝나는 사안이 아니다. 들어가더라도 대사관에서 책임지고 국제적인 기준에 의거 유족이 납득할 결과를 만들겠으니 대사관을 믿고 맡겨라"며 당시 보상기준 내역을 유족에게 제시하였습니다.

3. 국내적 사안인 순직처리와 국가유공자 문제는 외교부에서 맡고, 국외적인 병원과의 문제는 대사관에서 맡아 Two-Track으로 진행 할 것이니 그리 알라고 하였습니다.

4. 9월 하순에 대사관은 유족이 대사관측에 병원 측과의 협상과 위로금 액수 결정 등에 대한 전권위임장(이 후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유족은 의의를 제의하지 않겠다는 내용의)을 줄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5. 전권위임장을 요구한 전후 대사관에서 도출한 병원과의 결과는, 대사관에서 처음 유족에게 약속하였던 것과는 판이하게 달랐을 뿐 아니라, 고인을 욕되게 하며 국위마저 손상케 하는 협상안이라 , 나무나 황당한 유족들은 반발을 하였으나, 대사관은 여전히 유족의 의견을 수렴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6. 주중한국대사관은 이미 4개월이나 지난 시점인 11월 28일, 순직처리와 국가유공자 지정 이라는 것으로 유가족에게 해주어야 할 의무는 다했으며, 정작 대사관에서 맡았던 병원과의 협상문제는 -유족이 대사관측에 병원 측과의 협상에 대한 전권위임장을 주지 않는다 - 는 이유로 이제는 중국 병원 측과의 교섭을 유가족이 직접 개인의 신분으로 진행하라는 통보를 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유족은 ;

1. 사건 발생 직후, 유가족대표는 고인의 동서로서 오랜 법관경력의 현역 변호사로 당시 북경에 와서 사안에 참여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대사관은 유족들과 협의나 상의 없이, 법적인 해결방안을 배제하고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대사관에서 사안을 맡았습니다.

2. 병원과의 협상과 현재의 결과도출에 이르기까지, 유족과 사전 합의나 동의를 구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오히려 철저히 배제한 상태였습니다.

3. 대사관에서 유족에게 요구한 전권위임장은 "이후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유족은 의의를 제의하지 않겠다" 는 상식을 벗어 난 내용이었으며,위임장건과 협상안 내용은 누구에게도, 심지어 외교부에도 알리지 말라는 함구령까지 내리니 유족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4. 전권위임장을 요구한 전후 대사관에서 도출한 병원과의 결과에 대해 유족들은 수긍할 수 없다며 "병원측의 정중하고도 진실된 사과와 신분과 지위에 걸맞은 보상을 하라"고 하자, 대사관은 병원과의 기존 협상결과를 기정화 하고는, 대사관의 10월 20일 국회 정기 감사 전후로 돌변한 태도와 유족에 대한 회유, 기만, 우롱, 협박은 유족들을 비탄에 빠지게 하였습니다.

5. 병원측에서 "유가족이 무엇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라"는 메일을 유족에게 보냈음에도 대사관측에선 당시에 이 주요한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유족과 상의조차 한 적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하였습니다.

6. 더욱이 일전에 대사관의 담당직원 중 한 분이 황공사 부인에게 전화하여 "사모님께서 병원을 용서해 주면 되지 않겠느냐" 고 권유하는 말은 대사관이 유족을 聖人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유족측이 아닌 병원 측을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7. 병원과 대사관의 교섭에 임하고 있는 대사관직원에게 이 일을 어떤 설정에 의거하여 진행하느냐고 묻자, "대사님의 뜻에 따라서 하고 있다"기에 대사님의 뜻이 무엇이냐고 다시 물었더니 " ..... 유족의 뜻대로 해 주는 것이 대사님의 뜻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사건 발생 후 소속 기관장으로서 정식으로 유족을 찾아 문상한 바도 없었고, 그 후 형식적으로라도 전화 위문조차 한 번 하시지 않은 대사님께서 유족의 뜻을 어떻게 아실 수 있으셨는지? 참으로 불가사의 했습니다.

외교관으로 부임지 타국에서 그렇도록 황망한 사건을 당한 유족이 왜 뼈를 깍는 아픔을 감수하며 부검까지 실시하였겠으며, 고인이 목숨까지 바쳐 30여년을 일했던 외교부와 대사관의 강력한 약조와, 유족의 외교부와 대사관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어찌 그런 황망한 일을 당하고 어느 누가 조용히 항변 한마디 못하고 장례를 치르겠습니까?

유족이 이미 모든 권한을 대사관에 맡긴 상태였기에 지금껏 병원과 대사관의 협상이 진행 되었으며, 그러나 적어도 결론단계에 이르러서는 유족의 의견을 묻는게 기본 상식이지 않겠습니까?

이런 상식 밖의 전권위임장을 받은 대사관은 후의 결과에 따른 유족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지시려는지요?

외교부에서 맡으신 순직안과 국가유공자 안이 모두 통과되어 지금은 대사관에서 맡기로 하신 병원과의 문제 해결만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 발생 후 4개월이나 경과되어, 많은 문제가 희석된 지금 시점에 와서, 병원과의 문제는 유족이 알아서 하라는 대사관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유족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난해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일부 여론중에

"양국 정부가 서로 쉬쉬하는 것은 고인이 정무담당요원으로 독살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양국 정부 간의 묵약과 유족은 뒤로 거액의 보상을 받고,이 사안을 은폐 하려는 것이 아닌가? 외교부와 유족은 이완용보다 더 한 매국노다."

"대사관의 유족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를 민사고발 하라"는

유족으로서 차마 글로 옮기기조차 끔찍한 등등의 여론과, 유족의 아픔보다는 중국정부의 심기에 비중을 두고 있는 대사관측의 태도를 보며, 부모로부터 학대 받는 자식이 되어 버린 것 같은 유족들은 비참함에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병원의 잘못이 아무리 크다 해도 그들은 한 낱 장사꾼이라서 이고, 또한 이를 은폐하려는 중국정부의 처사는 비인도적이긴 하나 자국의 권익을 위해 그러는 것이라지만, 자국민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대사관에서 특히 본인들과 다를 바 없는 동료 외교관들의 이러한 태도는 유족들로 하여금 고인을 잃은 당시보다도 또 다른 큰 분노와 절망에 빠졌습니다.


조용히 기다리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 놓겠다던 대사관의 약속과는 달리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 자리에서 머물고 있으며 세월의 흐름 속에 사안이 흐려지기만을 기다리는 듯 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병원 측과의 협상은 지금까지의 경험과 자료들로 양쪽의 입장을 충분히 양지하고 있는 주중한국대사관에서 진행하여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사관은 병원 측에 유가족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병원 관계자는 직접 한국을 방문하여 유가족을 만나 정중한 사과와 고인의 신분에 합당한, 납득할 수 있는 보상이 이루어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인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라도 대충의 마무리는 용납할 수가 없으며, 묵인되어서도 아니 될 것입니다. 우리가 과거의 역사 속 잘못된 선인들의 선례를 보며 분노하듯 온 국민들이 이 사안의 결과를 보고 분노케 하는 결론은 남기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조금이나마 고인의 원혼을 달래고 유가족들의 한을 풀 수 있는 마무리를 지어 주십사 하는 저희의 심중을 혜량해주시고, 절대로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행여 일어날지도 모르는 제2의 제3의 황공사 사건에 대한 명확한 마무리의 선례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통감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단란하고 충만했던 한가정이 순식간에 파괴된 것 만해도 감내하기 어려운 유족들에게 사 후 해결이라도 소망하는 결과를 얻도록 선처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리옵고, 조속한 회신을 기다리며 두서없는 글을 올립니다.

2007년 12월 31일
고 황정일 공사 유가족일동 올림.

* 굵은 글씨는 유가족 측에서 표시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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