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통일부 폐지 방침에 대한 사회 각계의 반대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시민사회와 전문가집단 등은 통일부 폐지 결정을 가져온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철학 부재와 편향된 인식을 질타하며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경험부족이거나 정치적 목적 의심스러워"
세종연구소는 17일 북한연구센터장인 백학순 박사 명의로 낸 '세종논평'에서 "처참한 통일부의 모습과 하늘을 찌르는 인수위의 기세"를 개탄하며 "도대체 통일부가 어떤 (정책) 혼선을 초래했나. 통일부가 북핵 문제를 악화시켰나. 북미 양국 정부를 악화시켰나"라며 따져 물었다. (☞세종논평 바로가기)
백학순 박사는 "통일부가 우리 정부의 네오콘 정책 추종에 반대하면 정책 결정에서 혼선을 초래한 것이고, 네오콘의 정책을 적극 따르면 한미관계가 잘 되고,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잘 된다는 말인가"라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미국의 네오콘과 같은 것이냐고 따져 불었다.
백 박사는 남북관계와 통일 문제가 외교 사안에 포함된 'MB 외교 7원칙'을 거론하며 "우리의 분단 60년 정치사에서 우리 정부가 통일을 외교의 종속변수로 취급한 적이 있었나"라며 "우리 스스로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발언권을 키우지 않으면서 국제사회가 우리의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을 존중해 줄 것을 어떻게 요구할까"라고 한탄했다.
그는 "이데올로기나 사상가, 혁명가는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진 주장과 정치를 할 수도 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민주정치는 기본적으로 균형감각을 요구한다.(…)사상가나 혁명가도 아니면서 균형을 잡지 못하면 경험부족이거나 어떤 밝히지 않은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일부 폐지가 정부조직법개편안의 국회 통과를 위한 협상카드라는 분석에 대해 백 박사는 "민족의 정체성과 관련된 통일을 다루는 부서의 가치가 정부조직개편안의 국회통과를 위한 협상용의 가치로 떨어지고 말았나"라고 말했다.
"인수위의 사고체계가 뒤집혀 있다"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측위원회는 "남북관계를 한미관계에 복속시키려는 인수위의 사고에 대해, 우리나라의 국익이 미국의 국익과 반드시 합치하리라는 주장의 근거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인수위 내부의 '전도된 사고체계'를 지적했다. (☞6.15남측위원회 성명서 바로가기)
남측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남북관계는 국제공조로 규율될 수 없다는 것이 지난 수십년 간의 교훈"이라며 "한반도 문제의 주체는 미국이 아니라 당사자인 바로 우리들"이라고 강조했다.
남측위는 이어 "인수위가 통일부의 법적 기초 및 기능 역할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근본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라며 "통일부 역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일구고 경협을 궤도에 올리면서 군사적 위협을 급격히 줄여간 최근의 노력은 명백한 역사적 진실"이라고 말했다.
남측위는 "남북관계의 전문성을 구축하고 국가 차원에서 힘을 쏟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다수가 동의"한다며 "인수위의 개편안은 이러한 국민적 정서와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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