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 지역 국가들이 이처럼 반발하고 나선 것은 지난 3일 이란이 2003년 이후 핵 무기 개발을 중단했다는 미국 국가정보평가(NIE) 보고서가 공개된 뒤 이란에 대한 미국의 일방주의적 강경책이 국제사회에서 설득력을 잃고 있는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시간) 미국의 <AP> 통신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지지는 중동에서 친미적인 걸프 국가들에게조차 매우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면서 "이스라엘 핵개발에 대한 미국의 무조건적인 지지가 이란에 대한 제재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핵무기에 대한 미국 정책은 이중잣대"
아랍국가들의 반발 기류는 지난 8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걸프협력기구(GCC) 안보회의에서 극적으로 분출됐다. 이날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이란의 위협에 대응해 걸프지역 국가가 공동대응해야 한다는 연설을 하자 GCC 회원국들은 즉각 이스라엘의 핵무기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이중 잣대'라며 반박한 것이다.( ☞관련 기사: "이란에 들이댄 잣대, 이스라엘에도 적용하라")
게이츠 장관은 이스라엘의 핵 무기를 묵인하는 것은 이중 잣대가 아니냐는 질문에 곤혹스러워 하면서 "아니다"라고만 답변했다.
그러나 GCC 회원국(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6개국)은 "이란은 우리의 이웃이며 이란을 적으로 봐서는 안된다"며 "이스라엘은 50년간 땅을 점령하고 팔레스타인을 내쫓았으며 안보를 구실로 내정간섭을 해왔다"며 게이츠 국방장관을 계속 몰아부쳤다.
이에 대해 게이츠 장관은 이란은 핵무기가 없더라도 지역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존재라면서 "이란은 테러단체를 지원하며 세계 곳곳에 불안을 초래할 뿐 아니라, 언제라도 핵무기 개발을 재개할 수 있기 때문에 핵프로그램에 대해 확실하게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셰이크 하마드 카타르 총리는 이란 핵 문제에 대해 미국과 이란이 직접 대화를 할 것을 촉구하면서 "지난달 말 미국에서 열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회의에서처럼 미국이 이란에 대해서도 대화에 앞장서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AP> 통신은 "시아파 이란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해온 걸프 국가들이 이처럼 반발한 것은 미국과 수니파 무슬림 동맹국들 사이에 균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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