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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남북 워리어들의 협상으론 서해 문제 못 푼다"

[인터뷰] 군사전문가 김종대 <D&D Focus> 편집장

11월 27~29일 평양에서 열린 제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는 서해상에 남북 공동어로구역을 지정하는 데 실패했다. 그 문제는 남북 장성급군사회담의 의제로 다시 돌려보내졌고, '2007 남북정상선언'의 핵심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남북의 최고 국방 책임자간 회의에서도 합의하지 못한 공동어로수역을 그보다 급이 낮은 장성급회담에서 어떻게 합의할 수 있겠냐는 회의론이 만만찮다. 실제로 남북은 과거 6차례의 장성급회담을 열어 공동어로수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서해상 해상경계선, 혹은 북방한계선(NLL) 협상을 벌였지만 의견차만 확인했었다.

"조직의 속성상 협상 못한다"

"공동어로수역 지정은 광의의 군비통제인데, 군이 군비통제를 합의한 역사는 그 어디에도 없다. 냉전 말기 미국과 소련의 군비통제도 정치의 영역이지 군사의 영역이 아니었다. 정치인들이 적대국과 정치적인 합의를 하면 국방 당국은 군사적으로 뒷받침하는 기관에 불과하다. 그런데 정치 영역에서 불완전하게 합의하고, 구체적인 협의를 군사 영역으로 위임해 군사 지도자들에게, 그것도 제목을 입은 사람들한테 맡겼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D&D Focus> 편집장은 지난달 30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공동어로수역 문제를 포함한 '서해 문제'는 10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미 얘기를 끝냈어야 했는데 정치와 군사의 영역을 혼동해 잘못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워리어들의 회담. 지난달 27~29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는 서해 공동어로구역 설정에 실패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왜 그런 오류가 발생했을까. 김종대 편집장은 정부의 판단 착오, 국방부의 월권, 북한의 선군정치 논리 등을 이유로 들었다.

"북한은 선군정치의 나라이기 때문에 군부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북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결단을 내려야 할 일이지 인민무력부가 나서서 직접 협상을 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 역시 북한의 선군정치 논리를 따라간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김장수 국방장관은 정상이나 그에 준하는 수준에서 합의해야 하는 서해 문제에 대해 '그건 국방장관회담 의제다'라는 태도를 보였다. 그건 월권이고, 일종의 관할권 싸움이기도 했다. 통일부 사안이 아니라 국방부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건 잘못된 논리다. 정부는 싸움닭 혹은 워리어(戰士)들에게 협상전문가의 일을 맡겨 이런 결과를 자초했다."


<조선일보>도 김종대 편집장과 유사한 논리를 편 적이 있다. <조선일보>는 30일자 사설에서 "(경협에 대한) 군사적 보장이란 남북 당국이 합의한 사항을 들고 북한 군부에 가서 다시 한 번 허락을 받는 것"이라며 '코미디'라고 비난했다.

김종대 편집장은 이에 대해 "군(軍)이라는 협상 당사자의 속성으로 볼 때 양측 군부에게 다시 합의를 하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었고 그런 면에서 조선일보 얘기도 틀리진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NLL 문제는 국방장관이 다뤄야 한다며 국방장관회담에 힘을 실어줬던 것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방장관회담이 잘못된 게 아니라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그 결과물인 정상선언에 오류가 있었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김 편집장은 "이 틀에서는 더 이상 진척되기 어렵다"며 비관론을 폈다. 그의 논리로 볼 때 '이 틀'이 아니라면 다시 정상 수준으로 논의의 틀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김 편집장 역시도 그런 결론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아이디어도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공동어로수역에 대해서는 국방부 안(案)도 있지만 해양수산부 안도 있다. 어획량, 제3국(중국) 어선의 침탈, 해양 지형 등을 따지는 건데 그런 차원에서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 국방부 의견을 참고로 하면서도 다른 라인에서 접근하고 협상하도록 하면 해결될 수 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안보가 아니라 더 큰 틀로 접근하자는 것인데, 그럴수록 소위 안보논리는 겉으로 보면 약화될 수 있지만, 그게 진짜 안보다."

노무현 대통령의 2005년 10월 지시

공동어로수역 문제가 이처럼 꼬이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 정부가 NLL을 불필요하게 부각시키고 상황을 잘못 관리했기 때문이라는 게 김종대 편집장의 판단이다.

그는 "NLL은 법과 영토의 문제이기 때문에 종전선언이 아니라 평화협정 체결 단계에서나 얘기할 의제"라면서 "그러나 정부는 NLL 문제를 선결과제인 것처럼 본의 아니게 '상징조작'을 했고, 그러면서 이 문제가 과열되어 오히려 남북관계의 걸림돌을 만든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 2005년 8월 17일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과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의 만남 ⓒ연합뉴스

그의 말에 따르면, 지난 2005년 8월 17일 청와대를 방문한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는 남측이 북한 민간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를 허용한데 대해(8월 10일 합의) 사의를 표명했다. 그것은 한편으로 한동안 북측이 서해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도 읽혔다. 실제로 북측은 그 후 2년 남짓 NLL에 대한 발언을 삼가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후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이 채택되며 북핵 문제의 돌파구가 열리자 2005년 10월 'NLL은 법적인 문제도 있고, 남북간에 항상 근본적으로 걸려있는 문제이니 개선방안을 검토하라'는 취지의 지시사항을 하달한다. 김종대 편집장은 "아주 원론적인 수준이었고,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지시였다"고 소개했다.

"북측 민간선박의 제주해협 통과 허용 여부를 가지고 남측의 태도를 가늠하려고 했던 북측은 그 문제가 풀리면서 남측이 NLL 문제에도 전향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기대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서도 감을 잡았던 것 같다.

북측은 그러면서 '2차 테스트'를 하려고 했는데, 작년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상황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정부 내 특정인 몇몇이 미사일 발사 후 쌀·비료 지원을 중단해 북한에 페널티를 줘야한다는 이상한 논리를 들이대면서 지원을 중단하는 치사한 방법을 쓰니까, 서해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테스트를 하게 됐다. 그것은 바로 올해 들어 북한 해군사령부가 내놓은 일련의 발언들이다. 2005년 8월 이후 조용하던 북한 해군사령부는 올 상반기에만 NLL에 관한 성명을 거의 10번 정도 내놓으면서 '전쟁불사' 혹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표현까지 썼다. 쟁점을 만들자는 의도였는데, 쌀 지원을 중단한 정부의 실책이 한 몫을 한 것이다.

그 와중에 남북 정상회담이 합의되면서 청와대는 투 트랙(이원화) 전략을 썼다. 북에 대해서는 NLL을 양보할 수 없다고 못을 박으면서도, 남쪽 내부에서 공론화를 시도하고 법적인 재검토를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거야 정부가 보기에 투 트랙이지 밖에서 보기에 어떻게 이원화가 되겠나. 그러니까 보수언론들은 'NLL을 정상회담에서 논의하기 위한 전초전이다'라는 식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그는 NLL 문제가 과열된 데에는 북한 해군사령부가 시비를 걸어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남측 보수언론들의 정략도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상황을 잘못 관리한 게 더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NLL이 정상회담의 의제가 되지는 않았다는 게 그가 알고 있는 팩트이고,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라는 큰 틀의 접근법도 적절했다는 게 그의 평가다. 하지만 그는 군에게 공동어로수역 지정을 넘긴 것은 실수였다는 결론으로 다시 돌아왔다.

"재래식 보수와 재래식 진보의 황당한 싸움"
▲ 김종대 편집장 ⓒ프레시안

김종대 편집장이 남북간의 군사 문제에 이처럼 정통한 것은 그의 이력 때문이다. 김 편집장은 1992년부터 2000년까지 임복진·유상남 의원 등 14~16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보좌하며 국방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웠다. 그 와중에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자 정부인수위원회 국방분과위에서 활동했고, 2000~02년에는 재야에서 군사평론가로도 활동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후 인수위원회에 다시 들어간 그는 그 후 청와대 국방보좌관실과 총리실 산하 비상계획위원회에서 일했고 올 4월까지 김장수 국방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있으면서 국방 현안을 직접 다뤘다.

그런 그가 외교·국방 전문지를 표방하는 <D&D Focus>를 만들게 된 이유는 "재래식 보수와 재래식 진보의 황당무계한 싸움이 안타까워서"라고 했다.

"미국의 군사력 변환은 지금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고 있다. 미국은 미사일 방어(MD), 한국군과 미군의 정보 융합, 유사시 미 증원군에 대한 한국의 군수지원만 보장되면 한국군의 지위도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것은 GPR(Global Posture Review,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로 불리는 미국 군사력 변환의 핵심이다.

그 변환은 미국의 재래식전쟁주의자 혹은 전통주의자들이 가지고 있던 헤게모니가 군사혁신파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의미가 있다. 주한미군 축소 및 기지이전,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같은 게 다 그것과 연관되어 있다.

미국은 재래식전쟁주의자들이 많은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한국과의 각종 합의를 재조정하자고 할까봐 오히려 겁을 내고 있다. 미군의 변혁에 차질을 빚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자체적으로 '자주국방' 같은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인데, 보수쪽에서 시대를 못 읽고 있고 '죽은 자식 뭐 만지는' 식으로 한미동맹만 외치고 있으니 답답하다.

그런 재래식(conventional) 관점은 진보쪽에도 있다. 재래식 진보들은 과거 미군이 대규모·고강도 전쟁에 집착했을 때의 군사교리만 자꾸 보고 있다. '주한미군의 영구주둔이다', '합동군사령부를 무산시켜 자주권을 제한한다', '기존 정책의 연관이다'라는 주장이 그런 것이다. 물론 정보융합 같이 특정 분야에서는 맞는 얘기인데, 전작권 환수 등에서 보이는 큰 틀의 의미있는 변화를 자꾸 비관적으로 해석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라크의 저항으로 한반도가 살아난 '불편한 진실'

김 편집장은 "보수와 진보가 이처럼 재래식 관점에 집착하는 것은 안보 분야에서 기본적인 맥락을 짚어주는 사회적인 장치나 소통 과정이 다른 분야보다 유독 낙후됐기 때문"이라며 "그걸 정상적으로 소통시키는 언론이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은 오히려 '블루오션'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좌우의 시각 때문에 오히려 진실이 가려져 왔는데, 보수와 진보의 안보주의자들이 만나고 통합될 수 있는 메신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 ⓒ프레시안

외교(Diplomacy)와 국방(Defense)의 머리글자를 따 제호를 만든 <D&D Focus>는 실제로 지난 11월호 창간호에 이어 12월호에서도 미국의 군사변혁과 한국군의 전작권 이양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김 편집장의 말대로 이 잡지의 고문에는 김희상 전 청와대 국방보좌관을 비롯한 장성 출신의 보수파들, 자문위원에는 진보적 성향의 소장학자들이 포진되어 있는 등 진보와 보수가 어우러져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그런 군사 변환을 추진하는 것일까. 김 편집장은 "미국의 국력이 그것밖에 안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미국도 과거와 같이 전세계 여러 곳에서 고강도 전쟁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고, 동맹국이 자주국방을 하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게 됐다. 그런 변화를 두고 기존의 재래식전쟁주의자들의 의도에 말려든 것이라고 보면 안 된다. 미군이 점유하는 기지의 면적이 줄어들고 한국의 자율성이 커지는 것은 사실인데, 그걸 '눈 가리고 아웅'한다고 보는 것은 틀렸다.

미국은 이라크 안정화작전만 성공하면 바로 북한으로 눈을 돌리려고 했다. 펜타곤도 이미 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라크 저항군이 한반도를 살린 것이다. 미군은 이라크에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처한 상황에 한계를 느껴 북한과 협력을 하게 됐다. 남의 불행이 우리의 행복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있는 것이다.

한반도에 관한 미국의 대전략이 물론 있겠지만, 북한과의 대립구도를 지속적으로 끌고 갈 군사적인 물적 기반이 소진되면서 그 대전략은 융통성있고 유연하게 바뀐 것이다. 그걸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적응해야 한다. 북한 역시 대전략이 있겠지만, 융통성있게 변화시켜가고 있다. 그런데 한 쪽에서는 주한미군 더 주둔하라고 하고, 또 한쪽에서는 떠나가는 미군 철수하라고 하고…참 곤혹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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