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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권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마흐푸즈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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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권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마흐푸즈 타계

'천일야화의 영광 재현' 평가…근본주의자들의 암살 위협도

유명한 이집트 문호이자 아랍권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나깁 마흐푸즈가 30일 이집트 경찰병원에서 별세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향년 95세.

1911년 카이로에서 태어난 마흐푸즈는 1988년 아랍권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인물로 그는 이집트 뿐만 아니라 아랍권에서 정론을 추구하는 지식인의 표상으로 이름을 날렸다.

문학 평론가들은 1960년대 들어 활동을 시작한 아랍권 작가들이 모두 '마흐푸즈의 외투에서 나왔다'고 말할 정도로 마흐푸즈는 현대 아랍권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지켜 왔다.

그는 '광기의 속삭임(1938년)'을 비롯한 10여 권의 단편집과 30여 권의 소설 및 자신의 작품을 각색한 30여 편의 시나리오를 완성했으며 최근까지도 알-아흐람 위클리에 에세이를 써올 만큼 왕성한 집필활동을 계속했다.

그러나 마흐푸즈는 자신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장편소설인 '게벨라위의 아이들(우리 동네 아이들)' 내용에 불만을 품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지난 94년 암살을 기도,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으며 오랜 눈병으로 거의 실명에까지 이르러 이 사건 이후 카이로의 자택에서 경찰의 보호를 받아왔다.

이집트 관영 일간인 알-아흐람에 1959년 연재된 '게벨라위의 아이들'은 이슬람 창시자인 마호메트를 모독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이집트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이슬람 종교교육기관인 알-아즈하르에 의해 금서로 지정돼 있다.
마흐푸즈의 생애와 작품세계 : 천일야화의 영광 재현한 문호 지다

30일 타계한 이집트의 문호 나깁 마흐푸즈(95)는 아랍문학계의 큰 별이었다.

1919년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의 알-가말리야에서 3남4녀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탐정소설을 즐겨 읽고 아랍노래의 여왕으로 불리는 움므 쿨숨(그의 두 딸 중 장녀 이름도 움므 쿨숨임)의 노래를 즐겨들으며 성장했다.

이런 유년기의 경험은 향후 그의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는 1930년 카이로대학의 전신인 푸아드 1세 대학 철학과에 들어가 서양철학을 공부하면서 어릴적부터 접해온 이슬람과는 색다른 세계에 대한 인식을 경험한다.

1934년 대학졸합 후 대학원에서 2년 간 공부를 더한 그는 1936년부터 2년 간 대학 행정서기로 일하며 본격적인 문학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는 영화와 문학에 큰 관심을 가졌지만 체계적으로 문학 수업을 받지는 않았다.

청소년기에 문학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갖고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체홉, 셰익스피어 등 세계적 작가의 작품들을 두루 섭렵하고 대학 시절 미학 분야에서 안목을 길러 놓은 것이 그가 세계적 작가로 크는 밑바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1939년 종교부 대출과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는데, 이 때의 경험은 말단 공무원들의 좌절과 욕망을 작품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

그는 1953년 문화부 산하 예술위원회 영화위원이 된 뒤 영화분과위원장, 영화·TV 예술검열 위원장, 이집트 영화사 고문, 문화성 고문 등으로 일하다 1971년 11월 공직을 떠난 뒤 이집트의 최고 유력지인 알-아흐람 신문 편집위원을 지내면서 글 쓰기에 전념했다.

그는 198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1994년에는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작품인 '우리 동네 아이들(게벨라위의 아이들)'의 내용에 불만을 품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휘두른 칼에 찔려 목에 중상을 당했으나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그는 이후 대외활동을 접은 채 카이로의 자택에 주로 칩거하며 작품 구상에 몰두했다.

그는 눈병이 악화해 시력을 거의 상실한 말년에도 알-아흐람에 기고를 해 올 만큼 왕성한 집필의욕을 보였다. 그는 평소 "내가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가 사라진다면 그 날이 바로 내 최후의 날이 될 것"이라고 말해 왔다.

마흐푸즈는 간결하고 순수한 문체로 표준 아랍어 문장을 현대적 감각에 맞춰 자유롭게 구사한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가진 회견에서 "나는 내가 태어난 동네를 사랑하며, 골목은 나의 인생 이야기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사회의 축소판인 동네가 그의 작품의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

그의 작품세계는 통상 낭만주의 경향의 역사소설에 집중됐던 청년기인 제1기(1938∼1944), 사실주의 소설을 발표하며 명성을 얻은 제2기(1945∼1958), 인간의 정신문제를 다룬 철학적 소설을 쏟아낸 시기인 제3기(1959∼1971), 그리고 특정 경향에 치우치지 않고 글을 쓴 말년기인 제4기(1972∼2006)로 구분된다.

1기의 대표작은 28편의 소설을 담은 단편소설집 '광기의 속삭임(1938)'이다.

이 작품 집에 포함된 '포로의 옷'은 주인공이 서구 열강의 대리 전쟁 터인 이집트에서 포로의 옷을 담배 두 갑을 주고 사 입었다가 외국어를 못 알아들어 총에 맞아 죽는 비극을 담은 것으로, 단편소설의 압권으로 평가된다. 이 시기에는 세 편의 역사소설인 '운명의 장난' '라두비스' '티바 족의 투쟁'이 발표된다.

2기에는 카이로 동네를 무대로 한 사실주의 소설이 많이 나왔는데, 금은 세공과 토산품 거리로 유명한 올드 카이로 지역의 칸 알-칼릴리 시장으로 이사하는 중년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칸 알-칼릴리'와 3권으로 이뤄진 대하소설 '3부작'이 가장 유명하다.

마흐푸즈의 소설이 성숙단계에 들어간 3기의 작품으로는 1959년 알-아흐람에 연재됐던 '우리동네 아이들'을 비롯해 '도적과 개들(1961)', '나일 강가의 잡담(1966)' 등이 있다. '우리동네 아이들'은 이집트의 수니파 종교교육 기관인 알-아즈하르가 예언자 마호메트를 모독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금서로 지정해 아직까지 이집트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못한 그의 대표작이다.

4기 작품으로는 이집트 소설과 서구 소설의 만남을 보여주는 극치라는 평가를 받는 '알-하라피시의 학살(1977)'과 아랍 역사에서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갈등을 열두 가지 이야기로 보여주는 '천 하룻밤', 가족 3대의 이야기를 다룬 '남은 건 한 시간뿐' 등이 있다.

4기에는 '희곡소설'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그의 작품에 대화가 많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예술의 유일한 근본은 한마디로 솔직함"이라고 역설해 온 마흐푸즈는 70년 가까운 작품생활을 통해 이집트 경계를 넘어 아랍권 문학계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일부 평론가들은 1960년대 들어 레바논, 시리아, 팔레스타인, 이라크 등에서 배출된 아랍 문단의 작가들이 모두 "마흐푸즈의 외투에서 나왔다"고 말할 정도이다.

이집트인 특유의 입심을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불렸던 마흐푸즈는 아랍 문학의 고전인 '아라비안 나이트(천일 야화)'의 영광을 재현한 아랍권 최고의 문호라는 평가를 뒤로 하고 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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