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용 환경부 장관 내정자의 위장전입 문제를 둘러싸고 '사실상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과 야당인 한나라당이 뒤바뀐 태도를 보이고 있다. 통합신당은 "분명한 결격 사유를 가진 환경부 장관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고 한나라당은 "문제될 것 없다"고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내정자의 위장전입 문제를 고리로 '이명박 공세'에 불을 붙이려는 신당과 이를 방어하려는 한나라당의 엇갈린, 숨은 노림수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당 "위장전입 장관 안된다" vs 한나라당 "기획 인사 아니냐"
통합신당 최재성 공보부대표는 18일 당 고위정책조정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이규용 내정자가 3차례에 걸쳐 위장전입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내정한 것은 옳지 않다"며 "내정을 철회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최 부대표는 "'위장전입을 단 한번이라도 했다면 장관이 될 수 없다고 발언한 대통령이 그런 장관을 내정했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혹여 대통령이 모르고 있었다면 청와대 검증 시스템에 심각한 결격사유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대표는 "내정을 철회하거나 이 내정자가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며 "이러한 분명한 결격사유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한다면 통합신당은 그에 상응하는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대표는 "해임 건의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청문회 과정에서 이 내정자의 위장전입 사실이 부각되면 한나라당 이 후보의 위장 전입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국회 환노위원장인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기획인사"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홍 의원은 "한나라당의 입장이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지난 13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는 이 내정자의 위장전입 문제에 대해 "이 내정자는 차관에서 승진하는 것이니까 별다른 검증사항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기획인사라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호응하지는 않을 방침"이라며 "당 차원의 입장은 내지 않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이에 대해 최재성 부대표는 "아무리 '가재는 게 편'이라도 이제까지 장상, 정대환 내정자에 대해 위장전입을 문제삼하 낙마시킨 당에서 찬성으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청와대는 위장전입 문제 알고도 내정?
이와 별개로, 청와대는 이 내정자의 3차례 위장전입 사실을 알고도 후임 장관으로 내정한 데 대한 비난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가 19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내정자의 부인 김모씨는 93년 7월과 96년 9월, 두 아들과 함게 각각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서 방이동과 가락동으로 주소지를 옮겼고, 두 차례 모두 이듬해 3월 각각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이 인근 중학교에 입학했다.
2000년 8월에도 김씨는 두 아들과 함께 송파구 오금동에 전입했고, 같은 해 9월 외국어고를 다니던 둘째 아들이 일반고등학교로 전학했다.
이 내정자는 지난해 1월 환경부 차관으로 승진하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위장전입에 대한 소명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 민정라인의 고위 관계자는 18일 "(이 내정자의 위장전입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 "부동산 투기도 아닌데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한국PD연합회 창립식 축사에서 위장전입 사실이 확인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겨냥, "위장전입 한 건만 있어도 도저히 장관이 안 된다"고 비판하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이달 5일 이 내정자를 장관으로 발탁한 데 대한 논란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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