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후보는 손학규 후보에 대해서도 "평화, 경제 문제를 보는 시각 자체가 한나라당과 별다른 차이가 없고 민주개혁진영에서 폭발적인 힘을 끌어낼 수 없다"며 "본선 경쟁력이 없다고 본다"과 비판했다.
한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자신의 캠프에서 한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친노 후보 단일화를 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정치인의 자질과 리더십의 문제에서 국민들은 기회주의자나 철새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한 후보는 '본 경선이 끝나면 어차피 범여권의 표는 하나로 결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시시콜콜 다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세 후보가 단일화하면 본선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만 답했다.
또 그는 '친노 후보들이 각기 대선출마선언을 하기 전에 사전 조정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이해찬 후보나 유시민 후보가 나올지 몰랐다"는 다소 옹색한 대답을 했다.
그는 정동영 후보 측에서 친노 후보 단일화에 대해 선거법 위반이라고 문제제기 한데 대해서는 "낡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거니 짐작하면서 뒤집어 씌우는 것 같다"며 "명예훼손"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한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북송금특검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데 대해 "당시 나는 국무위원으로서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하게 진언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은 없다"면서도 "사과할지 여부는 노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한 후보는 정부가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한 한미 FTA에 대해서도 "내가 총리로 재직할 당시 노 대통령과 함께 추진한 사안이니만큼 일관성을 지키겠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부가 초기에 안이하게 대처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하면서 "총리로서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최선을 다해 반대세력과 대화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가 진행한 인터뷰 전문.
"창조경제, 복지국가, 대륙경제의 행복한 대한민국"
프레시안 : 한명숙 후보만의 강점을 꼽는다면?
한명숙 : 지역과 세대를 가리지 않고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 <화려한 휴가>가 개봉했을 때 한 지지자의 제안으로 광주 금남로에 있는 무등극장 전관을 대여해서 팬클럽 500여 명과 함께 영화를 봤다. 5.18 당시 광주교도소에 수감되어 시민과 고통을 함께 나눈 한명숙이 이 영화만큼은 금남로에서 광주시민과 함께 보는게 좋겠다는 아이디어였다.
이날 참석한 사람들을 보면 나를 지지하는 50대 이상의 중장년층 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많이 왔다. 나는 세대 간에도 고른 지지를 받고 있고 지역적으로도 대구·경북에서 제일 높은 지지를 받을 정도로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도를 가지고 있다. 지난 예비경선에서도 우리 지지자들이 '한명숙을 지지해달라'고 했을 때 거절당한 케이스가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덕분에 즐겁고 쉽게 치뤘다. 나는 호감도 1위의 후보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평한다.
프레시안 : 5.18 당시 광주교도소에 수감된 경험을 내세우는 것처럼 개혁성을 강조하는 것이 선거전략에 도움이 되나고 평가하나?
한명숙 : 많은 국민들에게 민주주의, 역사성 등의 화두가 상당히 약해졌다고 생각한다. 대신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수 있느냐는 경제 문제로 간심이 많이 옮겨갔다. 진보적인 사람들이 국민의 삶의 밑바닥까지 꼼꼼히 챙기고 가장 기본적인 삶에서부터 만족할 수 있도록 역할을 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안고 있는 평화의 문제나 실질적인 민주주의는 놓치고 갈 수 없다. 다만 플러스 알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플러스 알파란 무엇인가?
한명숙 : 나는 '행복'이라는 개념을 잡았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데도 행복지수는 아주 후진적이다. 우리나라의 제도는 선진국 형으로 발전해가는 데도 개개인이 느끼는 불만이나 갈등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 정부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양적인 경제지수는 점점 올라갈 수 있어도 삶의 질은 점점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조건을 꿰뚫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한명숙 후보가 내세우는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이 그런 의미인 것 같다.
한명숙 : 그렇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공약을 정책 기조 3가지로 내놨다. 우선은 창조적 경제다. 현대사회는 지식사회, 정보사회를 넘어 창조사회로 가고 있다. 경제도 창조적인 경제로 가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성장을 지속적으로 하는 한편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또 기술혁신을 통한 R&D투자 대국을 만들어 선진 경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 초일류 산업을 중심으로 교육과 연구, 교통, 문화 등이 하나로 어우러진 '7대 경제생태계'를 만들겠다.
두번째는 복지국가다. 지금까지 소비적, 소모적 복지에서 패러다임 자체를 본질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복지 정책 자체가 하나의 경제성장 전략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러한 복지는 중산층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복지다. 중산층은 누구나 일자리, 교육, 주택, 건강, 노후 문제 등 다섯가지 불안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를 해소해줄 수 있도록 복지의 형태로 사회적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해고가 두렵지 않은 나라를 만들 수 있고 노사관계도 안정화 될 수 있다. 임금의 70,80%를 실업수당으로 받으며 철저한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알선해 준다면 지금처럼 해고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 기업도 마음 편하게 경영할 수 있다. '행복'이라는 개념은 중산층으로 사는 대다수 사람들이 복지혜택을 받는 것에 있다고 본다.
세번째는 대륙경제다. 평화협정이 체결되어 남북문제가 잘 해결되면 국민이 상상하지도 못한 상황이 벌어진다. 남쪽은 북한으로 중소기업의 활로를 틔우고 북한은 이를 통해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로써 통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내가 특히 관심을 가지는 것은 철도다. 철도를 놔서 교통이 뚫리면 물류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 1930년대 첫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 씨에 관한 글을 보면 용산역에서 파리 가는 기차표를 끊어 기차여행을 하는 내용이 나온다. 분단 전에는 그런 길이 열려있었다. 대륙경제 시대로 간다면 이명박 후보가 말하는 경제정책은 후진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독선과 아집이 추진력과 능력인가"
프레시안 : 그러나 이명박 후보는 '경제대통령' 의제를 선점해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항할만한 한명숙 후보의 브랜드가 있다면?
한명숙 : 이명박 후보가 '거짓명박', '독선명박'이라면 나는 '진실명숙', '품격명숙'으로 대비해 나가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프레시안 : 그렇게 주장할 수는 있지만 국민들이 인정해줘야 브랜드가 되는 것 아닌가. 그 점에서 한 후보는 7,80년대 쉽지 않은 시기를 헤쳐왔고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서 두번의 장관, 국무총리도 역임했는데도 '한명숙'하면 딱 떠오를만한 브랜드가 없는 것 같다.
한명숙 : 언론 환경이 열악해 조명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우리의 브랜드를 알린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색깔, 혹은 브랜드에 대한 국민의 인식 자체에서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선과 아집이 추진력과 능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분명한 왜곡이다. 왜곡된 인식 자체를 변화시키면서 알려나가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다.
프레시안 : 그런 필요가 있다면 더더욱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텐데, 출마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출마 결심을 언제 했나?
한명숙 : 출마 결심은 총리 퇴임할 때 했다. 물론 4~5년을 준비한 사람에 비해 몇 달 준비한 사람은 시기적으로 늦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사람이 가진 컨텐츠가 국민의 염원과 스파크를 일으켜 변화를 만들어낸다면 시간의 불리함을 이겨낼 수 있다고 본다. 여건이 늦었다고 한다면 게임 끝이다. 그러나 내가 살아온 삶의 궤적과 국민 의식 변화 등 모든 것이 누적된다면 어느 순간 폭발적인 힘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지난 6월 18일 출마선언 한 지 3개월 가량 흘렀다. 그간의 활동에 만족하나?
한명숙 : 우리는 언론으로부터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다. 모든 언론이 메이저 언론의 틀을 뒤쫓아가는 경향이 있었다. 보수 언론들은 한나라당 기관지라고 해도 좋을만큼 한나라당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지금도 언론 환경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 국민들의 관심을 제대로 끌지 못하고 있다. 만족했느냐고 묻는다면 힘겨웠다고 답하겠다. 열심히 만들어내도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일정정도 우리에게 전달 체계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부터라고 생각하고 총력을 기울여서 본경선에서 후보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프레시안 : 예비경선에서 5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닐 것 같다.
한명숙 : 5위에 만족한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 일단 나는 조직의 열세 때문에 그런 결과가 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는 유시민 후보보다 앞선 것으로 안다. 조직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한명숙의 잠재력을 최대한 뽑아내서 지지자들에게 호소할 것이다.
"세 후보가 다 나올지 몰랐다"
프레시안 : 한명숙 후보는 이해찬, 유시민 후보에게 '개혁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그런데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각기 쓰는 용어는 다르더라도 공약의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손학규, 정동영 후보와 세 후보가 컨텐츠 상 다른 점이 있나?
한명숙 : 정치인의 자질과 리더십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국민들은 기회주의자나 철새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지 않는다. 국민들은 신의를 가진 정치인이냐를 주목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원칙을 버리지 않았고 당당히 외길을 갔다는 강점이 있다. 리더십의 문제에서도,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국민 통합이다. 공약과 능력이 비슷하더라도 누가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결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다음 정부의 리더십은 한명숙과 같은 국민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을 갖고 갈 때 실현해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프레시안 : 어차피 본 경선이 끝나면 한 명의 후보로 단일화 될 텐데 그 전에 굳이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후보가 단일화를 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명숙 : 후보단일화를 제안할 당시 나는 '손학규 후보는 본선 필패카드'라고 규정했다. 아까 공약에 별 차이가 없다고 했는데, 들여다 보면 손학규 후보는 평화, 경제 문제를 보는 시각 자체가 한나라당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런 정치적 입장과 사고를 가지고 한나라당과 싸우면 필패다. 또 손학규 후보가 민주개혁진영에서 자발적이고 폭발적인 힘을 끌어낼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정동영 후보는 왜 안되나?
한명숙 : 정동영 후보도 비슷하다. 호남 출신 후보는 호남 필패론에 걸릴 수밖에 없다. 또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국민 앞에서 차세대 지도자라고 손을 치켜들어준 사람이, 그 이후로 5년을 준비한 후보가 지지율이 정체되어 좀처럼 올리지 못하고 있다. 국민이 정동영 의장에게 거는 기대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국민이 갖는 신의의 한계가 드러난 것 아닌가. 정동영 후보로는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다.
정통성 있는 개혁 후보가 지금은 조직적으로 열세이기 때문에 뒤쳐지고 있지만 이 힘을 하나로 모으면 자발적인 국민의 힘을 모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은 같은 지지층을 두고 후보가 갈라져 있기 때문에 힘을 못 받고 있다. 이제 이 힘을 하나로 모으자는 것이다.
프레시안 : 각기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 전에 사전 조정을 하는 편이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한명숙 : 다 나오는지 몰랐다. 이해찬 후보가 나오는지 전혀 몰랐고 유시민 후보가 나올지 몰랐다. 사전 조정이 어려웠다.
프레시안 : 누가 되든 경선이 끝나면 범여권의 표는 결집할텐데 굳이 친노 세 후보가 먼저 단일화 해야 하는 이유가 명쾌하지 않다. 나머지 세 후보는 본선 경쟁력이 강한가?
한명숙 : 시시콜콜 다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세 후보 중 한 명으로 단일화 되면 가능하다고 본다. 나머지 두 후보는 필패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정통성 있는 개혁후보를 가지고 국민의 힘을 끌어올려야 한다.
프레시안 : 친노 후보 단일화를 하는 것은 확실한가?
한명숙 : 알 수 없다. 나는 이미 제안을 했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
프레시안 : 답이 없었나? 이해찬 후보는 본선 시작 전에, 유시민 후보는 본 경선 첫 주말 결과를 보고 제일 나은 사람으로 단일화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한명숙 : 나는 유시민 후보의 제안에 반대다. 본선에 들어가기 전에 힘을 모아야 단일화의 시너지를 얻어 힘을 결집해 갈 수 있다. 또 본 경선 시작 후에 단일화하면 사표가 생기게 된다. 또 지역적, 부분적인 표만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본 경선을 시작하는 14일 전에 단일화 하지 못하면 그 이후로는 중간 탈락이지 단일화라고 볼 수 없다.
나는 본선에 가면 국민들로부터 선택을 받아야하는 만큼 객관적인 국민여론조사를 하자고 제안했는데 그에 대한 답이 없다. 시간적으로도 여론조사는 하루면 된다.
프레시안 : 후보 단일화 논의에 대해 정동영 후보 캠프에 있는 정청래 의원이 선거법 위반 문제를 제기했다.
한명숙 :말도 안되고 근거도 없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2002년 대선에서 정몽준 -노무현 후보의 단일화도 선거법 위반인가. 국민 앞에서 공정한 여론조사를 통해 객관적인 기준으로 단일화하자는 주장에 대해 돈으로 매수를 하면 선거법 위반이라고 비판할 수 있나. 아마 낡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거니 짐작하면서 뒤집어 씌우는 것 같다. 이것은 분명한 명예훼손이다.
프레시안 : 대통합민주신당에서 낡은 정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인데, 만약 본경선에서도 구태정치가 있다고 하면 경선자체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명숙 : 조직선거, 구태선거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비경선에서 일련의 사건으로 당이 굉장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고 또 철저히 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니 당을 믿고 해나갈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이명박 고소, 이명박 후보가 자초한 것"
프레시안 : 청와대가 이명박 후보를 고소했다. 이에 대해 손학규 후보는 '이명박 후보 당선시키려 하는 거냐'고 강하게 비판을 하고 있는데, 한 후보의 생각은?
한명숙 : 청와대가 고소까지 하게 된 배경은 어쨌든 이명박 후보가 자초한 일이라고 봐야 한다. 이명박 후보의 자승자박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통치 행위 자체가 대체로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내가 대통령이라면 하지 않겠다.
프레시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평가하는 것 같다.
한명숙 :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판을 받더라도 자기 중심적으로 강하게 밀고나가는 성격이다. 특히 정책 면에서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옳다고 판단하면 어떤 유혹이나 비판 있더라도 강하게 밀고나간다. 이 점은 굉장한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와 노무현 대통령은 통치스타일이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이 전선을 치고 갈등을 유발하는 리더십이라면 나는 상대와 집요하게 대화하는 스타일이다. 집요한 대화로 상처를 최소화하고 통합해서 끌고 나가는 국민 통합형 화합의 리더십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내 시대를 연다면 노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이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한 한명숙의 시대를 열 것이다.
프레시안 : 스스로를 '집요하게 토론해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이라고 평가했는데 장관이나 총리로서 그렇게 만들어낸 구체적인 입법안이나 사례가 있나?
한명숙 : 미군기지 평택 이전 문제를 들 수 있겠다. 내가 총리로 취임했을 때는 평택에 군 투입하기 직전으로 이 문제가 일촉즉발의 상황에 있었다. 마주 달려오는 기차가 맞부딪히는 시기였다.
나는 노 대통령에 '대화로 풀겠다. 나에게 넘겨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이제까지 진행되어온 흐름이 있기 때문에 노 대통령으로서도 넘겨주는 것은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그러나 이때 결단을 내리는 것을 보면서 노 대통령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면 수용하는 리더십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튼 나는 그 일을 맡아서 대화를 집요하게 진두지휘했고 9개월만에 해결했다. 노 대통령은 높게 평가했고 미국도 좋아했다. 만약 잘못 풀리면 반미감정이 고조될 수 있었고 미국으로서도 지역과 대결하면서 미군기지를 이전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이런 문제를 내 특유의 대화 리더십으로 해결해냈다.
또 장항국가산업단지 문제도 해결했다. 환경 보호와 경제 개발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의 갈등이 있었다. 현지에서는 제2의 부안사태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갈등이 빚어졌다. 노 대통령은 지역 주민들이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져 있었으나 나는 대화로 해결하겠다고 나서서 문제를 해결했다. 정부가 제시한 대안과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잘 절충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한명숙 후보는 노무현 정부 뿐 아니라 김대중 정부 때에도 장관직을 맡았는데 자신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해 자평한다면?
한명숙 : 김대중 정부에서 여성부 장관을 맡고 노무현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이어 맡았다. 환경부 장관에 취임하던 날 오전에 이임식을 하고 오후에 취임식을 했다. 역사상 전 장관이 다른 부의 장관으로 취임하는 경우는 없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특히 남자 국회의원들이 장관 한번 해보려 하는지 알 것이다. 어떻게 일을 했길래 두 정부에서 인정을 받아 일을 해냈는지 봐야 한다. 여성부 장관, 환경부 장관에서 모두 정부 업무평가 1위를 하고 <중앙일보>가 주관하는 리더십 평가에서도 전 장관 가운데 1위를 했다. 이것이 내가 가진 특유의 통합적 리더십이 발휘된 결과다. 국무총리 때도 마찬가지다. 여러가지 업적들이 아직 부각이 되지 않아서 그렇지 노 대통령은 함께 일을 하면서 나의 정책 능력이나 리더십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평가를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도 나는 초대 여성부 장관을 맡았다. 그냥 흘러오던 일을 하는 장관이 아니라 집을 짓는 초대 장관이이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만족스러울 정도로 일을 해놓고 나왔다.
프레시안 :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는데, 김 전 대통령이 얼마전 노 대통령에게 대북송금사건 등에 대한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한명숙 : 김 전 대통령은 대북송금특검은 잘못된 것이라며 섭섭하다는 말씀을 자주 했다. 대북송금특검 당시 나는 국무위원으로서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하게 진언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은 없다.
프레시안 : 노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보나?
한명숙 :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결정해야할 몫이다. 내가 강요하거나 할 문제는 아니다. 나는 이미 그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한미FTA, 반대세력과의 대화를 위해 최선 다했다"
프레시안 : 정부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미 FTA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한명숙 : 나는 총리로서 노 대통령과 함께 한미 FTA를 추진한 사람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일관성을 가지려 한다. 한미 FTA는 추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위험한 기회다. 복지 인프라가 없는 상황이고 또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는 축산이나 감귤농업 등에 대한 완벽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물론 어떤 대책을 세우느냐를 동시에 봐야 하나 한미 FTA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프레시안 : 한명숙 후보는 오랜 재야 활동의 경험이 있는데 한미 FTA의 문제에는 재야 시민단체들과 입장이 갈렸을 것 같다. 특히 한미 FTA를 거의 다 성사시켜놓고 그만둔 당사자 아닌가?
한명숙 : 거의 모든 반대세력과 대화를 했다. 욕을 먹기도 하고 토론을 하기도 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정보공개 등의 문제가 해결되도록 중재,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 3월에 총리직을 그만두고 나와 한미 FTA가 체결될 때는 밖에 있었지만 추진 과정에서는 한복판에 있었던 것이 맞다.
프레시안 : 당시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보면 원천 반대와 같은 강경한 입장도 이었지만 졸속적인 추진과정이나 미국이 설정한 시한만을 좇아가는 문제, 정부 대책 부족 등을 지적하는 여론이 높았다.
한명숙 : 당시 시민단체와 대화를 하면서 이들이 정부가 하고자 하는 컨텐츠와 너무나 동떨어진, 때로는 공공의료 체계가 다 무너진다, 공교육이 무너진다는 등 거짓말로 과장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느꼈다. 조정을 해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런 사람들의 경우는 집단적으로 끝까지 반대를 하기 때문에 시민단체도 합리적인 대안을 가지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정보공개 요구, 절차 상 문제점에 대한 문제제기, 국내 대책이 철저하지 못하다는 지적, 미국의 일정에 너무 쫓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 등에서는 엄청난 노력으로 시정하려 노력했다. 한미 FTA 추진 과정에서 초기에 안일하게 생각한 측면이 있었다. 이 점은 인정한다. 이렇게 크게 부딪힐 것이라고는 정부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당시 공무원들에게 물어보니 '여러 여론조사에서 80% 이상 찬성이 나왔기 때문에 무난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답. 초반에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
대신 나는 대통령에게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협상팀이 너무 외부에 노출되고 반대세력과 이야기하느라 협상 준비를 못하고 언론에 소진되는 측면이 있었다. 체결지원위를 만든 이후 홍보자료를 만드는 등 최선을 다해서 대화하려 했다.
"최종 후보 단일화는 상황에 따라 판단"
프레시안 :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가 다음달 15일 결정될 것이다. 누가 됐든 민주당에서 뽑힐 후보와 독자세력화 하고 있는 문국현 후보와 단일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종 후보 단일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명숙 : 지금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는 데 우리의 신당 경선이 성공해서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지지율이 올라가면 상당히 힘을 받을 텐데, 그 때 민주당과 문국현 후보의 상황이 어떤지에 달려 있는 문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 신당의 경선이 성공할 수 있도록 '올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고 단일화는 그때 상황에 따라 추진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당에서 누가 본선 경쟁력이 있느냐, 누가 되야 국민들의 폭발적인 힘을 이끌어내서 이명박 후보와 49 대 51의 구도로 승리할 수 있느냐. 한명숙이면 된다. 첫 여성 대통령이 나오면 정치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 다른 후보가 된다면 질적 변화는 오지 않는다. 한나라당에서도 여성 후보가 탈락했고 민주노동당에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당에서 여성을 대통령 후보로 만들면 대 역전승을 가져올 감동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
프레시안 : 끝으로 <프레시안> 독자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면.
한명숙 : 우리 정치인들은 국민들을 너무 괴롭혀왔다. 국민들은 정치인을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염증을 냈다. 이제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한명숙이 국민을 통합해서 우리나라를 새로운 시대로 이끌겠다. 이명박 후보는 거짓말쟁이 후보다. 언제 비리가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후보다. 역사관이 경박하고 경제관도 경박하다. 이런 후보에게 우리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나는 모두가 잘 살고 함께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 인재부국을 만들고 중산층까지 복지 혜택이 가게하는 나라로 만들겠다. 한명숙이 대통령 되면 다르다. 세몰이하는 구태정치, 남자들이 하는 어둠의 정치 하지 않겠다. 깨끗하고 신선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정치를 열겠다. 여러분의 힘이 뒷받침 된다면 해낼 수 있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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