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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과 한반도평화, 무엇이 더 중요한가?"

한반도브리핑 <62> 2차 남북정상회담에 바란다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성사과정도 매끄럽다.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김만복 국정원장 간의 '비공개적이지만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성사되었다. 남북 관계에서 '비공개 공식라인'은 1972년 7.4남북공동성명부터 남북관계를 논의해 온 중요한 채널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있었지만, 가능성은 불투명했다. 하지만 다행히 남북한은 남-북-미 삼각관계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초기이행조치가 마무리 되고, 북미관계에서도 진전이 예상되는 현재의 상황은 늦었지만 적기가 아닐 수 없다. 2000년 정상회담이 1999년 페리프로세스의 활성화와 더불어 가능했듯이 이번 2차 회담도 진전된 북미관계의 환경을 반영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이른바 남-북-미 삼각관계의 선순환 구조속에서 가능하다는 공식이 재확인됐다.

왜 지금인가?

이번 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반도를 둘러싼 시간에는 남한의 대선이라는 시계만 있지 않다.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 국내 정치일정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우선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왜 이 시기에 결정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은 왜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했을까? 2005년 6.17 정동영-김정일 면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정상회담 추진에 합의했다. 그러나 시기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하자는 입장이었다. 당시 북한은 북미관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의 효과에 의문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2005년 9월부터 방코델타아시아(BDA) 금융제재 문제가 터졌고, 2006년에는 핵실험을 하는 등 상황은 악화되었다. 남북 양측 모두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는 어려웠던 상황이다.

2007년 들어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시작하고, 북핵 2.13합의가 진행되는 상황 진전을 통해 비로소 정상회담의 환경이 조성됐다. 북한의 입장에서 북미관계 개선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남북관계의 교착과 답보는 전반적인 정세관리나, 경제적 실리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북미 양국 사이에 관계 개선의 필요는 있지만, 앞으로 많은 쟁점을 해소해야 하고, 여전히 불신도 깊다. 남북관계의 진전이 북미관계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할 것이다.
▲ 남북정상회담에 쏠린 눈. 시민들이 2차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하는 화면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서 장소문제와 관련 논란이 있다. 그러나 이미 정부는 2005년 6.17 면담에서 답방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 사실을 공개했다. 장소라는 형식보다는 핵문제의 진전과 남북관계의 발전이라는 내용을 더욱 중시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양을 2번이나 방문한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개성에서 했다면 의미가 있었겠지만 의전과 경호, 통신 등의 측면에서 아직은 정상회담을 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번 정상회담을 평가하면서, 여전히 과거의 시각으로 현재의 상황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1차 정상회담은 남북한의 신뢰가 없던 시기에 이루어졌다. 당국간 접촉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현대'라는 중계인이 필요했고, 경제적 보상도 필요했다. 그러나 7년이 흘렀다. 그동안 21차례의 장관급 회담이 있었다. 개성공단을 비롯해 많은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공식라인에서 비공개적으로 정상회담에 대한 의견도 나누었다.

경제적 대가에 대한 시각도 마찬가지다. 7년전과 다르다. 북한이 원하는 경제적 실리는 북핵문제와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자연스럽게 얻어 질 수 있는 문제다. 이미 우리 정부는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철도 현대화를 비롯한 북한의 인프라 개선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도한 색안경은 현실 파악을 방해할 것이다.

무엇을 논의할 것인가?

정상회담의 의제는 예측가능하다. 2000년 1차 정상회담이후 7년간 남북 회담의 과정들이 정상회담의 의제들을 던져주고 있다. 합의했지만 실천하지 않고 있는 부분들은 구체적으로 이행방안을 논의하고, 입장차이가 분명한 부분들은 원칙적 수준에서 합의를 추구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의제는 평화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2005년 9.19공동성명에서 이미 합의했고, 미국을 비롯한 당사국들이 논의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조지 부시 미 행정부 입장는 비핵화에 집중하고 있고, 북한 역시 북미관계 개선을 우선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의 개시를 선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가능하다면 평화체제의 원칙과 목표를 제시한다면 더욱 좋다.

남북한의 군사적 신뢰구축도 핵심 의제다. 이미 남북한은 장성급회담을 통해 군사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명백한 입장차가 있다. 북한은 서해경계선 문제 해결을 우선시 하고 있고, 남측은 보다 점진적 접근을 선호하고 있다. 문제는 서해경계선 문제가 남북관계의 도약에 결정적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철도 상시운행, 한강하구 공동개발과 같이 합의했지만 실천되지 않고 있는 경제협력 사업들은 군사적 보장이 필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북한은 군사적 보장이 필요한 경제협력 사업을 해상경계선 문제와 연계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평화도 경제협력도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포괄적인 군사적 신뢰구축 패키지를 구성해서 돌파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 역시 1991년 남북불가침 부속합의서에서 합의했던 포괄적 신뢰구축이 가능하다면, 서해경계선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의제가 될 것이다.

물론 합의했지만 실천되지 않고 있는 의제들은 더 있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와 같이 전쟁과 냉전의 유산들을 청산하는 역사적 과제도 있고, 이산가족 문제를 보다 전면적으로 풀어야 하며,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경제협력도 한 차원 도약시켜야 한다.

예상되는 정치적 논란을 우려한다

과연 이번 정상회담은 어떤 성과가 있을까? 북한의 정책결정구조의 특징으로 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만남 자체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장한다. 1차 정상회담 이후 임동원, 박재규, 정동영 장관 등 특사 회담이 이루어졌을 때 많은 합의가 이루어졌다. 100번의 실무회담보다 1번의 정상회담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북한정치의 특수성 때문이다.

물론 정상회담 역시 하나의 과정이다.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해결할 수 는 없다. 2차 회담을 계기로 정상회담은 정례화될 것이다. 장관급회담을 통해 실무적인 이행방안을 논의하고, 정상회담을 통해 다음 단계의 과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동서독의 경험처럼 정상회담이 남북관계의 주요 의제를 논의하는 효과적인 회담 틀이 되기를 바란다. 물론 과도한 기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려되는 것은 정상회담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정상회담이 결정되었다. 정치적 결과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로지 국내정치적 시각에 매몰 되서는 안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같은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우리 손을 떠나, 남의 손으로 결정된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변화하는 정세에서 한국의 역할을 우선적으로 생각했으면 한다. 정치권의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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