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가 4일 개회됐지만 정치권의 관심은 높지 않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박근혜 두 대선주자 간의 정책 검증 공방에 매몰된 상황이고 범여권은 통합 추진과 주도권 경쟁에 온 신경이 쏠려 있는 상태다. 그러나 국정홍보처 폐지, 정치관계법 개정, 한미 FTA 등의 이슈를 두고 첨예한 대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정홍보처 폐지' 정치공방 불가피
일단 6월 임시국회 최대쟁점은 청와대가 내놓은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둘러싼 대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4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언론자유 수호 촉구' 결의문을 채택하고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결의문에서 "21세기 대명천지에 언론탄압과 언론자유 말살이 자행되고 있다"면서 "노무현 정권은 국정실패에 대한 반성은커녕 오히려 이를 호도하면서 비판언론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어 "정부는 기자실 통폐합 조치를 즉각 취소하고 '정권홍보처'를 넘어 '언론통제처'로 전락한 국정홍보처를 즉각 폐지하라. 한나라당은 각 정당과 협력해 언론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언론관계법의 재개정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취재를 제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대명천지에 어디 있느냐"면서 "6월 국회는 국정홍보처를 폐지하고 언론자유를 수호하는 국회로 정했다. 노 대통령의 '분노의 정치'를 마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국정홍보처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 외에도 신문법, 방송법, 언론중재법, 정보공개법 등 '언론관계법'에도 칼을 대겠다는 방침.
한나라당의 국정홍보처 폐지 주장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올 대선을 겨냥한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장영달 원내대표는 이날 "한나라당이 국정홍보처를 걸고 국회를 전쟁터로 만들려고 한다"며 "한나라당이 6월 국회를 정치선전장화, 정치정쟁화 하면 한나라당은 대통령 선거도 할 수 없는 정당으로 낙오시키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대적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당 이기우 공보부대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논의에는 응하겠지만 정략적 의도로 특정 기관의 존폐를 거론해선 안 된다"며 "신문법.방송법 개정 문제도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는 합리적인 선에서 상임위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관계법 개정 '뜨거운 감자'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올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관계법 개정안 처리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예정이다. 정치권이 6월 국회에서 정치관계법개정특위(정개특위)를 구성하는 데에는 합의했으나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정치관계법 개정 목적이 각각 다르기 때문.
한나라당은 △허위사실에 의해 영향을 받은 대선의 무효화 △정치테러로 유력후보 궐위 시 대선 연기 △정부지원 시민단체의 선거운동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정치관계법안을 제출하기로 한 상태. 열린우리당은 이들 법안이 법적 규제 대상과 국민심판 대상을 혼동하고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 대신 열린우리당은 범여권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기우 원내대변인은 "오픈 프라이머리를 구체화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각 당의 당내 경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점검해야 할 정치관계법의 내용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범여권의 대선 시간표를 역산해보면 8월 중앙선관위에 경선을 위탁하기 위해선 6월 국회에서 100% 국민경선제를 위한 제도적 정비를 해 놓는 게 필수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오픈 프라이머리는 정당제도 보호를 규정한 헌법 조항에 어긋나고 선거 과열과 과도한 선거비용 등이 우려된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정개특위위원장과 예결위원장 자리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전통적으로 원내 제1당이 맡아 왔다"고 주장하고 있고 열린우리당은 "여당의 책임을 진 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방향에서 정치관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의원과 민주당 손봉숙 의원 등은 각각 "현 정치자금법은 비현실적"이라며 중앙당과 시도당 후원회를 부활시키고 대선후보자나 예비후보자가 후원회를 설치해 법정선거비용의 70%까지 모금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한미FTA 청문회, 생색내기용으로 전락?
한편 이달 말 공식협정문 서명을 앞둔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 처리를 위한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나 정치권 공히 '마음은 대선(大選)밭'에 가 있는 실정이라 내용 없는 행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한미FTA 체결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는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는 각 당은 별다른 당론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반(反)노무현 전선을 분명히 하고 있는 한나라당도 한미 FTA에 대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특별한 반대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
특히 당 내 한미 FTA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건영 위원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에, 그 동안 상대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밝혀 왔던 이혜훈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 캠프에 합류해 있는 등 당 차원의 '한미 FTA 검증'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설 의원들조차 없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도 당내 보고서 등을 준비하고 있으나 별다른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6월 중에 미국 측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해 올 경우 한미 FTA를 둘러싼 국회의 공방전은 한층 가열될 수 있다.
열린우리당 이기우 대변인은 "재협상은 동의할 수 없다는 게 우리당의 분명한 입장이고 정부도 동일한 입장을 누누이 이야기해 온 만큼 재협상을 수락하면 위신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각 당의 입장이 분명치 않은 이상 청문회는 한미 FTA 체결에 반대하는 비상시국회의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천정배 의원 등 한미 FTA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대선주자들도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3대 현안법안도 지뢰밭
한편 지난 4월 국회에서 넘어온 사학법 재개정안과 국민연금법 개정안, 로스쿨법 등 3대 현안법안 처리도 남아 있다.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에 대해서는 4월 국회에서 개방형이사 추천위원회 위원 구성 비율 등 핵심사안에 대해 우리당의 입장이 정해지지 않아 처리되지 못했다며 6월 국회에서는 표결처리라도 하자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국민연금법과 로스쿨법 처리 등에 중점을 두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서라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이 다시 '사학법 연계 처리' 방침을 들고 나올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양당은 이들 3대 현안 법안 외에 각종 민생법안을 놓고도 대선을 앞둔 표심 잡기 차원에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반값 아파트' 및 `반값 등록금' 관련 법안과 유류세 10% 인하 법안의 통과를 주장하고 있고 우리당은 사법개혁법안, 국민임대주택법안, 다문화가족지원법안, 휴면예금법안 등의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는 5, 6, 8일 본회의를 열어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11일 정치.통일.외교.안보 분야, 12일 경제 분야, 13일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을 실시한다. 그 이후 상임위원회별로 법안심사 및 현안질의를 마친 뒤 20일과 7월 2, 3일 세 차례 본회의를 열어 각종 법률제·개정안 등 의안을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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