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2차 집단 탈당의 디데이가 6월15일로 확정됐다. 정대철 상임고문과 김덕규·문학진·강창일 의원 등 열린우리당 통합파 의원들과 이미 우리당을 탈당한 의원 등 13명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회동을 갖고 오는 15일 집단 탈당하기로 결정했다.
15일 탈당과 동시에 신당창당추진위 발족
이들의 탈당은 15일 발족하기로 한 '대통합신당 창당추진위원회(가칭)'의 출범 계획에 맞춰져 있다. 당적 이탈 시 의원 직이 자동 상실되는 비례대표 의원들은 당적을 가진 채 참여하되 추진위원회에 참여하는 선출직 의원들에게는 모두 탈당을 요구한다는 것.
문학진 의원은 "대통합신당창당 추진위원회에 참여하는 데에는 당적이 관계가 없다"면서도 "열린우리당 당적을 가진 채 추진위에 참여하는 것은 현재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추진하는 대통합과 같은 꼴"이라며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 대해서도 탈당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열린우리당 내 친노그룹을 제외한 80여 명의 의원을 대상으로 삼고 추진위원회 가입원서와 탈당 원서를 돌리기로 했다. 이날 회동에 참여한 강창일, 정봉주, 김덕규, 문학진, 신학용, 이원영, 한광원 의원이 탈당원서에 서명을 했다.
이들은 김근태·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문희상, 원혜영, 유인태 의원 등 당내 중진들도 폭넓게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다만 "현재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2.14 전당대회에서 권한을 위임받은 시한인 6월 14일 직후인 15일 탈당을 하기로 했지만 그 이전에라도 어떤 특별한 상황이나 사정이 발생할 경우 변경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특별한 상황'에 대해 "우리 움직임의 진정성, 열정을 곡해하는 움직임이 당내외에 있을 경우"라고 말해 친노계의 당사수 움직임이 다시 강화될 경우 15일 이전에라도 순차적으로 탈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들은 한편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에 대해서도 동참을 압박했다. 문 의원은 민주당의 참여 전망과 관련해 "당 내에서 상당한 입장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분출되면 박상천 대표가 입장을 바꿀 것으로 본다"며 "만약 박 대표가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민주당을 뽀개는 수밖에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문 의원은 "중도개혁통합신당은 우리의 대통합 추진 움직임에 큰 호응을 보여 왔고 동시에 중도신당과 민주당 사이에 진행되는 '소통합'을 유보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주장했다.
범여권 '새 중심' 될지는 미지수
그러나 이들의 집단탈당이 범여권 통합의 중심추 역할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선 이에 동참할 의원들의 규모를 가늠하기조차 어렵고, 당내에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직접적인 합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측에 따라 적게는 10여 명, 많게는 40여 명이 거론된다.
물론 이들이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을 비롯해 문희상, 유인태 의원 등 중진들, 임종석, 정장선, 우상호 의원 등 초재선 의원들까지 규합할 경우 범여권의 세력판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들은 문희상, 유인태 의원이 최근 친노계 일각의 당사수론에 제동을 걸며 대통합론으로 무게추를 옮긴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문희상 의원은 우리당 내 통합추진위원들과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선도탈당론을 제기한 것도 사실이다.
문학진 의원은 "정대철 고문이 어제 문희상 의원을 만났고, 상당부분 우리와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문희상 의원이 상당한 변화가 진행 중임을 느꼈을 것이라는 게 정 고문의 전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어려운 고비에 처한 당을 나가는 것이 무슨 거사이고 결행이냐"며 "탈당을 무슨 독립운동처럼 얘기하고 이를 빌미로 우리당을 흔드는 것은 배반이다. 품격 있게 행동하기 바란다"고 비판하며 의원들의 동요를 단속했다.
정 의장은 "당 밖에서 탈당을 두고 거사, 디데이, 결행임박이라고 표현하는데 독립운동 중계방송 하듯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소통합 협상 유보를 요구받은 중도신당 양형일 대변인도 "열린우리당의 틀을 깨고 행동하는 분들과는 대통합을 위해 서로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민주당과의 통합협상을 중단하는 문제는 5월 말까지의 협상결과와 통합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선주자들의 경우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정동영 전 의장이 이들의 움직임에 직접 결합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6월14일 이후 탈당을 심각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근태 전 의장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이들의 탈당 예고일의 이틀 뒤인 6월17일 자신의 정치조직인 '선진평화연대'를 결성하고 범여권 현역의원들을 적극적으로 규합해 나갈 예정이다.
김부겸, 조정식, 신학용, 정봉주 의원 등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은 물론이고 민주당의 신중식, 이상열, 국민중심당의 심대평, 권선택 의원 등이 손 전 지사 진영과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다.
이에 따라 6월14일 이후 범여권의 정파 난립과 주도권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70~80명 규모의 열린우리당, 2차 탈당파, 소통합 작업이 지지부진한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을 비롯해 손학규 그룹 등 대선주자 진영이 도토리 키재기 식으로 경쟁하는 파편화 국면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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