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박상천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좌우간 내가 바라는 것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을 해야 한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좌편향 진보인사 및 국정실패 책임인사 배제론'을 들어 열린우리당과의 통합에 부정적인 박상천 대표에 대해 민주당 안팎에서 역풍이 불 조짐이 일고 있는 것. 이에 더해 당 내에서는 박 대표의 '소통합'에 반대하는 '대통합파'들이 결집하는 '통합과 창조 포럼'이 21일 발족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DJ 훈수에 신난 열린우리당
민주당 내 원외위원장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권을 단단히 쥐고 있는 박 대표지만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박 대표의 '소통합'에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것은 쉬이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7박 8일간의 독일방문을 마친 뒤 19일 귀국한 김 전 대통령은 인천공항 귀빈실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중도개혁 통합신당의 통합추진위원장인 신국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 협상을 시작한다. (협상대표인) 민주당 최인기 의원과 잘 논의해 빨리 결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자 "이번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 관심이 많다. 국민이 바라는 것을 해야 하고 그렇게 판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전 대통령은 평소 "국민이 바라는 것은 양당제도일 것이다. 대선이 실시되는 금년 후반기에 가면 양당 대결로 압축될 것"이라며 범여권 통합을 역설해 왔다. 김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최근 박 대표의 '특정인사 배제론'으로 대통합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열린우리당은 김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을 기화로 박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정세균 당 의장은 20일 성명에서 "(김 전 대통령이) 국민이 바라는 대로 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분열하지 말고 대통합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우리당이 추진해 온 대통합과 일맥상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합' 내세운 비주류 인사들 나서고
민주당 내 대통합론자들도 21일 장상 전 대표의 '통합과 창조포럼' 창립을 중심으로 결집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 전 대표는 이날 서울 명동 YWCA 4층 대강당에서 열릴 발족식에서 "평화민주개혁세력의 통합은 시대적 화두이자 역사적 과제"라며 "이번에 대통합을 이뤄내지 못하면 역사적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범여권 대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장 전 대표는 지난 1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상천 대표의 '살생부' 논란과 관련해 "무슨 명단이든 간에 살리는 명단이어야지 죽이는 명단은 안 좋다"며 박 '특정인사 배제론'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또 그는 '통합과 창조' 포럼에는 "민주당 전현직 의원뿐 아니라 열린우리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 민생정치모임 소속 의원들도 발기인에 포함돼 있다"고 말해 범여권 대통합 과정에 뛰어들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포럼 발기인에는 민주당 김효석, 신중식, 이상열, 채일병, 김송자 의원과 통합신당 양형일, 조배숙 의원과 정균환 전 의원 등 정치권 인사와 이인호 전 러시아 대사와 장명수 한국일보 고문, 이종훈 전 중앙대 총장 등 300여 명의 각계 주요인사가 참여한다.
열린우리당은 이러한 흐름을 활용해 '배제론'을 내세우고 있는 박 대표 대신 장 전 대표나 한화갑 전 대표 등 '비주류'와 대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세균 당 의장은 21일 '통합과 창조 포럼' 출범식에 참여할 예정이기도 하다. 열리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박 대표는 명분에서 고립되고 세력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박상천 대표에게 영향 미칠까?
그러나 이같은 모임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당장은 박상천 대표의 '당내 파워'에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장 전 대표가 박 대표 체제를 뒤집는 쿠테타를 일으키기도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민주당 사정에 밝은 한 호남 지역 인사는 "통합파는 박 대표 앞에서 꼼짝도 못한다"며 "정치 경력도 한 참 떨어지는 데다가 이른바 '말발'로도 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이 인사는 "김홍업 의원의 경우, 박 대표 측 인사들과는 코드가 맞지만 통합파와는 스킨쉽도 떨어지고 사실 별 다른 인연도 없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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