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정계개편 시간표에서 오는 18일은 범상한 날이 아니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당의장은 "5.18에서 6.10 사이에 대통합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선언했고 열린우리당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천정배 의원, 김혁규 의원, 한명숙 전 총리 등 범여권의 대선주자들은 이날을 맞아 앞 다퉈 범여권의 '정치적 수도'인 광주를 찾기 때문이다.
하지만 5.18 당일 광주에서 대통합의 징표를 찾아보긴 어려울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의 정대철 고문이나 김근태 전 의장이 공개 제안한 대선주자 공동참배는 이미 물 건너갔다. 광주지역 재야원로들이 제안한 3당 연석회의도 무산됐다.
대선후보 원탁회의는 물론이고 세력간 대통합의 계기로 5.18을 기다려 왔던 범여권으로서는 광주 총집결이 오히려 분열상만 노출하는 자리가 될 공산이 커졌다.
광주로, 광주로 각개약진
지난 3일 "범여권 후보들이 광주 망월동 묘역을 공동참배한 뒤 원탁회의 논의에 나서자"고 공개 제안한 김 전 의장 측은 "사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이 참여하는 것이 열쇠였는데 둘 다 요청에 답이 없다"며 "그러다보니 열린우리당 대선주자끼리 해서 뭐 하냐는 분위기가 있었고 다른 주자들의 이해관계도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 측은 "바로 원탁회의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대선주자들이 5.18 민주영령 앞에서 흩어지지 않고 민주세력의 대통합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만으로 앞으로의 대통합 과정에서 상징적인 모멘텀이 됐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학규 전 지사 측은 "손 전 지사는 매년 5.18 기념행사에 참석해 왔고 올해도 그렇게 할 생각"이라며 "대선주자들이 공동참배를 한다면 언제, 어떤 식으로 하자는 이야기냐"고 되물었다.
일부 광주지역 재야 원로들이 추진한 3당 연석회의는 민주당의 불참으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근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박상천 대표의 '통합대상 배제론'과 '박상천 배제론'으로 맞선 상황이라 한 자리에 모인다고 해도 지난 11일 정세균-박상천 회동의 재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세균 의장 측은 "광주지역 원로들이 '3당 연석회의'를 연다며 참석할 의사가 있냐고 연락해 왔길래 긍정적으로 답했으나 다시 연락해와 '민주당이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하더라"고 책임을 민주당 쪽에 넘겼다.
이에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은 "그런 제안을 받은 바 없다"며 "박상천 대표의 입장은 공식적으로 제안을 받으면 당연히 한다는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광주·전남지역 시민들의 여론은 5.18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