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있는 북한 자금 2500만 달러의 중계은행으로 미국의 은행을 물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외교문제에 관한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부회장이 "미국은 2.13 합의 때 북한 자금의 동결 해제를 위해 30일 이내에 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을 아직 다 하지 않았다"고 말해 주목된다.
개리 세이모어 미 외교협회(CFR) 부회장은 9일(현지시간) 핵 암시장에 관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한 뒤 "따라서 북한의 (2.13 합의) 이행조치 지연에 관한 여러 추측이 있으나(…)우리가 하기로 돼 있었던 것을 아직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고 <연합뉴스>가 11일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나 미국 혹은 제3국의 은행이 BDA 북한 자금을 중계하더라도 향후 불이익이 없을 것임을 미 재무부가 보증한다거나, 미국 스스로 중계은행을 제시해야 한다는 등 미 행정부가 해야 취해야 할 '행동'이 더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미국은 현재 BDA 자금은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송금이 지체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라더니
세이모어 부회장은 이어 "힐 차관보는 지난 4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연설에서 '북한 자금이 북한 측에 들어가도록 해주겠다는 조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내 손자들에게 이 문제에 관해 해줄 얘기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상기시키고, 이 말은 "재무부를 적시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재무부와 사이에 겪고 있는 문제에 관한 암시"라고 풀이했다.
세이모어 부회장은 또 '미국이 북한 돈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 "은행 쪽에 알아보면 아무도 그 북한 돈을 만지려 하지 않는다"며 은행들이 이 돈을 취급토록 하는 방법은 "재무부가 괜찮다고 말해주거나 그 돈이 미국중앙은행(Fed)을 통해 은행에 들어가도록 하는 것" 두 가지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두 가지 방법을 "우리가 과거 이란과의 문제 등 다른 유사한 상황들에서 사용해온"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미 재무부와 국무부의 엇갈린 반응
한편 북한이 BDA 자금 중계은행을 미국의 금융기관으로 정해달라고 지난주 미국에 요청했다는 보도에 대해 미 재무부의 몰리 밀러와이즈 대변인은 아직 이와 관련한 요청을 접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1일 보도했다.
그러나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BDA 북한 자금의 중계은행으로 미국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방안에 대해 "관련 금융기관들이 안심하고 이런 거래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재무부의 의견이 필요하다면, 재무부가 이를 알아보게 될 것"이라고 재무부 대변인과는 다른 얘기를 했다.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도 같은 날 미 국무부와 재무부는 BDA 문제의 해결 방안을 위해 계속 노력 중이며 최종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RFA>는 다른 워싱턴의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BDA문제가 미국은행을 통한 송금 방식으로 문제 해결의 가닥이 잡힌 것 같다면서 미국 재무부가 이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세이모어 부회장은 <RFA> 방송에도 출연해 "북한 자금의 송금을 도와줘도 미국으로부터 처벌받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서는 미국 은행이 직접 중간에 나서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파엘 펄 미국 의회조사국(CRS) 선임연구원도 미국 은행을 통한 북한 자금의 송금이야말로 실현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문제는 행정규제에 관한 것인 만큼 미국 정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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