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일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오는 10월 1일부터 6개월 내에 철수하는 것을 조건으로 1240억 달러의 이라크 전쟁비용을 추가로 승인하는 내용의 이라크 전비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전 승리선언 4주년을 맞아 이라크 등 중동지역에서의 군사활동을 총괄하는 플로리다주 템파의 미 중부군 사령부를 방문한 뒤 백악관으로 돌아와 곧바로 거부권을 행사하고 TV를 통해 성명을 발표했다.
부시 대통령은 성명에서 "철군 시한을 정하는 것은 패배의 날짜를 정하는 것이고 이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면서 법률안 거부 방침을 밝혔다.
재의결 불가능…절충점 있을까
이에 앞서 의회는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례적으로 전비법안이 백악관으로 송달되는 것을 승인하는 등록서명식을 가졌다. 전비법은 지난 주 상하 양원을 통과했다.
이 자리에서 펠로시 의장은 "이 법안은 이라크전을 끝내려는 미국인의 희망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드 상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우리 병력들은 내란의 복판으로 몰아넣고 있으나 코스를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4년간의 실패한 정책 이후 이제는 이라크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때"라고 공격했다.
부시 대통령이 거부권 성명 이유를 밝히는 동안 백악관 밖에서는 반전 시위대들이 "전쟁 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며 미군의 조속한 철군을 요구했다.
부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이 법안은 의회로 반송돼 10일 내에 재의결 과정을 거치게 되며 양원에서 참석 의원의 3분의 2 이상(상원 67표, 하원 290표) 찬성을 얻어야 부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효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지난 주 의결과정에 상원 찬성 51표, 반대 46표, 하원 찬성 218표, 반대 208표 등 적은 표차로 가결돼서 재의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전비법안은 사실상 폐기된 것이나 다름없다.
부시 대통령과 의회는 이에 따라 대체법안 마련을 위해 절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 대통령은 2일 오전 펠로시 하원 의장, 리드 상원 원내대표 등 의회 지도자들을 초청해 이라크 전비법안 마련에 대한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미군의 돈줄을 쥐고 있는 존 머서 국방소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통령이 전비법안을 거부하면 탄핵안을 발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쳐 백악관과 의회가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한 이후 전비법 통과 과정에 있어 부시 대통령과 한치의 양보도 없는 갈등을 벌여 왔기 때문에 민주당도 웬만해서는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6년간 재임하면서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작년 6월 줄기세포 연구지원 확대법안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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