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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서 '선물 주고 뺨 맞는' 후진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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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서 '선물 주고 뺨 맞는' 후진타오

"中, 최저임금도 안 주면서 정부에만 선심 써"

지난 31일부터 시작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세 번째 아프리카 순방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12일간 8개국을 돌아보는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한 후 주석은 가는 곳마다 '돈 보따리'를 풀었다. 부채탕감, 차관지원 등 아프리카 작은 나라 정부가 감읍하고도 남을 선물공세였다. 선진국 간의 자원 확보 전쟁이 한창인 아프리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그런데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지만 후 주석의 '돈 보따리'를 꼭 달가와 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잠비아에서는 항의시위 우려 때문에 후 주석의 현지 일정 상당부분이 취소됐고, 라이베리아는 후 주석의 방문 직후 심각한 정치 소요를 겪고 있다.

자원개발에 관한 법적 권리를 갖고 있는 정부에는 관대하지만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도 주지 않을 정도로 인색한 중국의 '두 얼굴'에 아프리카 대중의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라이베리아, 중국 심기 맞추려 상원의장 몰아내려 해

지난 1일 아프리카 최빈국 라이베리아를 방문한 후 주석은 그 자리에서 2500만 달러에 이르는 도로, 학교 등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를 약속했다. 1000만 달러가량의 채무도 전액 탕감해 주기로 하고 텅텅 빈 각 병원의 창고에는 즉시 말라리아 예방약을 채워주기로 했다.

이에 엘렌 존슨 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중국은 라이베리아의 친구이자 아프리카의 친구"라며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후 주석을 태운 차량이 지나는 수도 몬로비아의 큰길 곁에는 동원된 시민들이 오성홍기를 흔들며 벅찬 감사를 표했다.

라이베리아 정부의 오버액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설리프 대통령과 후 주석 간의 정상회담이 진행되던 즈음 에드윈 스노우 라이베리아 상원 의장이 이웃나라 잠비아에서 대만 관료를 접견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진 것이다.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라이베리아 정부는 스노우 의장의 사임을 압박했고 스노우 의장이 이를 거부하자 라이베리아 석유 기업 회장이던 스노우 의장의 과거 부패에 대한 수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한 것.

설리프 대통령은 상하원을 상대로 하는 신년 국정연설을 의회가 아닌 곳에서, 그것도 아예 수도 몬로비아가 아닌 다른 도시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에 받은 '선물 값'을 하기 위해 의전도, 관례도 과감하게 벗어 내던진 것이다.

▲ 잠비아 환영인파에 화답하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중국 광산업자들의 노동력 착취에 항의하기 위한 시위세력은 잠비아 군경에 의해 접근이 차단됐다. ⓒ로이터=뉴시스

잠비아, 중국 비난한 야당 당수 접근 제한


'광산부국' 잠비아는 더 큰 선물을 안았다. 후 주석은 레비 패트릭 엠와나와사 잠비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총 8억 달러의 부채를 탕감하고 잠비아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또 경제특구를 설치해 잠비아를 아프리카 구리상품 생산기지로 만들고 여기에 경공업 및 건설부품 생산업체를 유치키로 했다.

당초 후 주석의 방문 계획이 발표된 직후부터 잠비아에는 이 정상회담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했다. 중국이 투자한 광산노동자들의 격한 항의시위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1989년 잠비아 북부의 참비시 경제특구 내 구리광산을 인수한 중국인들은 현재까지도 현지인의 노조 설립을 막고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주는 횡포를 일삼아 왔다. 이에 작년 7월에는 임금체불에 항의하는 현지인 노동자들의 시위가 일어났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중국인 감독관이 총을 쏴 46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에 시위로부터 후 주석을 보호하고 정상회담을 개최하려는 잠비아 정부의 노력이 눈물겨웠다.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후 주석에 대한 질문은 엄격하게 제한됐고, 중국이 못마땅해 하는 마이클 사타 애국주의 전선 총재는 아예 후 주석 방문과 관련된 행사에는 접근이 금지됐다.

작년 가을 총선에 출마한 사타 총재는 "잠비아가 중국의 일개 성으로 전락하고 있다. 우리는 비민주적 외국의 존재를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중국 정부는 "사타가 당선되면 잠비아와 국교를 단절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후 주석이 입국한 루사카 공항 앞에는 시위인파가 몰려 잠비아 경찰의 삼엄한 경계룰 펼쳐야 했다. 광산지역을 방문하려던 후 주석의 현지 일정도 항의시위에 대한 첩보 탓에 전격 취소됐다.

<아시아타임스>는 후 주석이 떠난 후 중국 투자자와 잠비아 정부에 대한 대중들의 적개심이 더욱 강해졌다고 전했다. 잠비아 정부에 '요주의 인물'로 찍힌 사타 총재와 광산노동자들 간의 정치적 유대도 더욱 돈독해져 조만간 결사의 형태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모잠비크, 식자층 중심으로 반감 번져

후 주석이 9일 방문할 예정인 모잠비크에서는 특히 식자층의 반감이 심상치 않다. 모잠비크 경제가 급속도로 현대화되는 과정에서 중국이 수탈을 일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모잠비크 환경운동가들은 후 주석의 방문에 맞춰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고 있다. 이권에 눈이 먼 중국 목재상들 때문에 모잠비크 산림이 남벌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상인들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지방 관료들에게 뇌물을 주고 채벌 허가를 연장하는 불법도 마다하지 않을 뿐 아니라, 현지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료를 주고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어 모잠비크 내 중국에 대한 반감이 비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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