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BS 방송이 라디오 쇼 프로 진행자 돈 아이머스의 흑인 여성 비하 발언으로 비난을 받던 상황에서 또 다른 쇼 프로가 인종차별 발언을 일삼고 특히 아시아인에 모욕을 주는 방송을 두 차례나 더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타임스의 24일 보도에 따르면 CBS의 뉴욕 아침 방송프로인 WFNY-FM '더 도그하우스 위드 JV 앤드 엘비스'는 지난 5일 방송에서 중국 식당에 장난전화를 건 한 남자가 이 식당 여자 종업원에게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내용을 방송했다.
문제의 방송이 나가기 하루 전인 4일에는 CBS의 뉴욕 스포츠 라디오인 WFAN-AM '아이머스 인 더 모닝' 진행자 돈 아이머스가 럿거스 대학 여자농구팀 흑인 선수들을 "곱슬곱슬한 머리의 창녀들"이라고 표현해 파문이 일었었다. 2004년 이라크에서 숨진 김선일 씨를 조롱하기도 했던 아이머스는 이번 일로 결국 해고됐다.
그러나 '더 도그 하우스'는 지난 19일에도 장난전화 내용을 다시 한 번 방송하는 어이없는 행태를 보였다.
한 번도 모자라 재방송까지
'더 도그하우스'는 지난 5일 방송 도중 한 남자가 중국 식당에 장난 전화를 건 뒤 이 식당의 여자 종업원에게 "식당에 가서 당신의 나체를 보고 싶다"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가리키며 "뜨거운, 아시안의, 짜릿한"이라는 음란한 표현을 한 내용을 내보냈다.
방송 도중 장난전화 송신자는 또 남자 종업원을 가리켜 '중국인'이라고 부르면서 그의 신체 부위를 지칭하며 '조그만 계란말이'라고 놀렸다. 또 '새우볶음밥'을 주문한다며 '프라이드 라이스(fried rice)'를 곤충인 파리와 이를 연상케 하는 '플라이드 라이스(flied lice)'라고 발음해 아시아인들의 부정확한 영어 발음을 비꼬았다.
그는 또 자신도 쿵푸 신력이 만만치 않다고 떠벌리는 한편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수차례 했다.
이런 내용이 연거푸 방송되자 '미중협회' 등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인권단체는 22일 진행자들을 해고하라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전미중국인협회(OCA)도 중국계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인 레런드 리 등과 함께 항의 성명을 냈다.
파문이 불거지자 CBS는 다음날 이 프로의 진행자인 반더그리프트와 댄 레이를 급여도 지급하지 않고 일시 하차시켰다. CBS의 레슬리 문베스 사장은 방송인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제멋대로 문화'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OCA 뉴욕지부장인 빅키 슈 스몰린은 "CBS가 그들을 영원히 해고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중잣대가 될 것"이라며 CBS 반대 운동과 광고 보이콧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반더그리프트 등은 아이머스가 해고된 뒤 온라인상에서 아이머스를 적극 옹호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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