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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신할 '새로운 중심'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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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신할 '새로운 중심' 세워야"

[한미FTA 뜯어보기 465]한반도브리핑 <47> 한미FTA 타결이 초래한 정치지형의 변화

정체성의 전환

한미FTA를 둘러싼 보수 언론이나 세력의 평가가 청와대도 어리둥절하다고 실토할 만큼 극찬으로 치닫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는 여론조사에서 부정적 판단이 우세했던 것이 타결 직후에는 긍정 우세로 바뀌고 있다. 일단 FTA타결이 일정한 정치적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대국민담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적 계산을 했다면 결단할 수 없는 것을 손해를 무릅쓰고 국가적 차원에서 했다고 그 진정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정치인이 계산 없이 그 엄청난 일을 벌였다면 그것은 제 정신이 아니거나 거짓일 수밖에 없다. 이미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과 정치 대연정을 제안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원래 한미FTA는 옳고 그르냐의 문제를 떠나서 정책의 성격 상 보수세력의 아젠다임에 틀림 없다. 간단히 요약하면 '사회적 불균형을 내장한 성장노선', '동북아 경제협력 이전의 한미경제통합'이다. 이는 정부 출범 초에 지향하려 했던 한중일 협력 우선의 동북아시대나 유럽형에 가까운 복지와 성장의 균형 정책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보수세력의 거의 환호에 가까운 노 대통령에 대한 찬사는 정책의 내용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령 이러한 정책을 보수세력이 집권한 뒤 집행하려 했다면, 현재보다 훨씬 광범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쳤을 것이다. 아니 이번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우기만 했어도 지지표의 상당 부분을 깎아먹고 선거 패배를 예상해서 감히 입 밖에 꺼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 겁나는 정책을 스스로 '유연한 진보'라고 주장하는 노 대통령이 솔선해서 추진하고 성사시키고 있으니 이들이 내심 얼마나 기뻤을지 역력히 알 수 있다. 이 점에서 한미FTA를 '경제판 대연정'이라 했던 지적은 정확한 비판이었다.

대립적 공생관계
▲ 대립적 공생관계를 이어오다가 손잡은 그들 ⓒ연합뉴스

집권 초기부터 노무현 대통령을 거의 무차별적으로 때리던 보수 세력이나 언론이 유독 한미FTA만은 협상개시 선언 시점부터 일관해서 지지해 왔다. 앞에서 든 것 말고 가장 큰 이유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지만 '평화진보개혁세력'의 분열, 아니 지리멸렬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노 대통령은 스스로 정치적 손해를 무릅쓰고 결단했다고 하지만, 이는 세력 차원의 손해를 감수한 것일 뿐, 개인 내지 직계 지지그룹의 이해는 관철시키겠다는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는 점이다.

출범 초부터 한나라당과 노 대통령의 관계는 분명 대립관계였다. 그런데 이러한 대립관계가 실제로는 '말싸움'이었지 '진검승부'는 아님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이미 꽤 지난 일이기는 하다. 탄핵정국 이후 총선에서 지지층의 결속으로 과반수를 확보한 노 대통령이나 열린당이 개혁정책을 실행에 옮겨 관철시킨 것은 사학법 개정 정도였기 때문이다. 나아가 임기 후반에 들어서며 대립관계는 단지 겉모습일 뿐 내용은 공생·협력관계가 되고 있었다. 한나라당이나 보수언론의 대통령 때리기가 수그러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그랬다. 여기에는 노 대통령이 열린당의 당적을 이탈해 형식적으로는 정치적 중립의 위치에 있었던 점도 작용했다. 이것이 한미 FTA를 계기로 일거에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다.

원래 냉전시대 남북관계에서 남북한이 겉으로는 적대관계이지만 실제로는 그 속에서 냉전세력은 이득을 보고 있다는 점을 통찰한 것이 '적대적 공생관계'란 비유였다. 남북관계에서는 김대중 정부 이래 약화되고 있던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남한 내부에서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및 보수세력의 관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다만 체제 간의 적대관계가 아닌 국내세력 간의 대립관계 속에서 이중적 구도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당장은 한미FTA가 여권이나 진보개혁세력의 심각한 분열 원인이 되고는 있으나, 가려진 실체를 폭로해 준 효과도 있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공생관계지만 대립관계는 지속

적어도 올해 대선은 물론이고 내년 총선까지도 노 대통령이 여권, 개혁진보세력의 '대장'으로 계속 남아주는 것이 한나라당의 필승전략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는 여권에서 새로운 중심이 서는 것을 막아주거나 최소한 지체시켜 주기 때문이며, 개혁진보의 분열을 유지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집권 말기 레임덕을 막고 여권 내 직계 지지그룹의 정치적 생존을 꾀하는 노 대통령의 이해와도 상당부분 맞아떨어진다. 지지층 내에서 거의 고립무원이고 국민적 지지도 바닥이던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FTA타결 직후 상승하고 있다. 이는 보수표의 일부가 이전한 것으로 이를 계기로 여권 내 노 대통령 눈치 보기도 다시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보수세력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10% 정도 높아진 데 그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올라간 것은 진보개혁세력의 외연이 확장된 것이 아니라 보수세력의 '노무현 구하기', 일시적인 '지지표 빌려주기'이자, 보수세력의 외연확장이다. 적어도 FTA정국이 계속되는 한 이러한 지원은 지속될 것이다. 일단 바닥에서 헤매던 지지도가 상승한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하는 견해도 있을지 모르지만, 이는 아전인수적인 단순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표면적 대립관계는 지속될 것이며, 보기에 따라서는 아예 양쪽이 같은 편이 돼주면 좋겠지만 이는 각각의 이해관계와도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선 노 대통령은 자신이나 직계그룹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서도 스스로 진보임을 계속 주장할 것이며, 그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진보개혁세력에게서 버림받는 사태다. 노 대통령은 스스로를 진보로 위치 지으며 임기가 끝날 때까지, 아니 퇴임 이후에도 진보개혁 세력을 계속 괴롭힐 것이다. 다음으로 요즘 한나라당에 떠도는 농담 반이 섞인 대선 최악의 시나리오도 음미할 만한 대목이다. 대선 이틀 전에 극적으로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 지지 선언을 하여 한나라당 후보는 다 이긴 게임에서 역전 당한다는 설이다. 결국 노 대통령과의 대치선은 선거 막판까지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러한 '우스개 소리'까지 생기고 있는 것이다.

평화와 진보개혁의 관계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과의 대립이 지속될 이유 가운에 또 하나 핵심적인 것이 남북관계, 즉 평화의 이슈다. 앞의 대립이 '사이비적(pseudo) 관계'인 데 비해서 이 대립은 비교적 실체적인 내용을 갖는 것일 수 있다. 이 언저리가 아마도 평화개혁진보 세력의 최대의 고민일 것이다. 입장에 따라서 평화를 축으로 한 대치선이 여전히 유효하겠는가에 대한 기대 반, 의심 반의 전망일 것이며, 올해 대선 과정에서 세력 간 대치선이 어느 지점에서 형성될 것인지의 문제다.

김대중 정부 이래 대외관계 및 남북관계 층위에서의 평화세력은 사회경제적 층위에서의 진보개혁 세력과 중첩되어 있었다. 이 점에서 평화진보개혁 세력이란 말이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가 사회경제적으로 반드시 진보개혁적은 아니고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채용하면서도 진보개혁 세력을 포괄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정치지형에서 평화가 갖는 이러한 성격 때문이었다. 물론 IMF경제위기가 김대중 정부의 책임은 아니고 김영삼 정부의 실책이며, 이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신자유주의적 성향을 띠게 되었다고 보이게 된 측면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사회경제적 이슈에서 자진해서 보수화하면서도 스스로 주관적으로는 유연한 진보로 강변한다. 진보개혁 세력의 대다수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객관적으로 그의 주장은 성립하지 않고 있다. 이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이 압도적으로 한미FTA와 노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는 데서 입증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도 김대중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평화세력의 일원이 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임기 말 최대의 쟁점이 될 것이다. 그는 부분적으로는 이 과제를 충족시킬 것으로 보이지만, 진보개혁 세력은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바로 평화세력과 진보개혁 세력의 괴리 내지는 분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진보개혁 세력의 다수는 한미FTA가 국회에서 통과되는 순간, 노 대통령 및 열린당 내 지지세력을 자기 세력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할 것이다. 이들 세력의 인식 속에서 한미FTA가 실현되는 한 평화는 내용이 빠진 외피로 보일 것이며, 노무현 정부 하의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를 정략적인 것으로 간주하게 될 것이다.

평화의 축 형성 문제

더욱이 여야 대치 속에서 보수세력이 노무현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성과를 인정할 것인가 하면 이 점도 아직은 의심스러운 상태다. 이미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남은 임기 중 한미FTA에만 전념하고 남북정상회담, 개헌 등 과제는 중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개헌은 어차피 통과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는 남북정상회담 중단과 한미FTA 통과를 맞바꾸자는 거래 조건인 셈이기도 하다.

아직 냉전체제가 존속하고 평화가 정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시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이나 한반도평화에 일정한 진전이 올 수는 있겠지만, 추진세력의 뒷받침이 없을 때 그것은 불안정한 과정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91년 노태우 정부가 남북기본합의서란 획기적 성과를 내고도 임기 말에 흔들린 것이나 김영삼 정부가 북미관계 개선이란 호조건을 살리지 못하고 표류한 것은 지도자 개인의 철학과 정책뿐 아니라 추진세력, 지지기반의 취약성에 그 원인이 있다.

또한 현재 남북관계에 일정한 진전이 있는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오며 북미관계가 개선되는 한계에서 가능해진 것이지 남북관계에서 노무현 정부가 이루어낸 성과는 아니다. 이번 FTA에서 타결됐다는 개성공단 문제도 결국은 남북 경제협력을 미국의 대북정책에 얽어 둔 것에 지나지 않음이 드러났다. 이에 최근 정부나 정치권 일각에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예상이 남·북한-미-중의 4자 정상회담으로 바뀐 것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것은 남북관계에서 노무현 정부가 화해협력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기는 했으나 김대중 정부와 달리 독자적으로 축적한 성과는 없었다는 데 따른 한계로 생각된다. 다만 미국이 움직인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이 북미관계 개선에 따른 효과에 한정해서 남북관계 개선 및 한반도평화와 관련하여 전향적 정책으로 접근할 여지를 배제할 수도 없다.

따라서 여권 내부에서 착각해서는 안 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남북관계에서의 성과가 평화개혁진보세력의 지지로 연결될 것이란 기대다. 이미 이 세력은 분리 과정에 있으며, 한미FTA가 통과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빠져 들 것이다. 이 경우 2002년 대선 과정처럼 평화를 축으로 한 대치선은 형성될 수 없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 5년간은 평화와 사회경제적 이슈가 분리되기에는 짧은 기간이었으나, 노무현 정부 4년, 한미FTA를 기점으로 분리가 가시화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반도평화를 뒷받침할 물적 토대가 흔들리고 있으며, 그 대중적 지지기반도 사회적 양극화의 진행 속에서 무너져가고 있다. 남북경제협력,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의 추진력이 될 대북 경제지원을 둘러싸고 지지층 내에서도 역풍이 불며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우려도 있다.

'선동경제'의 시대
▲ 선동경제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미FTA 타결 후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연합뉴스

더욱이 노 대통령은 한미FTA와 관련해서 탈권위주의와 탈권력의 진전이라는 그나마의 성과마저 뒤집어엎는 논법이나 행태를 일삼고 있다. 노 대통령은 FTA 반대를 쇄국론자, 시대착오적인 경직된 진보 내지 좌파로 몰고 있다. 문제는 점진적 개방론, 주체적 개방론, 낮은 수준의 개방론 등 다양한 편차를 지닌 비판까지 단순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색깔론의 공격을 받고서도 국민들의 지지로 이를 극복한 노 대통령이 선거 당시 지지층들에게 색깔론과 유사한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는 사실은 분노를 넘어서 서글픈 느낌을 갖게 한다. 이러한 논법이 타결 직후부터 최근 상승하고 있는 지지여론으로 더욱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온통 장밋빛으로 채색된 한미FTA에 관한 융단폭격과 같은 홍보와 이에 따른 지지여론의 상승을 보면, 전형적인 포퓰리즘 현상에 가깝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미 97년 이후 사회적 양극화, 중산층 몰락의 흐름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 일반 서민들의 힘든 삶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빠져 있다고 여겨진다. 과거 세계경제의 역사를 돌아보면 대공황의 경제위기가 파시즘 대두의 온상이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 정치에서도 파시즘 도래에 대한 경계가 정치학자들 사이에서는 자주 논란이 되고 있으며, 파시즘까지는 안 가도 포퓰리즘 정치가 횡행할 수 있는 풍토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논자들이 많다. 다만 한국 정치에서는 치열한 민주화투쟁의 전통이 있고 정치권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있어 파시즘 현상에 대한 우려는 과민이라고 생각된다. '선동정치'가 잘 먹히지 않을 만큼 한국 국민의 정치의식은 성숙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포퓰리즘의 가능성은 경제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선동정치'가 아니라 '선동경제'가 우려가 아닌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며, 한미FTA야말로 선동경제의 표본이기 때문이다. 협상 개시 이전에 철저한 대비가 없이 추진된 과정은 물론이고 경제적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막연한 미래에 대한 추상적 구호의 난무야말로 달리 정의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이는 노무현 정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에도 강력한 힘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명박 전 시장의 대운하 구상이야말로 한미FTA에 버금가는 선동경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OECD 가입국으로 세계 10위권 경제규모를 가진 한국경제에서 과거 개발시대의 토목공사를 가지고 경제선진화를 이루겠다는 발상도 한미FTA에 못지않게 무모해 보인다. 이 점에서도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대립 속에서 동질적, 공생적이다.

새로운 중심의 형성

국가경제 운영에서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의 에너지를 모아가는 일은 정치가들이 해야 할 당연한 몫이다. 그러나 이미 자본주의 경제의 규모가 커졌음은 물론이고 질적 수준이 고도화됨에 따라 내부 계급, 계층, 집단이 중층화되고 다양화되어 있는 한국 상황에서 이는 구호만으로 되는 단순한 과정일 수 없다. 전문가 집단, 싱크탱크, 시민단체, 업계, 언론매체, 정당, 의회, 정부 등 각 수준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면밀하고 치열한 논의와 검증을 거쳐서 구성되어야 하는 과정이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는 단계에서 한 나라가 선진화한다는 것은 양적 성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적절한 제도적 절차를 통해 조정되며 계급, 계층적 집단 간 불균형을 최대한 줄이면서 내적 통합을 꾀하는 가운데 실현되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경제정책이 결정, 집행되는 과정과 수단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하며, 정치적 수준은 경제적 수준과 맞물려 있어 경제와 정치가 따로 떨어져 발전할 수 없음을 뜻한다.

그런데 한미FTA의 의사결정이나 협상과정은 거의 독재에 가까운 독단, 졸속, 밀실, 비밀, 이중논리 등을 특징으로 한다. 미국 의회의 철저한 검증 및 감시, 각계·각층 이해관계의 조정 과정과 비교하면, 신자유주의가 내거는 투명성과도 한참 먼 것이 한국판 FTA이다. 이는 87년 이후 민주화의 성과를 거의 부정하는 후퇴에 다름 아니다.

우선 대립적 공생·협력의 구도, 즉 사이비 대립의 구도를 깨지 못하면 평화진보개혁 세력은 선거 국면에서 싸움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대중적 고립 속에서 선거 승리는커녕 자기 세력 유지도 힘들 것이다. 이는 보수세력과의 대치선에서 시급히 노 대통령을 대체하는 자기중심을 세우는 일이다. 대선 국면에서는 대통령 후보가 중심이 되겠지만, 단기간에 후보 선출이 어려운 만큼 집단적 중심이라도 시급히 만들어내야 한다. 당장은 한미FTA 국회비준 저지에서 다양한 세력 간의 최저한의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는 승리에 연연하여 무원칙적 통합을 꾀하기보다는 중장기적 전망에 서서 노선 및 정책을 중심으로 세력을 수습하며 재형성해 가는 작업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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