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최근 병상에서 쓴 칼럼 두 편을 통해 정계복귀 신호탄을 쐈다. 지난 8개월간의 투병의 후유증과 80세가 넘는 고령 탓에 완벽한 복귀는 어려우리란 관측 아래 국가 전략을 짜고 주요 정책 결정을 돕는 '책사'로서의 역할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살아난' 카스트로, 복귀 시점-방식에 주목
카스트로 의장은 지난 4일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Granma)> 칼럼을 통해 "에탄올 대량생산 계획은 식량으로 사용되는 곡물로 연료를 만들려는 것으로 일부 선진국만을 위한 것일 뿐 (나머지 국가에는) 식량부족 사태를 유발해 대량살상 행위를 국제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달 29일에도 <그란마>에 비슷한 주장을 담은 칼럼을 실었다.
이에 <로이터>는 8일 "원로 정치인으로써 카스트로의 향후 역할을 암시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카스트로는 작년 7월 31일 대장에 생긴 낭종에서 염증과 출혈을 일으키는 게실염(diverticulitis)과 장염이 발생해 수술을 앞두고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한시적으로' 통치권을 넘겼다. 그 이후 8개월 간 외신을 들썩이게 했던 사망 임박설이 무색하게도 카스트로는 최근 빠른 회복세를 보였고 올해 들어서는 TV에 출연해 건재한 모습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제 쿠바인들은 더 이상 카스트로가 살 것인지 죽을 것인지를 묻는 대신 그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대중들 앞에 다시 나타날 것인지를 궁금해 하고 있다.
쿠바 정부 관료들 역시 카스트로가 수술 이후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정계 복귀는 시간문제라고 얘기하지만, 원래대로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르기는 무리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중앙정보국(CIA) 정보 분석가 출신인 브라이언 라텔은 "8개월 이상의 회복기간을 거쳤다 하더라도 병으로 인한 신체적·심리적 타격은 카스트로를 허약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스스로 명예퇴직한 원로로서의 역할을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병상에서 쓴 칼럼이 미국의 정책을 겨냥하고 있는 것은 카스트로의 향후 역할의 초점이 국내보다는 국제적인 문제에 맞춰져 있음을 짐작케 한다는 설명이었다.
워싱턴 소재 국립전쟁대학에서 쿠바를 전공한 프랭크 모라 역시 "카스트로는 미국이나 베네수엘라와의 관계설정과 같은 국제정세 관련 주요 전략을 짜는 데 중심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모라는 "카스트로는 세계사가 자신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에 항상 관심을 가져왔다"며 이번 칼럼도 '제3세계 투사'로 꼽히는 자신의 전적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쓴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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