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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가짜문서가 이라크전을 뒷받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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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가짜문서가 이라크전을 뒷받침하다

WP 재구성…'이라크 우라늄 구입' 문건이 전쟁근거 된 과정

"영국 정부는 사담 후세인이 최근 상당량의 우라늄을 아프리카에서 확보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2003년 1월 29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을 들은 이탈리아의 시사주간지 <파노라마>의 엘리자베타 부르바 기자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부시는 저걸 어떻게 알았을까?' 부르바는 궁금했다. 왜냐하면 그로부터 3개월 전 중부 아프리카의 한 나라인 니제르가 이라크에 우라늄을 판매한다는 내용이 담긴 '괴문서'를 로마 주재 미국 대사관에 전달했던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3일 부르바 기자가 '이탈리아 문서'로 알려진 문제의 서류를 미국대사관에 전달한 일부터, 결국 허위로 판명난 이 문서가 전쟁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변신하기까지의 과정을 재구성했다.
  
  오랜 정보원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
  
  부르바가 오랜 정보원인 로코 마르티노라는 사람으로부터 이 문서를 받은 것은 2002년 10월 7일 로마의 한 레스토랑에서였다.
  
  2000년 7월 27일이라는 날짜와 함께 불어로 작성된 그 문서는 니제르 대통령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보내는 것이었고 "매년 500톤의 우라늄이 두 차례에 걸쳐 (이라크로) 수송될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부르바 기자는 즉시 밀라노에 있는 <파노라마>의 편집 책임자와 상의한 끝에 한편으로는 니제르로 직접 가서 진위를 알아보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인들에게 진위 여부를 검증받아보기로 결정했다.
  
  그는 이틀 뒤인 10월 9일 로마 주재 미국 대사관으로 가 대사관 대변인인 아인 켈리에게 이 문서를 전달했다. 이어 10월 16일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니제르로 출발했다.
  
  같은 날 미 국무부에서 열린 핵무기 확산 대응 정보담당부서 연석회의에서는 이 문서가 등장했다.
  
  그러나 2001년 9.11테러 직후 이탈리아 군 정보기관인 '시스미'로부터 문서 내용과 유사한 정보를 청취했던 미 중앙정보국(CIA)은 이라크에 우라늄을 처리할만한 알려진 시설이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따라서 조지 테닛 CIA 국장은 이 회의에서 '이탈리아 문서'의 내용이 너무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에 앞서 국방정보국(DIA)의 별도 보고서를 받은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2002년 2월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를 니제르에 파견해 추가적인 조사를 하도록 지시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윌슨은 이라크의 우라늄 구매설에 신빙성이 없다는 보고서를 올렸다.
  
  국무부, CIA, IAEA 모두 '가짜'라고 했지만…
  
  2002년 10월 17일 니제르의 수도에 도착한 부르바 기자도 프랑스인 광산업자와 만나 그만한 분량의 우라늄을 이라크로 실어나르려면 트럭 수백 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다 알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과정과 관련해 문서를 가진 정보원이 부르바 기자에게 접촉을 시도한 시점과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를 미국 안보에 대한 위협 요인으로 본격적으로 거명하기 시작한 시기가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부르바가 괴문서를 입수한 바로 그날 신시내티주의 한 연설회에서 "이라크는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생산하고 있으며 핵무기를 얻으려 하고 있다"며 후세인이 소프트볼 크기의 무기급 우라늄을 확보했다면 1년 안에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앞서 체니 부통령도 8월 26일 내쉬빌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전국총회에서 "후세인이 핵무기를 얻으려는 노력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무부의 정보분석가들은 부르바에 의해 건네진 문서가 가짜라는 결론을 내렸다. 밀라노로 돌아온 부르바도 그 문서가 가짜라는 판단으로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준비중이던 2003년 3월 7일에는 모하마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그같은 사실이 날조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부시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을 근거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채 엘바라데이 총장의 발표로부터 약 2주 후 이라크 공격을 개시했다.
  
  이 신문은 체니 부통령과 위증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은 루이스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 미국 국가안보회의(NSC)의 몇몇 구성원들이 반복적으로 CIA에 문서 내용과 관련된 추가 정보를 요구했기 때문에 CIA 분석관들 중 일부가 이 일을 맡아야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누가 이 문서를 만들었는지는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고 있으며 정보분야 소식통들은 이탈리아 군 정보기관 시스미 소속의 정보원들 중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진 사람이 돈을 받고 문서를 팔기 위해 만든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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