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8월 남북정상회담'은 그저 '說'이 아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8월 남북정상회담'은 그저 '說'이 아니다"

한반도브리핑 <46> 北의 '3대 노정도'와 한·미 '로드맵' 합체될까

마지막까지 애를 먹인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1년 반 만에 풀렸다. 지난 3월 19일 미국은 BDA 은행에 동결된 북한 자금 2500만 달러를 전액 반환하기로 했다.

이 BDA 자금은 중간 경유지인 중국은행 내 조선무역은행 계좌에 입금된 후 러시아나 베트남, 몽골 등 제3국 은행에 개설된 북한계좌로 이체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2단계 제6차 6자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1단계 회담은 북한이 BDA 자금이 입금될 때까지는 회담이나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면서 22일 전격 휴회에 들어갔다.

BDA 문제는 최종 해결에서 기한을 넘기기는 했지만 미국이 지난 1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베를린 회동에서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2.13합의 이후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른 미국의 첫 가시적 조치다. 특히 북한이 BDA문제를 '적대시 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으로 간주'해 왔다는 점에서 BDA 문제 해결은 올해 6자회담의 이행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6자회담이 휴회된 후 북한과 미국 대표의 발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힐 차관보는 휴회 직후 "지난 2.13합의 때 약속한 이행 시한을 북한이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고, 북측대표단도 2.13합의 이행 의지를 확인했다.
▲ '우리는 준비가 다 돼있다'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발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뜻이 담긴 것이다. 사진은 평양 주재 중국 대사관을 전격 방문한 김정일 위원장. ⓒ뉴시스

BDA 문제 해결, 6자회담 순항 청신호

이에 앞서 북한과 미국은 오랜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공식 회담(북미관계정상화 실무그룹 1차 회의)을 통해 초보적인 신뢰를 형성했다.

김 부상과 힐 차관보는 지난 6~7일(한국시간) 뉴욕에서 총 8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회담 후 두 사람은 "이번 회담을 통해 양측은 2.13합의에서 60일간 이행토록 규정한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낙관적인 기대를 갖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북미 실무회의와 BDA 문제 해결을 통해 북미 관계정상화로 가는 첫 단추는 잘 꿴 것으로 보인다. 합의 이행의 상호 신뢰가 형성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 부상은 "2.13합의를 이행단계에 진입시키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열쇠는 6자회담 참가국간 신뢰조성"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신뢰가 형성되면 세부사안에 대한 협의는 의외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지난 1994년 10월 제네바합의 이후 북한과 미국은 '경제제재 해제→연락사무소 개설→국교 정상화'라는 기본구도를 설정하고 협의를 벌였고, 2000년에는 북핵, 미사일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한 전력이 있다.

특히 지난 1월 베를린회동과 2월의 5차 6자회담 3단계 회의, 3월의 북미 실무회의를 거치면서 북미간에 '북미 수교 로드맵'에 합의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3월 초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라이스 미 국무장관 회담에서 북의 핵시설 '불능화를 기점으로 한 과감한 대북 협상론'에 합의했다는 설이다. 이 합의가 현실화 돼 북한이 2.13합의에 따라 연내에 핵불능화 조치를 이행하고, 이에 상응해 미국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적성국 교역법 적용 중단, 그리고 중유 100만 톤에 달하는 대북 지원, 경수로 제공 논의 시작 등이 이뤄질 경우 한반도 냉전체제는 빠르게 평화체제로 이행하는 대전환기를 맞게 된다.

물론 여전히 국내외에는 북한의 핵계획(프로그램)과 폐기, 기존 핵무기 이전 또는 해체에 회의적 시각이 존재한다. 북한이 핵을 궁극적인 체제보장 수단으로 여겨 완전한 포기를 안 할 가능성도 있고, 미국도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전략적 목표가 변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북한의 '한반도비핵화' 의지 확고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상응조치 단계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조치를 순차적으로 이행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 19일 6자회담 기조연설에서 김계관 부상은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며 "BDA가 전면 해제되면 영변 핵활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베이징에도 봄이 왔다"는 그의 말은 이 같은 북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북핵문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돼 온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역시 북한이 먼저 언급해 앞으로 해결 가능성을 밝게 했다. 북미 실무협의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HEU 프로그램에 대한 '완벽한 해명'이 필요하며 추가적인 기술적 협의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양측이 의견을 같이한 것이다.

북한의 이같은 전향적인 태도는 지난해 10월 핵실험 이후 작성된 3가지 노정도(로드맵) 중 미국이 협상에 나올 경우를 상정한 시나리오에 따른 행보다. 북한은 핵실험 이후 미국의 대북압박 강화, 상황 고착, 미국의 대북 자세 변화 등 3가지 상황을 가정한 후 각각에 대한 대응시나리오를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실무회의에서 북측 대표는 '북미, 북일 관계정상화를 통해 친구관계를 맺고 싶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난 2월 중순 평양에서 만난 북측의 한 관계자도 "우리가 BDA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하는 것은 단순히 2500만 달러를 돌려받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미국의 대북경제 제재가 해제되어 대외경제거래를 정상화하고 종국에는 세계경제체제의 당당한 일원이 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북한이 지향하는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수하면서도 세계와 교류하는 '정상국가'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발언을 통해 볼 때 북한은 2.13합의에 따라 4월 14일까지 하기로 한 핵시설 신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입북 허용, 핵시설 불능화 조치에 계획대로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는 준비가 다 돼 있다'는 김계관 부상의 뉴욕 발언은 의례적인 수사가 아니라 북한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방위원회 차원의 결정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북한, 핵불능화 조치에 따른 미국의 상응 조치 요구

다만 북한은 철저히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이행조치를 단계별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나 대적성국 교역법 대상 종료 등의 논의 상황에 따라 핵불능화 단계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즉 미국이 과거 6자회담에서 제시해 온 북핵 폐기의 원칙인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에 맞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미관계 정상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북미 관계정상화를 위한 실무회의에서 논의, 합의된 사항을 6자회담에서 공인 받고, 미국의 합의 이행에 조응해 자신들의 이행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의도인 셈이다.

결국 북한은 초기조치 다음단계인 핵시설 불능화를 수개월 내에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이에 상응한 미국의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신뢰 조성'과 '동시행동'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 이유다.

다음번 북미 관계정상회 실무회의는 평양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힐 차관보의 평양 방문도 성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힐의 평양 방문과 6개국 외무장관 회담, 뒤이은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북, 노무현 대통령·김정일 위원장·부시 대통령·후진타오 주석의 연내 종전선언 성사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미 지난해에 결단을 내렸다. 북한은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에 초점을 맞춰 "당장 오는 4월에 발표될 미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네오콘의 반격과 의회의 견제 등 미국 내부의 걸림돌을 넘어설 수 있는 부시 대통령의 결단만 남은 셈이다.

부시 행정부가 내년 대선을 의식해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 나선다면 2000년 이후 여러 차례 무산된 북미 관계정상화도 이번에는 가시화될 수 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도 올해 11월에 있을 공산당 전당대회 이전에, 혹은 늦어도 내년 8월 베이징올림픽 이전까지는 북핵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 남북관계가 2.13합의 이행을 '반 발짝 뒤에서' 따라가고 있다는 말이 있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이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협의 장면 ⓒ연합뉴스

남북정상회담 의제 논의와 준비 필요한 시점

한편, 북한은 6자회담을 통해 북미 관계정상화와 평화체제 논의를 구체화하면서 '6자회담-남북관계 병행' 추진 방침에 따라 연내 남북정상회담의 조건과 시기를 타진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핵실험 이후 남북정상회담 방침을 확정하고 의제와 개최 장소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2월 중순 평양에서 만난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의 고위관계자들도 애써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정상회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회담을 위한 환경조성이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3월 초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 때 그를 만나러 나온 북측 고위관계자의 구성도 정상회담 타진을 위한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2000년 정상회담 이후 올해를 남북교류가 최대한 성사되는 해로 삼을 계획인 것 같다. 우선 6.15 7주년 남북공동행사를 평양에서, 8.15공동행사를 서울에서 남북 당국대표단과 민간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연다는 데 남북이 합의했다. 2월 평양에서 만난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공동위원회' 정덕기 북측 부위원장은 올해 남북공동행사가 남북 당국과 민간이 함께 참여해 진행되기를 강하게 희망했다.

또 6.15민족공동위원회 산하 노동자, 농민, 청년, 언론분과의 행사도 폭넓게 진행될 예정이다. 남북노동자대회의 경우 최초로 북측 대표단이 남쪽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고, 130여 명의 남측 언론인들이 방북하는 평양 남북언론인대회도 개최된다. 5월에는 '평양-남포 간 통일자전거경주대회'가 예정돼 있다.

지난 2월 말 평양서 열린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날짜를 확정하지 못했지만 상반기에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도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8월 정상회담설'은 단순한 설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남북정상회담은 남과 북 모두 6자회담, 특히 남측의 경우 '북핵 불능화', 북측의 경우 '북미 관계정상화 초기조치'와 연동돼 있는 듯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1월 2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핵 문제가 기본적으로 가닥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정상회담을 한다 한들 얻을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핵문제를 해결한 뒤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기존의 정책을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2월 14일 노무현 대통령이 10분간 부시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2.13 합의의 후속대책 등을 논의한 후 '남북 관계가 서둘러 갈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들 사이에서 '반 발짝 뒤에서(a half step behind)'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도 '단순히 6.15공동선언의 이행을 재확인하는 형태'의 정상회담까지 고려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국내외적 '환경 조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과 북 모두 북미관계와 연동해 정상회담을 사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일 6자회담 자리에서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를 수개월 내에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주목할 만하다.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조치는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 논의와 병행될 것이고, 그 조치의 완료 시점을 전후해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국내 환경은 대선을 앞둔 정치적 상황과 이념갈등 등으로 최악의 조건이다. 그러나 국내 상황이 좋지 않아도 6자회담 등 국제정세의 진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정상회담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지난해 10월 핵실험 이후 드러나기 시작한 북의 '북미 관계정상화 노정도', 지난해 11월 '종전 선언' 발언 이후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부시 행정부의 '신대북정책로드맵',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노무현 정부의 '평화체제로드맵'이 어우러지면서 올해 한반도는 북미 관계정상화와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의 분수령을 맞게 될 것이다.

북한은 북미 관계정상화의 전망이 서고, 다자간 정상회담이 가시화될 경우 그보다 앞서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 발짝 뒤에서'라는 소극적 자세로 남북관계를 추진하다보면 자칫 북한에 주도권을 넘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도 국제 정세에 떠밀리기보다는 우리 정부가 한 발 앞서 주도하는 것이 좋은 모양새일 것이다. 통일부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의제 개발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