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22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군비통제협상과 관련해 "상호 불신과 서로 지나친 안보위협을 주장하는 남북의 군부와 국내외 군산복합체의 반발을 극복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 등을 지낸 임 이사장은 이날 국회 최재천 의원실이 주최한 평화체제 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기조연설 자료를 통해 "군비통제 없는 평화체제 구축이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임 이사장의 이같은 발언은 군축 과정에서 입지가 좁아질 남북 양측의 군부는 물론, 한반도 위기를 활용해 미사일방어망(MD) 등 무기체계를 판매해야 하는 국내외 군수업체 및 그와 결탁한 군부 관료들의 저항이 평화체제 구축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동맹 성격변화 불가피"
임 이사장은 정전상태를 평화상태로 전환하기 위한 과제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개선 △북핵 문제 해결 △불가침과 평화를 담보할 군비통제 실현 △주한미군 문제 등 4가지를 꼽았다.
그 중 군비통제에 관해 임 이사장은 "군사적 신뢰구축조치와 군축방안에 대해서는 이미 남북총리급회담(1990)에서 남과 북이 각각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면서 "남북 경제협력을 활성화해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면서 '군비통제'를 병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반세기에도 한미동맹은 유지돼야 하지만 그 성격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며 "주한미군은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군대로부터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과 균형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는 군대로 지위와 역할을 변경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에 대한 북한의 인식에 대해 그는 "대내외 선전용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으나 실제상으로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미군의 한반도 주둔이 필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그는 "이러한 입장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그리고 직접 미국측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또 "우리는 미국의 (평택 이동 배치) 조치를 남북 군비통제와 연계시켜 안보위협을 감소시키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2.13합의 1단계 '이후'가 어려운 과정 될 것"
북핵 문제 해결 및 북미관계 정상화 전망과 관련해 그는 "2.13합의에 따른 1단계 조치이행은 관련국들이 모두 낙관하고 있으나 그 이후 단계가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핵물질과 핵폭탄 등을 완전 폐기하는 문제, 경수로 제공문제 등이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 관계 정상화를 위한 행정적, 법적 절차의 복잡성이 있고 동북아에서의 미국 국익과 관련한 많은 논란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핵문제는 검증을 통해 신뢰가 조성돼야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며 "돌이킬 수 없는 분수령을 넘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완전해결에 이르기까지는 수 년의 시간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부시 미 행정부가) 강경노선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하고, 이라크사태 등 대외정책에 계속 실패한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내에 서둘러 북핵문제 해결의 분수령을 넘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또한 정치적 의지도 강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임 위원장은 특히 평화체제를 구축함에 있어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평화체제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단상태를 유지하는 평화는 불안전하고 깨지기 쉬운 '소극적인 평화'일 수밖에 없다"며 그 이유에 대해 "남북간에는 정통성을 독점하기 위한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임 이사장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과거의 시도로는 1992년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 1999~2000년 윌리엄 페리 전 미 대북정책 조정관과 함께 한미가 마련한 '한반도 냉전 종식을 위한 포괄적 포용정책'을 꼽았다.
그는 이 가운데 남북기본합의서는 김영삼 정부의 '핵 연계전략'에 의해, '포용정책'은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방북 무산과 부시 행정부의 등장에 의해 각각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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