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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시험운행' 빼곤 남북 약속사항 이행 착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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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시험운행' 빼곤 남북 약속사항 이행 착착

이산가족 상봉 시기 확정, 비료지원도 곧 시작될 듯

지난 2일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나온 남북간의 약속 사항이 하나 둘 이행되면서 남북관계의 회복세가 뚜렷하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회복을 넘어 발전으로 가는 분수령이 될 열차 시험운행은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이산상봉 날짜 확정…'남북관계 북핵 예속' 허물 벗나

장관급회담 약속에 따른 첫 번째 희소식은 지난해 남측의 쌀·비료 지원 중단에 대한 반발로 중단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공사를 오는 21일부터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지난 9~10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통해 이뤄졌다.

나아가 남북 적십자사는 지난 6월 이후 중단된 이산가족 대면상봉 행사를 5월 9일부터 14일까지 금강산에서 갖기로 합의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15차 이산가족 대면상봉은 장관급회담에서 '5월 초순 실시'로만 합의된 것으로 북핵 2.13합의에 규정된 '핵폐기 60일 조치'가 끝나는 4월 14일로부터 4일 후에 열리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에서 쌀 차관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나온 뒤에야 날짜가 정해질 것으로 전망됐었다.

그러나 남북 적십자사가 이날 구체적인 일정을 합의함에 따라 북핵 2.13합의 이행에 남북관계를 종속시킨 게 아니냐는 우려를 어느 정도 씻어내게 됐다.

이산가족 대면상봉이 아닌 화상상봉의 경우는 장관급회담 합의에 따라 오는 27일 열릴 예정이다.

경협위 합의 없이 전화통지문만으로 재개가 가능한 비료 지원도 3월 하순에서 4월 초순 경 첫 출항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적십자회는 지난 7일 전통문을 보내 비료 30만톤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와 국회 보고를 거쳐 지원을 재개키로 했다. 전국 9개 비료 제조업체 가운데 일부 공장이 현재 북송할 비료를 생산중이다.

장관급회담에서의 합의가 아닌 민간 지원이지만 국제구호단체인 JTS(이사장 법륜)는 지난 10일 부산항에서 복합비료 200톤을 북한에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감소했던 금강산 관광객도 회복세가 뚜렷하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15일 금강산 관광객이 지난해 11월과 12월에는 각각 1만명을 밑돌았지만 지난 1월에 1만1118명, 2월에는 1539명이 다녀왔다며 "완전한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구제역 방역 지원…개성공단 추가 분양도

정부는 또 장관급회담 합의와 별도로 북한에 최근 발생한 구제역에 대한 방역작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 1월 평양시 상원군 목장의 송아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인근으로 전파되고 있다며 감염이 의심이 되는 소 466마리와 돼지 2630마리를 소각, 매몰처리했다는 사실을 14일 북측이 통보하면서 지원을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이재정 장관은 "소독약, 구제역 항체, 진단키트, 분무기, 소독기 등이며 현재 이런 장비에 대해 관계 부처에서 검토중"이라며 "구제역은 잘못하면 남쪽으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긴급사항이라서 우리의 축산분야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라도 긴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수해 복구 물자의 지원 재개 시기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반드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성공단 1단계 사업의 추가 분양 시기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해 가능하면 4월말 분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개성공단 아파트형 공장에 대한 입주자를 모집한 결과, 대체로 3대 1의 경쟁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열차 시험운행 번번히 진통…'과감한 접근' 필요성 대두

그러나 남북은 15일 개성에서 경협위 실무접촉을 이틀째 열어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을 위한 군사보장조치 방안과 시험운행 시기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열차 시험운행을 상반기에 실시한다는 것 역시 장관급회담의 합의사항이다.

양창석 대변인은 "남북이 열차시험운행 상반기 실시와 이를 위한 군사보장 문제에는 인식을 같이 했지만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협력사업 개시 시점에 대해 입장 차이가 있어서 추후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 대변인이 언급한 '개발협력사업 개시 시점'이란 대북 경공업·원자제 제공을 위해 필요한 사전조치를 먼저 하느냐, 열차 시험운행을 먼저 하느냐에 관한 문제를 말한다.

남북은 작년 6월 제12차 경협위에서 경공업·지하자원 개발협력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남측이 이 합의서의 발효 조건으로 열차 시험운행 실시를 걸었다. 시험운행이 이뤄져야만 개발협력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실무접촉에서 실제 경공업 원자재를 넘겨받기 전에 이행하도록 합의한 '총괄 이행기구'의 지정과 통보, 그리고 그에 이어지는 양측간 접촉이라도 먼저 앞당기자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관측된다.

경공업·지하자원 개발협력사업은 남측이 의류, 신발, 비누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8000만 달러 어치를 유상 제공하면 북측이 아연괴, 마그네사이트 클링커, 지하자원개발권, 생산물처분권 등으로 상환하는 사업을 말한다.

개성공단 건설과 금강산 관광, 철도·도로 연결은 정부가 정한 이른바 '3대 경협사업'이다. 나아가 남쪽의 경공업과 북쪽의 농수산·광업을 '유무상통'하는 방식의 경협은 '신경협'이라 지칭된다. 따라서 경의선·동해선 연결은 3대 경협을 마무리하고 신경협으로 나아가는 고리로, 남북관계 발전과 경제공동체로 가는 핵심 열쇠로 여겨진다.

그러나 지난해 시험운행 행사가 약속됐다가 하루 전에 무산됐고 올 들어서도 이처럼 진통이 계속되면서, 신경협 이행에는 남북의 높은 신뢰수준이 필요함과 동시에, 북측이 제기하는 이른바 '근본문제'와 서해 해상경계선 문제 등에서 남측의 과감한 접근도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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