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가 이라크 치안상황에 대한 최신 분기보고서에서 이라크 상황이 내전으로 치닫고 있음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석 달간 상황을 종합해 14일 공개된 이 보고서는 "종파 성향과 결집력의 심화, 폭력 성격의 변화, 주민 피난 등 이라크 상황의 일부 요소들은 '내전'에 걸맞다"고 밝혔다.
지난 연말은 2003년 개전 이래 가장 유혈충돌과 무장공격이 심했던 기간으로 집계됐다. 일주일 평균 무장공격 횟수가 1000회를 넘을 정도였다. 작년 5월에서 8월 사이만 해도 일주일 평균 공격 횟수는 800 회 가량이었다.
당연히 미군 주도 연합군과 민간인들도 가장 많은 공격에 시달렸으며 같은 기간 사상자도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에 보고서는 "이 같은 상황은 향후 이라크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준 선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부시 미 행정부 내 관료들이 이라크 주둔 미군이 내전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던 것을 의식한 탓인지, 이 보고서도 이라크 내 내전상황을 내전이란 한 단어로 규정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부연하기는 했다.
그러나 지난 달 미 정보기관에서 제출한 보고서에서도 이라크 전황과 관련해 비슷한 결론을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라크가 내전에 빠졌다는 인식은 부시 행정부 내에서도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언론과 진보진영에서는 지난 연말부터 주장했던 이라크 내전 상황을 지금이라도 부시 행정부가 인정한다면 2만1500명을 추가파병 하겠다는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남의 나라 내전에 휘말려 애꿎은 미군 희생을 늘리지 말고 철군하라는 것이 미국 대다수 국민들의 의견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또한 이라크 주민들의 민생고도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라크 정부가 이라크의 민생을 개선하고 정치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한 노력에 착수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이라크 주민의 3분의 2가 실제 상황은 지난 분기보다 더 나빠졌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매달 9000여 명이 이라크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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