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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도 '악의 축'에서 제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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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도 '악의 축'에서 제외하라"

<해외 시각> 북핵 타결을 보는 아랍의 우려와 기대

북한 핵무기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2.13합의가 성사된 데 대해 세계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미 부시행정부의 외교정책이 네오콘이 이끄는 군사행동 위주의 일방주의에서 타협과 협상을 중시하는 현실주의로 선회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 대해 우려와 경각심, 그리고 분노를 감추지 않는 지역이 있다. 바로 아랍지역이다. 같은 '악의 축' 국가이면서 이미 핵실험까지 강행한 북한에 대해서는 협상에 의한 문제 해결을 시도하면서, 이제 겨우 평화적 핵에너지 개발 단계에 있을 뿐인 이란에 대해서는 어째서 제재와 함께 군사행동을 위협하고 있느냐는 항변이다.
  
  특히 200기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서는 아예 모르는 체 하면서, 또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시한 채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한 인도의 핵 보유를 묵인한 것은 물론 첨단핵기술까지 이전해 주면서, 유독 이란의 평화적 핵개발에 대해서만 문제 삼는 것은 미국의 이중기준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2.13합의를 계기로 미국과 아랍지역 등의 전문가들에게서는 부시행정부가 이란에 대해서도 협상에 의한 문제해결을 시도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실제 그러한 일이 벌어질지는 현재로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북한의 경우 중국이라는 강력한 후원세력이 있는 반면 아랍지역에는 미국의 영향력에 휘둘리지 않고 이 지역의 이해를 대변할 국가가 없다는 점, 북한의 정권 붕괴로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지정학적 이익은 크지 않지만 이란의 이슬람 정권을 붕괴시킨다면 미국은 중동지역의 에너지 패권을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 걸린 이해관계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랍지역에서는 이번 2.13합의를 두고 미국의 이중기준을 비판하는 것과 함께 이란에 대해서도 협상에 의한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음은 2.13합의에 대한 아랍세계의 이러한 우려와 기대를 보여주는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가말 응크루마가 쓴 '불평등한 교환(Unequal exchange)'이라는 제목의 이 칼럼은 이집트 영문 주간지 <알아흐람 위클리> 15일자에 실린 것으로 원문은 http://weekly.ahram.org.eg/2007/832/fr3.htm
에서 볼 수 있다. <편집자>
  
  불평등한 교환
  
  핵무기에 관한 미국의 이중기준을 응징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졌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저 엄청난 핵무기고는 아예 못 본 체 하면서 이란의 평화적 핵개발에 대해서만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게다가 (이란과 함께 '악의 축'의 하나인) 북한에 대해서는 (제재가 아닌) 에너지 지원을 약속하며 핵프로그램 폐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중국의 비위를 맞추겠다는 것인가?
  
  북핵 협상 타결의 배후에는 갈수록 영향력이 커져가는 중국의 그림자가 있다. 지난 13일 베이징에서 타결된 북핵 협상에 따르면 북한은 5만 톤의 에너지 지원을 받는 대신 60일 이내에 자체 핵시설을 동결하며, 핵시설을 영구 폐쇄할 경우 100만 톤의 에너지 지원을 받게 돼 있다.
  
  (핵무기에 관한) 부시 행정부의 이중기준은 전세계에서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우려는 중동지역에서 가장 크다. 미국의 신뢰도와 위상은 이미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를 보여주는 무수한 선례들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지난해 인도와 핵협상(미ㆍ인도간 평화적 원자력에너지협력협정)을 타결지었다. 미국은 인도를 편애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 분명하며 잠재적 핵개발국가들을 공평하게 대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는 것같다. (인도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 보유했으므로 이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 하는데도 미국은 자국의 국익을 이유로 인도의 핵무기 보유를 묵인한 것은 물론 평화 목적의 첨단 핵기술까지 이전해 주는 것에 대한 비판임: 역자)
  
  도대체 미국은 공평함에 대해서는 추호의 고려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중기준으로 점철된 핵확산저지정책을 끝없이 펼쳐가면서 잠재적 핵보유국가와의 야합을 대단한 경사인 양 선전하고, 이들 국가를 정당한 핵보유국인 것처럼 대접하고 있다.
  
  이번 베이징 2.13 합의에 따라 부시 행정부는 평양정권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낮추는 한편 경제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폐쇄를 약속했다. 이제 북한은 부시행정부의 우스꽝스러운 '악의 축'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과연 이란도, 아랍의 많은 학자와 정치평론가들이 예측한 것처럼, 부시의 '악의 축'에서 제외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미국은 아랍세계와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미국은 아랍 국가의 정부들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일반 민중 사이에서의 인기는 형편없이 추락해 있다. 중동지역의 일반 민중들은 이 지역에서 미국의 작태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들은 미국의 이중기준을 극단적으로 혐오한다. 만일 부시행정부가 자신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엄청난 대가를 치르지 않으려면 차제에 아랍세계와의 관계를 심각하게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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