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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美 군사행동이 세계를 지옥으로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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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美 군사행동이 세계를 지옥으로 만들어"

에너지 등에 업은 러시아, '강한 목소리' 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 각국 정상급 지도자들이 모인 뮌헨 안보회의에서 미국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세계 각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군사행동이 불법적이고 일방적이며 전 세계의 평화를 유지하기는커녕 세계를 어느 누구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는 지옥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요지였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이날 푸틴 대통령의 유례없는 발언을 미국을 상대로 한 본격적인 패권다툼에 나서겠다는 러시아발 신호로 풀이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간 풍부한 자원을 무기로 구 소련국가들은 물론 유럽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막대한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군 현대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미국에 대항할 '근육'을 키우는 데 주력해 왔다.

"미국의 일방주의가 핵무기 보유경쟁 자극"

이날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라는 한 나라가 모든 분야에서 국경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며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누구도 국제법의 뒤에 숨을 수 없기에 누구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없게 된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핵무기를 가지려는 국가들의 욕망을 자극해 군비 경쟁의 토대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북한 등의 핵개발 단초를 미국이 제공했다는 주장은 불량국가들의 핵개발을 비난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로서는 질색할 만한 발언이었다.

그는 "미국이 전 세계에 걸쳐 절제되지 않은 방식으로 군대를 활용하고 있다"며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지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그는 특히 "세계는 여전히 하나의 축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미국의 일방주의적 독주에 대한 불만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권력의 중심도 하나, 힘의 중심도 하나, 결정의 중심도 하나"라며 "주인이 하나, 통치권도 하나인 세계"라고 비판했다.

그같은 미국의 일방주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군사행동은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었다"면서 "그들은 우리를 충돌이 난무하는 지옥으로 떨어뜨렸다"는 것이 푸틴 대통령의 비난의 골자였다.

그는 미국이 슬로베니아·슬로바키아·불가리아·루마니아 등 구 동구권 국가들까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시키며 지역패권을 위협하는 데 대해서도 "나토의 확장은 동맹의 현대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우리에겐 나토의 확장이 누구를 겨냥하고 있는가를 물어볼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군사행동이 세계를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고 미국을 맹비난 하고나선 것은 미국 패권에 대한 도전장으로 해석된다. ⓒ로이터=뉴시스

"푸틴의 맹비난, 국제질서 전환점으로 기억될 것"


푸틴 대통령의 도발적인 발언에 미국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현장에서 이를 듣고 있던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푸틴이 너무 거리낌이 없다"며 불만을 표했고 조지프 리버만 민주당 상원의원 역시 "냉전 때보다 더한 선동"이라고 비난했다.

백악관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연설에 놀라는 동시에 실망했다"고 반응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고든 존드로 언론 비서관은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테러리즘에 대항하고 대량살상무기 위협의 확산을 제거해 나가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러시아가 협력을 계속해 주길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방 언론들은 푸틴 대통령이 미국에 각을 세우고 나온 속내에 주목하는 모습이었다.

<BBC>는 "러시아가 앞으로 독자적 목소리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국의 귀에 심하게 거슬린 이날 연설이 향후 국제관계의 전환점으로 기억될 만한 파급을 낳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뉴욕타임스>는 "푸틴의 연설은 러시아가 보유한 석유와 광물자원이 얼마나 푸틴을 강하게 만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푸틴 대통령이 포문을 연 장소가 뮌헨회담인 것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독일이 분단되고 서유럽에 수십만의 미군이 주둔하는 등 러시아와 미국 간의 냉전기류가 정점에 달했던 즈음, 소련 주도의 바르샤바동맹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전략을 논의하는 회의체로 출범한 뮌헨회의의 역사를 염두에 두고 러시아가 미국에 대한 공격을 시작할 장소로 뮌헨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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