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세계 제2의 가스 생산국인 이란 측에서 최대 생산국인 러시아 정부에 '가스 OPEC' 설립을 제의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양국 간의 향후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러시아 '가스 카르텔' 발언에 유럽 긴장
푸틴 대통령은 이날 "가스 생산국들이 OPEC 식의 카르텔을 구축하는 데 러시아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8일 이란의 정신적 지도자 아얄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테헤란을 방문한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안보위원장에게 '가스 OPEC' 설립을 공식 제안한 데 대한 화답을 보낸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이란, 그리고 다른 생산국들도 서로 협력해야 한다"며 참여국의 범위를 넓혔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 달 21일 유럽에 두 번째로 많은 석유를 공급하고 있는 알제리와도 에너지 협력 협정을 체결해 둔 상태다. 러시아, 이란, 알제리 3국만 카르텔을 형성해도 전 세계에 공급되는 가스의 50% 가량이 한 축에 묶이게 된다.
이에 따라 전체 에너지 대비 가스 의존 비율이 30%를 상회할 정도로 높은 유럽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비록 푸틴 대통령은 '가스 카르텔이 가격 카르텔이 돼선 안 될 것'이라며 가격 영향력에 관한 우려를 일축했지만 '다른 가스 공급자들과의 공조'를 언급한 것 자체가 러시아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의 걱정에 불을 지핀 격이라고 전했다.
당장은 가격을 담합하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카르텔은 결국 가스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이에 유럽 국가들은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국영 가스 공급업체인 가스프롬과 알제리 국영 에너지 기업인 소나트라 간의 협상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에너지를 무기화한 적 없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등에 공급하던 가스 가격을 갑자기 인상한 것을 두고 국제적 비난을 사고 있는 데 대해서는 "러시아가 에너지 자원을 이용해 외교적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있지만 이번 경우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항변했다.
러시아가 친미로 기우는 구소련 국가들을 길들이기 위해 가스 공급권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더 이상 다른 구소련 국가들에 대해 대량 원조를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오히려 그간 '원조개념'으로 낮게 책정됐던 가스 가격을 정상화할 것이란 의지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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