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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째 날의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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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째 날의 호랑이

팔레스타인과의 대화 <29> 불법점령 40주년을 앞두고

지난 세기 70년대와 80년대에 아랍권에서는 '열 번째 날의 호랑이'라는 단편소설이 유명했다. 시리아 작가 '자카리아 타메르'가 쓴 이 단편은 숲에서 잡혀와 우리 속에서 길들여지게 된 호랑이의 이야기이다.

잡혀온 첫 날 호랑이는 끈질기게 으르렁댔으며 우리의 창살을 이빨로 물어뜯으려고 했다. 호랑이는 자유로운 존재였고 숲의 기억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조련사는 호랑이를 굶김으로써 대응했다. 그는 여유롭게 중얼거렸다.

"무척 사나운 호랑이로군. 하지만 당나귀처럼 굴게 될 거야. 내가 먹이를 갖고 있는데 주지 않을 테니까."

호랑이는 배가 고파졌고, 조련사에게 말했다.

"먹을 걸 줘."

조련사는 답했다.

"고양이처럼 야옹거리면 고기를 주지."

호랑이는 거절했다. 그는 호랑이지 고양이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틀 후에 굶주림에 굴복하여 호랑이는 조련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마치 고양이처럼 야옹거렸다.
▲ 동예루살렘에 인접한 아부 디스 마을의 큰 길 한가운데로 이스라엘이 건설한 높이 7.5미터의 거대한 분리장벽이 세워져 있다. ⓒ스라 데산티스

조련사는 그걸로 만족하지 않았다. 어느 날 호랑이가 먹이를 달라고 하자 조련사는 당나귀처럼 히힝거리라고 요구했다. 백수의 왕으로서 체신 때문에 호랑이는 거부했으며, 며칠을 먹지 않고 버텼다. 그러나 너무나 배가 고파서 결국 호랑이는 당나귀처럼 히힝댔다. 그 날이 호랑이가 우리에 갇힌 지 열흘째 되는 날이었다. 호랑이가 히힝대는 소리를 듣고 조련사는 고기가 아닌 한 더미의 건초를 던져주었다. 왜냐하면 그는 더 이상 호랑이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는 숲의 기억을 잊어 버렸다.

요즘은, 작가는 말했다, 조련사도 호랑이도 우리도 무대에서 사라졌다. 호랑이는 시민이 되고 우리는 국가의 수도가 되었다.

한 평론가는 말했다. '열 번째 날의 호랑이'는 가장 강인한 사람들조차 권력의 채찍을 휘두르는 자들에 의해 점차 꺾이고 길들여지는 현실에 대한 정제된 비유라고.

아랍의 모든 세대가 그 단편을 자기들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카이로, 다마스쿠스, 바그다드, 암만, 예루살렘, 카사블랑카, 튀니스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열 번째 날의 호랑이라고 느꼈다. 그들은 굶주림과 억압에 참패당했다.

올해 6월이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우리에 갇힌 지 40년이 된다.1) 이스라엘 조련사들은 이들을 꺾기 위해 굶주림만을 이용한 게 아니었다. 투옥, 검문소, 모독, 고문, 포격과 학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팔레스타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우리 안에서 태어나 그 속에서 살아 왔기 때문에, 우리 말고는 아무 것도 아는 게 없을 지경이 되었다. 일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열 번째 날의 호랑이처럼 변했다. 그들은 속수무책이고 가망이 없다고 느꼈으며, 우리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다른 일부는 맹수로 변했다. 그들은 싸우고 저항하려 했으나, 좋은 방식이 아니었다. 우리 안에 갇힌 고통이 그들의 영혼을 죽였다. 세 번째 부류는 아직까지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자신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라도 꺾이지 않고 버티고 있다. 그들은 인간이며 자유롭고 깨끗할 권리가 있다. 그들은 존엄함을 지키고 숲의 자유를 기억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세 번째 부류가 되고자 한다. 나의 존엄성과 인간다움, 깨끗한 영혼을 지키려고 애쓴다. 첫째 날의 호랑이처럼 우리의 창살을 내 이빨로 물어뜯으려고 하지는 않는데, 이미 내가 머리가 센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열 번째 날의 호랑이가 되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내 영혼이 언제라도 싸울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나, 동시에 싸움으로 내 영혼이 얼룩지지 않도록 경계할 것이다. 오래 지속된 싸움이 인간의 영혼을 파괴할 수 있음을 나는 안다. 그것이 자유를 위한 투쟁일지라도 말이다. 나는 내 영혼이 증오와 어둠의 바다에서 헤엄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 '창밖의 분리장벽을 바라보는 자카리아 모함마드 시인. "나는 첫째 날의 호랑이처럼 우리의 창살을 내 이빨로 물어뜯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미 내가 머리가 센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열 번째 날의 호랑이가 되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내 영혼이 언제라도 싸울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나, 동시에 싸움으로 내 영혼이 얼룩지지 않도록 경계할 것이다." ⓒ스라 데산티스

6월이 오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우리 안에 갇힌 지 40주년이 되었음을 기억하는 행사를 치를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는 열 번째 날의 호랑이가 되어 당나귀처럼 히힝대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인간으로서 자유를 외칠 것이다.

인간답게 행동하기 위하여 그들은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당신들도 그들의 영혼마저 쇠창살에 꺾이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를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다. 그러나 40주년을 앞두고 나는 이런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한 저명한 아랍 시인이 이렇게 썼다.

'사자의 이빨을 보았다면, 조심하라. 사자는 당신에게 웃는 게 아니다.'

그러나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아마 거듭된 전쟁이 우리로 하여금 이런 식으로 생각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만약에 사나운 사자가 내게 이빨을 보이며 웃는다면, 나는 더 큰 웃음을 지어보일 것이다. 설령 그러다가 내 팔을 물어 뜯긴다고 해도 말이다. 나는 그렇게 생겨먹은 인간이다! 작은 미소가 의심과 의혹의 벽을 무너뜨릴 것이다.

옮긴이 주

1) 1967년 '3차 중동 전쟁' (이른바 6일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전역이 이스라엘에 점령당했다. 점령지에서 물러가라는 유엔의 결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40년째 팔레스타인을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 기획·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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